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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븐
마구 달리는 그들(?) | 2004년 3월 20일 토요일 | 최종삼 이메일

 달려! 달려~ 무조건 1등 해야돼!
달려! 달려~ 무조건 1등 해야돼!
지금의 대한민국은 브레이크 고장난 자동차 마냥 전속력으로 달릴 뿐 창 밖의 풍경이나 지나친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내달리기만 한다.

멈추지 않는 속도, 승리에 대한 열정이 아닌 욕망으로 점철된 시국은 공중으로 치솟아서 전복되는 자동차 경주처럼 참혹한 결말을 확실히 예고하는 데도 말이다.
잠시만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속도를 줄이고, 창문을 열고 바람을 느끼면서 삶의 관조를 즐기면 안될까? 멈출 수가 없다면 노란 중앙선을 침범하지 않고 흰줄이 그어진 대로 그저 달리기만 바래본다.

영화 <드리븐>은 시속 300km의 짜릿한 카레이싱 경주 세계를 담고 있다.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실베스턴 스텔론이 각본과 조연으로 출연하기까지 해서 풍성한 볼거리와 주인공 이름은 잘 몰라도 일단은, 레니 할린 감독과 실베스턴 스텔론이라는 두 슈퍼스타의 이름만으로도 비디오 가게에서 망설임 없는 선택의 여지를 준다.

뛰어난 특수효과와 수십대의 카메라는 카레이싱 경주의 그 짜릿한 속도감을 21인치 TV화면으로도 충분히 안방에서 느낄 수 있게 박진감이 철철 넘친다. 2001년도에 출시된 이 영화는 속도 제어 불가가 재미 만빵 제어 불가라는 꼬리표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꽤 훌륭한 완성도를 가진 작품이다. 특히, 액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내러티브가 촘촘하고 그 안에서 캐릭터들도 각각의 개성을 잘 살려 볼거리만 화려한 영화가 아닌 “성장”의 진정한 의미를 쫓아가는 드라마도 탄탄하게 살아난다.

매력 만점인 주인공 지미역의 킵 파듀
매력 만점인 주인공 지미역의 킵 파듀
주인공 지미 역으로 출연한 킵 파듀는 큰 키에 귀여운 외모로 모성애를 자극하는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배우다. 승리에 대한 열정과 사랑 사이에서 진정한 승리와 속도감이 전해주는 인생의 깊이를 알아 가는 역을 훌륭히 소화해 내고 있다. 라이벌로 등장하는 보 역할에는 틸 슈바이거 출연하는데 우리에게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배우지만 몇 편의 영화에서 악역으로 등장해 낯선 얼굴은 아니다. 틸 슈바이거는 <드리븐>에서 승리에 집착하는 1등의 고독과 내면의 두려움을 이기는 보 역을 감동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또, 팀 버튼의 <혹성탈출>과 얼마 전 개봉한 <캥거루>에 출연해서 얼굴을 알린 에스텔라 워렌이 출연하여 <드리븐>안에서 사랑의 갈등과 인물들의 관계 고리를 착실히 이행한다. 물론, 우리의 근육맨 아저씨 실베스턴 스텔론도 지미의 스승으로 분해서 진정한 승리뿐 아니라 인생의 의미까지 전해준다.

이렇게 좋은 감독, 배우들이 만났으니 실베스턴 스텔론 이외에는 특A급 스타가 안나오더라도 영화는 그 자체만으로 지금까지의 액션 영화와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카메라에 잡히는 질주 장면은 인생의 허무함과 이기기 위해 내달리는 우리네 인생을 잠깐이지만 뒤돌아 보게 만든다. 공중으로 치솟아서 전복되는 차안에서 자기를 재끼고 시속 300km로 앞서나가는 차들을 바라보는 장면은 “승리”에 대한 집착이 1등만 고집하는 이 사회에서 얼마나 불필요한 존재물인지 확인하게끔 해준다.

감독 레니 할린은 전형적인 헐리우드 오락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그러나 <드리븐>에서는 자신의 감독 이력 중 가장 뛰어난 카메라 워킹을 보여준다. 단순히 볼거리를 풍성하기 위해 수십대의 카메라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도 속도를 줄일 수 없는 선수들의 열정과 사랑을 헬멧에 부딪쳐서 앞을 가리는 빗방울 속에서 서정적으로 표현한다. 밖으로는 엄청난 속도감이 느껴지는 긴장 된 순간에서도 선수들의 헬멧 안에서 보는 세상은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고 고요함을 특수 효과와 인물들의 내면을 극히 섬세하게 카메라로 잡아내어 감동을 배가시킨다.

실감나게 잡아낸 전복되는 경주 차
실감나게 잡아낸 전복되는 경주 차
카레이싱 세계를 다루는 영화이니 만큼 감독 레니 할린은 카메라의 쓰임새를 속도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허나, 이 노련한 할리우드 감독은 액션 영화에서 종종 무시되는 사건이나 인물들의 갈등 고리를 달리는 질주 씬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헤드폰의 목소리들로 대체하여 드라마가 강하면 액션(볼거리)이 줄어드는 오락 영화의 단점을 보완한다.

주인공 모두다 카레이싱 경주에서의 승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자 내면의 두려움을 이기고 승리한 것에 대해 샴페인을 터트리는 장면은 할리우드 영화의 억지스런 해피엔딩 영화가 아닌 자신을 이긴 승리자의 모습을 담고 있다.

<드리븐>은 가장 또렷하게 속도를 즐길 수 있게 만든 영화다. 질주하는 쾌감이 가장 근원적인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두려움을 이기는 표현의 방법임을 뛰어나게 묘사한 작품이다. 단순히 오락 영화로 선택했다가 가볍지만 시원하게 우리의 1등 지향주의 사회를 비판하는 드러나지 않는 주제 때문에 더욱 좋았던 <드리븐>.

무엇이 문제일까? 이렇게 영화 속에서는 멈추지 않는 속도 안에서도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 보고 반성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특별한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리”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 안락해서 그 안도감에 도취돼서 그럴지도 모른다.
아, 건의해 보고 싶다. 딱딱한 나무의자로 그들의 의자를 바꿔달라고.......

4 )
ejin4rang
화려한 액션   
2008-10-15 17:04
callyoungsin
속도감을 느낄수 있어요   
2008-05-19 11:31
qsay11tem
괜찮은 영화네요   
2007-11-24 14:09
js7keien
스피드 외의 다른 것을 기대했다간 낭패를 겪을 수 있다   
2006-10-06 18:1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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