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루이 트린티냥, 스테파니아 산드렐리, 도미니크 샌다
장르: 드라마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시간: 111분
개봉: 1월 28일
시놉시스
“다른 사람들은 남들과 달라지려고 하는데 당신은 남들과 같아지려 하는군.” 로마의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마르첼로’(장-루이 트린티냥)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소원이다. 그래서 “침대와 부엌이 잘 어울리는 평범한 여자”와 결혼하려 하고, 강한 소속감을 주는 무솔리니 정권의 비밀 경찰에 자원한다. 그가 평범해지려고 하는 이유, 바로 아버지 때문이다. 한때 국가를 위해 살인과 고문을 자행했던 아버지는 이젠 “개인의 자유가 국가보다 우선한다”는 글을 쓰며 정신병원에 수감돼 있다. 어머니마저 모르핀에 중독되자 그는 어떻게든 평범해지려 발버둥친다. 그러던 어느 날 ‘마르첼로’는 한때 자신의 철학 스승이었던 ‘콰드리 교수’를 암살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신혼여행을 가장하고 아내 '줄리아'(스테파니아 산드렐리)와 함께 파리로 가 ‘콰드리 교수’ 부부를 만나는 순간 ‘마르첼로’. 그때 그는 콰드리 교수의 아내 ‘안나’(도미니크 샌다)에게 반하고 내적 갈에 괴로워한다.
간단평
갈등하는 사람은 경계에 서 있는 사람이다. 두 가지 생각 중 어느 것을 택해야 할지 몰라 항상 고민한다. 때문에 그들은 늘 불안해하며 때때로 비겁하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순응자>는 갈등하는 인간을 그린다.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 왕따 당하고, 소년성애자인 ‘리노’에게 추행 당했으며, 부모님마저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마르첼로’는 정상성을 갈망한다. 그래서 무솔리니 정권의 비밀경찰 노릇에 가담하고 평범해 보이는 여자와 결혼한다. 그러나 사랑은 그가 바라던 정상성을 모두 잃게 만든다. 알고 보니 그의 아내는 처녀가 아니었고 그가 사랑에 빠진 ‘안나’는 그의 스승 콰드리 교수의 아내였던 것이다. 더욱이 무솔리니 정권까지 무너지자 더욱 공허해진 마르첼로는 무솔리니의 파시즘에 침을 뱉는다. 그리고 오랜 친구마저 버린다. 세상의 강압 속에 순응했던 마르첼로는 끝끝내 본인의 비겁함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거다. 김영진 평론가는 마르첼로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페르소나라 말한다. 평소 사제지간으로 장 뤽 고다르와 막역한 사이였던 베르톨루치는 1968년 5월 혁명을 계기로 결별했다. 고다르는 혁명영화를 만들며 과격해졌지만 베르톨루치는 막시즘을 추종하는 이탈리아 공산당원이었음에도 온건해졌던 것이다. 인간의 내밀한 갈등에 대해 진정성 있게 표현한 <순응자>가 발표되자 영화계는 즉각 환호한다. 1970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것은 물론 기자 특별상을 받고 이 외에 8개 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감독이 공산당원이라는 이유로 볼 수 없다가 영화가 만들어진지 46년 만에 개봉할 수 있게 됐다. 여전히 레드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사람들의 갈등이 범람하는 2016년의 한국에서 <순응자>의 울림은 가볍지 않다.
2016년 1월 21일 목요일 | 글_이지혜 기자(wisdom@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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