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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다녀온 세월호 다큐 <부재의 기억> 뒷이야기들
2020년 2월 19일 수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영상으로 제작된 29분간의 단편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을 마치고 18일(화)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재의 기억’ 그 못다 한 이야기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승준 감독은 “유가족에게 세월호 이야기를 해외에 알리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 같아 만족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자리에는 세월호 유가족 오현주, 김미나 씨,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이하 ‘가족협의회’) 장훈 위원장, 416기록단 소속 한경수 PD가 함께했다.


선장 등장할 때 관객들 분노 반응 보여

<부재의 기억> 팀은 아카데미 시상식 규칙에 따라 미국 LA 현지에서 4차례의 상영회와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이승준 감독은 “LA에서 공식 상영회를 열 때마다 반응이 뜨거웠다. 우리가 공감하고 분노하는 지점에서 그들도 공감하고 분노했다. 자신들 나라에서 사고, 재난이 있을 때 국가가 기능하지 못한 경험을 토로했다. 한 다큐멘터리 감독은 자기 작품이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는데도 <부재의 기억>에 투표했다고 말하더라”면서 아카데미 시상식 현지 경험을 전했다.

이 감독은 “이게 무슨 상황이지? 하던 관객 사이에서 첫 반응이 폭발하는 지점은 선장이 등장하는 (가장 먼저 탈출하는) 장면이다. 사람들이 웅성대고 욕을 하기도 한다. 굉장히 적극적이면서도 상식적인 반응이었다. 이후 청와대가 (보고용) 영상만 요구하는 녹취가 나올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다”고 기억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함께한 유가족 오현주, 김미나 씨 (가운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함께한 유가족 오현주, 김미나 씨 (가운데)

유가족이 모은 영상 더해 작품 완성해

<부재의 기록>은 이승준 감독이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촬영한 영상에 세월호 유가족이 모은 영상, 독립 PD로 구성된 416기록단이 촬영한 영상을 더해 완성됐다.

장훈 위원장은 “가족협의회에서 보유한 영상 자료만 60테라바이트 이상이다. 진상규명에 필요한 자료를 모으다 보니 워낙 방대한 양이 됐다. 솔직히 다 볼 자신도 없는데 이승준 감독은 그중 가장 중요한 것만 뽑아서 <부재의 기억>을 만들어줬다. 고마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416기록단 소속 한경수 PD는 “416기록단은 사고 발생 3일 째부터 실종자 수색이 끝난 11월까지 촬영을 했다. 진도, 안산, 광화문 광장 등 세월호가 이야기되는 모든 곳에서 촬영한 자료와 다른 분이 제공한 것까지 전부 이승준 감독님께 드렸다. 넉넉히 몇천 시간은 될 것이다. 이승준 감독은 그 자료를 모두 검토하고 ‘액기스’만 뽑아 작품을 만들었다. 29분짜리 다큐멘터리를 편집하는 데만 1년이나 걸렸다”고 전했다.


유가족 울부짖는 장면, 최순실 이야기 등은 빠져

이승준 감독은 당초 자신이 편집하던 <부재의 기억>이 미국 편집자의 손을 재차 거쳐 완성됐고 이 과정에서 몇몇 장면은 편집됐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문화 차이 때문에 미국 쪽에서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세월호 인양 당시 어머니들이 울고 분노하는 모습이 영화에서 빠졌다. 감독 입장에서는 어머니의 마음이 정확히 드러나는 부분이니 들어가야 할 것 같았는데 미국 쪽에서는 그렇지 않더라. 그들은 장례식장에서도 울지 않는 문화다. 울부짖는 모습이 오히려 영화의 정서를 해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해외 관객에게 세월호를 둘러싼 맥락을 이해하게 하고,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미국 편집자에게 편집을 맡겼다. 그 과정에서 촛불시위를 전하는 뉴스 멘트에 들어간 최순실 이야기도 편집됐다. 과감하게 (장면을) 쳐내는 작업을 통해 전반적으로 더 담담하게 편집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기생충> 팀과 만난 이승준 감독 (왼쪽에서 세번째)
<기생충> 팀과 만난 이승준 감독 (왼쪽에서 세번째)

정부 지원 뒷받침되면 재차 아카데미 진출 가능할 것

<부재의 기억>은 한국 다큐멘터리 사상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초청된 작품이다. 체계적인 프로모션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비용도 적지 않은 만큼 그간 한국 영상업계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시상식으로 평가받아왔다.

이승준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이 되려면 미국 극장에서 일정 기간 상영을 해야 하는 등 조건이 있다. 그런데 특정 영화제에서 수상하면 그 과정이 생략되기도 한다. <부재의 기억>은 2018년 열린 ‘Doc NYC’에서 단편 부문 대상을 받아 자동으로 응모 요건이 갖춰졌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처음에는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등록하는 건 생각도 못 했다. 뉴욕에 적을 두고 있는 제작사, 홍보사 등 미국 파트너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이 아카데미 시상식에 관련한 모든 걸 진행했는데, <부재의 기억>이 담고 있는 내용이 워낙 충격적이기 때문에 응모해 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을 오가는 항공료, 먹고 자는데 드는 체재비, 프로모션하는 데 드는 비용까지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개인 자격으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칸,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는 작품이 좋으면 도전해볼 수 있지만 아카데미는 공정이 너무 다르다. 이런 과정에 대한 공유와 고민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이나 영화진흥위원회 차원의 지원 등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그러면 충분히 (또 다른 작품의 아카데미 시상식 진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사진 제공_한국독립PD협회

● 한마디
한국 영상업계에 자양분이 될 의미 있는 경험들. <부재의 기억>팀, 고생 많으셨습니다.


2020년 2월 19일 수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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