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보자마자 한마디! 예수정 “용기 뒤에 용기 내게 해주는 사람 있다” <69세>
2020년 8월 13일 목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꽃 기자]

“사람은 혼자서 용기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용기를 내게 해주는 가까운 한 두 사람이 있다고 믿는다”

<69세>(제작: ㈜기린제작사)에서 젊은 남성 간호조무사에게 성폭행 당한 노인 여성 ‘효정’역을 연기한 예수정이 11일(화) 메가박스 성수에서 열린 영화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작품에 임한 소감을 전했다.

<69세>는 물리치료를 받으러 찾았던 병원에서 젊은 남성 간호조무사 ‘이중호’(김준경)에게 성폭행 당한 노인 여성 ‘효정’이 그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쉽지 않은 과정을 그린다.

‘효정’은 함께 사는 남자 ‘동인’(기주봉)와 함께 사건을 경찰에 신고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효정’의 치매를 의심하고 법원은 사건 당사자들의 나이 차이를 근거로 구속 영장을 기각한다.

상황을 오롯이 헤쳐나가야 하는 ‘효정’역을 맡은 예수정은 “시나리오에는 ‘효정’의 과거가 다 덮여 있었다. 딸이 있지만 같이 살지 않고, 무슨 이유로 만나지 않는다. 미루어 짐작할 때, ‘효정’은 지금의 사건으로 굉장한 수치심을 느끼고 있지만 ‘인생의 고통’이라는 면에서는 어쩌면 (이미) 더 큰 경험도 있을 수 있는 인물 같았다. 그래서 현재의 사건에 급작스럽고 빠르게 반응하거나 흔들리는 인물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69년을 살아온 인생의 그림자가 조금은 보이기를 원했다”고 인물을 설명했다.

기주봉이 맡은 상대 역 ‘동인’역의 중요성도 짚었다.

그는 “기주봉이 캐스팅되지 않으면 이 영화 작업은 좀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동인’은 ‘효정’에게 용기를 주면서도 아주 자연스럽고 또 칙칙하지 않아야 했다. 조금은 건조할 수도 있는 역할인지라 인간미도 풍겼으면 했다. 그런 게 연기로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배우 자체에서 나오는 거다. 내가 생각했던 기주봉과 잘 맞았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효정’은 햇빛으로 나가는 한 발자국의 용기를 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효정’을 지원하는 ‘동인’ 역의 기주봉은 “언젠가 이런 문제로 (주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여자는 10대나 20대나 60대나 70대나 (영화 내용처럼) 그런 경우를 당했을 때는 똑같은 마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효정’은 그렇기 때문에 용기를 내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또 “예수정은 내가 남자로서 (잘) 못 보는 어떤 세계를 옹골차게 가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예수정과 감독이 끊임없이 작품을 토론할 때 그게 참 보기 좋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69세> 연출은 <사바하> <남한산성> <화차> 등 장편 영화 스토리보드 작가로 활동한 임선애 감독이 맡았다. 첫 장편 데뷔작으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관객상을 받았다.

임선애 감독은 “언젠가 노인 여성 성폭력 대상으로 삼는 이유가 신고율이 낮고, 사건을 잘 드러내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라는 칼럼을 봤다. 누군가의 약점을 이용하는 게 너무 악하다고 느꼈고, 계속해서 마음에 남았다. 한 번쯤 영화로 말해보고 싶은 도전 의식이 생겼다”고 연출 배경을 전했다.

간호조무사 ‘이중호’역을 맡은 김준경은 “첫 장편에서 좋은 선배님들과 일하게 돼 영광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천인공노할 놈을 연기하게 돼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럼에도 작품의 이야기를 봤을 때 나 하나는 기꺼이 희생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한 마음으로 참여했다”며 웃었다.

<69세>는 8월 20일(목) 극장 개봉한다.

● 한마디
영화는 말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69세 ‘효정’의 인생과 현재를 그려보는 데 결코 미진함이 없다. 대사의 빈 공간이 상상의 여지를 주되 영상, 음향, 편집이 유려하게 맞물려 오독의 여지는 없는 흐름이다. 예수정, 기주봉의 연기는 이 허점 없는 전개를 더욱더 단단하게 다지는데, 탁월한 배우가 작품의 완성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절대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완벽한 증명이다. 감정을 노골적으로 흔들어대는 면모가 거의 없는 이 영화의 말미에서 관객은 가슴이 쿵쿵대고 감상이 휘몰아치는 오묘한 경험을 할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게 하는 작품이다.

(오락성 8 작품성 8)
(무비스트 박꽃 기자)

2020년 8월 13일 목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