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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마자 한마디! 무한지옥이 따로 있는가 <고지전>
2011년 7월 12일 화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촬영기간만 6개월. 제작비 100억 원.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 장훈 감독과 <공동경비구역 JSA> <선덕여왕> 박상연 작가가 만남. 배급사 쇼박스 미디어플렉스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으로 큰 관심을 끌었던 <고지전>이 11일 오후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1951년 6월 전선 교착 이후 25개월간 최전장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싸우는 남북 병사들의 모습을 그린다. ‘100억 영화’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 영화에서 단 하나 부족한 건, 여배우.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배우는 김옥빈 한 명 뿐이다. 설마설마 했는데, 정말 김옥빈 뿐이다. 그러니, 여배우가 없는 영화는 참기 힘들다는 관객은 예매 전에 필히 확인요망!

● 한마디

신하균과 박상연 작가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고지전>은 <공동경비구역 JSA>의 DNA를 품고 있는 작품이다. 회상 형식을 빌어 비밀을 드러내는 전개 방식은 물론이고, 애틋한 정을 쌓아가는 남북한 군인들의 모습은 (초코파이와 김광석만 없을 뿐이지) <JSA>의 추억을 환기시킨다. 다만, 10년 전보다 얼어붙은 한반도 정세처럼, 영화 또한 <JSA>보다 차갑고 음울하다. 하지만 캐릭터와 사건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장훈의 뚝심은 <고지전>을 기대했던 절정의 고지까지 올려놓는다. <파주> <만추>에서 인상 깊게 봤던 김우형 촬영 감독의 ‘안개’를 다시 만나는 것 또한 반갑다. 무엇보다, 이제훈이라는 배우의 발견은 <고지전>이 울린 최고의 승전고다.
(무비스트 정시우 기자)

<고지전>의 주제는 명확하다. 빨갱이가 아니라 전쟁과 싸우는 거다. 그러니 살아남는 게 전쟁으로부터 이기는 거다. 전쟁이 승패가 아닌, 생존의 문제임을 거듭 환기시킨다. 물론 숱한 영화들이 해왔던 이야기다. 하지만 <고지전>은 사람 죽이는 전장의 비극을 넘어서 무엇을 위해서 싸우는지 알 길이 없는 전장에서 죽음을 조장하고 방관하는 치들에 관한 분노와 서러움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한편으로 의미심장하다. 땅따먹기에 열중하는 윗대가리들이 탁상공론에 열중하는 가운데 살기 위해서 죽이고 죽는 청년들의 모습은 단순히 전장이 아닌 이 사회에도 만연한 부조리 가운데 하나다. <고지전>은 전장을 통해서 이 땅의 부조리한 역사적 환기까지 나아가는 진보적인 전쟁영화다. 장훈은 확실히 스스로 물건임을 증명하고, 선배 배우들의 열연 속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뚜렷이 각인시키는 신예 이제훈이 인상 깊게 남는다.
(beyond 민용준 기자)

이념의 대립이 만들어낸 비극, 한국전쟁. <고지전>은 그렇게 기억되고 있는 한국전쟁의 마지막 순간을 꺼내들어 묻는다. 이런 비극을 겪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고지를 둘러싸고 소모적인 전쟁을 펼쳐야만 했던 육군과 인민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그저 살아남고 싶었던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다. 지난한 전쟁 속에서 아군과 적의 경계도, 전쟁에서 승리해야 할 이유도 잃어버린 이들의 인간적인 사연들은 보는 이를 가슴 뭉클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전하는 보편적인 반전 메시지는 <고지전>의 성취 중 하나다. 다만 <의형제>에서 보여줬던 장훈 감독의 리드미컬한 연출이 사라진 점은 못내 아쉽다. 인물 관계 설정 등으로 흥미로운 전반부에 비하면 후반부의 예상 가능한 전개가 힘이 빠진다. 블록버스터 격돌이 펼쳐지는 여름 극장가에서 <고지전>은 영화 속 전쟁만큼이나 힘겨운 싸움을 펼칠 것 같다.
(경제투데이 장병호 기자)

<고지전>은 한국전쟁이 빚어낸 비극을 뜨겁게 말하는 반전영화다. 영화는 전쟁의 참극을 키우는 자들과 체험하는 자들의 대비 속에서 지옥보다 더한 현실을 분노하고 슬퍼한다. 이는 다양한 시청각 효과로 극대화되는데, 특히 어둠 속에서 중공군이 다가오는 장면과 안개 속에서 ‘전선야곡’을 부르는 장면에서 긴장과 공포가 생생히 느껴진다. 반면, 비극을 극대화하려는 제작진의 노력은 오히려 영화의 슬픈 감정이 반감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휴전협정 이후 다소 늘어지는 후반부 또한 아쉬움이 남는다.
(조이씨네 백초희 기자)

<고지전>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다. 무겁고 진중하고 불편하다. 흙투성이 군복이 무더워 보이는 데다 팔다리가 날아가는 장면은 심약한 여성 관객들에게 힘겨울 수도 있다. 하지만 영리한 장훈 감독은 ‘꽃미남’ 배우 고수와 신예 이제훈의 미모(?) 및 고창석-류승수-이다윗 등 명품 조연들의 코믹 연기를 버무려 이런 무거움을 상당 부분 날렸다. 전작 <의형제>도 무거운 주제였지만, 젊은층의 선호도가 높은 배우 강동원과 신뢰성 있는 송강호의 앙상블로 관객의 시선을 끈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고지전>에서 이런 전략이 다시 한 번 통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들어간 재료가 훌륭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박상연 작가가 만든 이야기는 견고하다. 배우들도 누구 한 명 실망시키는 이가 없고, 전투 장면은 손이 떨릴 정도로 리얼하다. <의형제>와 달리 해피엔딩이 아니어서 관객의 마음이 무겁게 하는 점이 어떻게 평가받을지가 흥행의 관건이다.
(스포츠조선 이예은 기자)

2011년 7월 12일 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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