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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민교수, '친구' 인기비결 분석
2001년 4월 19일 목요일 | 컨텐츠 기획팀 이메일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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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구]가 서울 관객 100만, 전국 300만을 돌파했다. 도대체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수업을 빠뜨리고, 직장에서 땡땡이치고, 귀가를 미루며 이 영화에 탐닉하는 것일까.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가 사회심리학적인 차원에서 영화 `친구'의 인기 비결을 캐냈다.

숨쉴 품이 그립다... '친구'가 있었던가...
너희가 '그 때'를 아느냐... '잃어버린 나'와의 재회

학교 다닐 때 가방을 옆구리에 꿰어차고 으스대던 그 녀석. 어디선가 만나면 멀쑥한 회사원이 돼 있을 그 녀석을 [친구]라는 영화에서 찾았다. 그런데 녀석이 조폭이라네. 나도 '조직의 쓴 맛'에는 일가견이 있는데.

[친구]라는 영화는 각기 다른 우리의 삶의 모습을 몇가지 색깔로 보여주는 영화다. 그리고,그 색깔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마음이 찡하기에 아름답다고 느낄 뿐이다. 아니,재미있다. 홍콩 영화에서 보았던 박진감과 통쾌함이 있고,가물가물한 향수도 있다. 나무랄데 없는 영상미,잘 짜여진 스토리, 그리고 긴박감. 그렇지만 또 다른 무엇이 이 영화 속에 있다.

영화를 보기 전에 들은 이야기가 있다. 30대 직장인들이 회사를 땡땡이 치면서 보러 나온다나.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수업을 땡땡이 치면서 뭐 그리 대단한 것을 한다고 나부댔는지. 과거의 아릿한 향수를 되새기기 위해 아니면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 이 영화를 찾는 것일까?

영화 [친구]는 과거를 이야기 하지만,역설적으로 현재의 우리 모습을 나타낸다. 그것도 여러 가지 색깔로 말이다. 어린 시절 아무 것도 아닌 것에 우쭐대고 세상 모든 것을 알려고 했던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우리가 추구했던 미래는 무엇이었던가? 그리고,또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요즘 우리가 느끼는 막연하고 불안한 마음이 클수록,영화 [친구]를 통해 여러 가지 색깔의 삶을 과거와 현재의 틀 속에서 다시 짜 맞추게 된다.

'그 때를 아시나요?'라는 프로가 관심을 끌었다. 친구는 바로 영화판 '그 때'이다. 비록 우리가 꿈꾸었던 모습은 소독차가 뿜어내던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지만. 우리의 그때는 선생님이 마구 휘둘러대던 '대걸레' 자루와 머리를 강타하던 출석부의 자국만큼이나 선명하다. 성문 기본 영어와 공통 수학에 목메던 우리는 더 절실하게 목메고 있는 무엇이 있다. 그것이 영화 [친구] 속에 담겨 있기에 아직 과거가 없는 20대와 현실만 있는 30대,그리고 과거를 잊기 시작한 40대 모두가 같은 시간의 공간 속에서 찾게 된다.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국민교육 헌장의 앞구절을 되새기지 않더라도 우리의 아저씨들은 너무나 거창한 미래의 목표를 위해 살아왔다. 똑같이 받아들였던'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것은 우리 삶의 목표였다. 그렇지만,이 아저씨들의 아이들이 '내 인생은 내꺼야'라는 말을 겁없이 하는데. 이 와중에, 내가 살아왔던 삶의 색깔을 찾고 싶은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런 의미에서 [친구]는 우리가 살아왔던 삶을 표현하는 영화이자,내가 찾고 싶었던 삶의 색깔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70년대와 80대를 아우르는 어린시절과 학창시절의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각기 다른 조직(학교,군대,회사,조폭 등)에서 처절하게 만들어 나가야 했던 나의 삶의 모습을 말이다.

'니나 내나 시키는대로 하는 사람이잖아'라는 대사 속에 담겨있는 '하고 싶은 거 다하지 못하고 사는데'라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바로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는 30대와 40대의 자기 모습이다. 이런 모습에는 착실한 회사원이든 조직 폭력배이든 똑같이 조직의 쓴맛을 보아야 하는 이들 세대의 아픔이 드러난다. 그러나,영화는 이런 삶의 아픔을 조직의 비정함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친구라는 이미지로 포장한다. 우리 모두가 숨쉴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을 비추어주는 것이다. 자신의 색깔이 무엇인지 몰라 조직의 틀 속에 숨어 버렸지만 그래도 '쪽팔리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은 나 자신의 내면의 모습이다. 잊어버리고 싶었던 내가 그리고 없어졌던 내가 다시 살아나는 느낌을 [친구]속에서 찾은 것이다.

<자료출처 : 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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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kkw
대단한 신드롬   
2009-06-2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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