'미친', '아름다운'. 가눌 수 없이 휘몰아치는 감정, 사랑의 모순을 이처럼 꼭 짚어내는 단어가 또 있을까. 더욱이 그 사랑의 주인공이 아직 덜 여물어 생그러운 '젊음'이라면.
[크레이지/ 뷰티풀]은 사랑이야기이다. 아직 사랑을 경험해 보지 못한 이들이 여린 눈망울로 꿈꾸는, 그리고 이미 여러 차례 사랑을 거친 이들이 움푹 패인 가슴을 다독이며 추억하는, 그토록 강렬한 사랑이야기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그들은 사랑한다. 아, 제목 한 번 잘 지었다.
영화는 부유한 백인 여자아이와 가난한 혼혈 남자아이를 주축으로 청소년기의 방황과 가족과의 갈등 등 청춘 영화의 고전적인 요소들을 배치해 둔다. 하지만 '그렇고 그런' 틀에도 불구하고 [크레이지/ 뷰티풀]은 상당한 흡입력을 갖고 있다. 그것은 아마 이 영화가 품고 있는 '사랑의 열정' 때문일 것이다. 인류의 영원한 화두이자, 질투의 대상인 사랑을 진솔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금새라도 폭발할 듯 엉클어진 불꽃을 마음에 담아둔 10대. 방황을 빌어 혼돈을 게워내던 니콜은 카를로스를 만나면서 변화한다. 대책없이 질주하던 그녀가 카를로스의 앞날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아야 한다고 고개를 떨구는 장면이 찬찬히 눈 속을 파고든다. 미래를 성취하기 위해 거침없이 행군하던 카를로스도 니콜 곁에 남기 위해 돌아선다. 오오, 사랑의 힘이란 이토록 새삼 위대한 것인가.
물론 이 영화의 결말은 행복으로 얼버무려져 있다. 일상 속에서는 '사랑하면 행복해진다'는 단순 명제에 훌쩍 수긍할 수 없으면서도, 스크린 속 그들의 사랑과 해피엔딩에는 흠집내고 싶지 않은 이유가 뭘까. 이성으로 분해할 수 없는 사랑의 환상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