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범에게 어린 아들을 빼앗기고, 집요한 협박 전화에 시달리게 된 부모의 피 말리는 44일간’을 그린 <그놈 목소리>가 지난 11월 3일 촬영을 마지막으로 4개월간의 촬영기간을 모두 마치고 크랭크업했다.

마지막 촬영은 아들을 유괴당한 뉴스앵커 한경배(설경구)가 유괴범이 지시한 접선 장소로 돈가방을 들고 급하게 뛰어가는 장면. 잠실 종합 운동장 앞 도로 4개 차선을 막고 삼백여 명의 보조 출연을 동원해 진행된 촬영은 액션 영화 현장을 방불케 했는데, 달리는 차량 사이를 비집고 뛰어야 하는 고난도 액션 씬으로 당초 스턴트 촬영 예정이었으나 감정 연기가 필요한 장면이라며 설경구는 위험을 무릅쓰고 대부분 직접 연기를 소화해냈다고.

아이를 유괴당한 부모의 심정으로 4개월간 철저하게 몰입해온 설경구는 시나리오 설정대로 며칠 째 자지도 먹지도 못한 아버지를 연기하기 위해 실제로 4일간 금식한 초췌한 모습으로 촬영에 임했는데, 이미 금식으로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하루 종일 달리고 또 달린 그는 촬영이 끝나자 곧바로 탈진해 쓰러져서도 한경배의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한참 동안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범인을 잡지 못한 채 지난 1월 공소시효가 만료된 실제 사건 ‘1991년 이형호 유괴사건’을 모티브로 한 팩션 드라마 <그놈 목소리>는, <너는 내 운명>의 박진표 감독이 연출을 맡고 설경구, 김남주, 강동원의 화려한 캐스팅으로, 후반작업을 거쳐 내년 1월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