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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다작은 못 하고, 다작이 안 되는” 레오 까락스 감독
2021년 10월 10일 일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부산=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된 <아네트>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레오 까락스 감독의 마스터 클래스 ‘레오스 카락스, 그는 영화다’가 10일(일) 오후 KNN 시어터에서 열렸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모더레이터로 참석했다.

마스터 클래스는 감독의 독창적인 영화세계를 탐구하는 자리로 영화인 및 영화제를 찾은 관객이 감독과 직접 소통하고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흔치 않은 기회다. 감독의 “살아있다는 걸 느낀다”라는 짧은 인사로 문을 연 이날 클래스는 문답 형식으로 진행됐다.

첫 질문으로 허 위원장이 음악가를 꿈꿨던 감독이 영화를 하게 된 계기를 묻자 “영화를 많이 보기 시작하면서 점점 카메라 뒤에 있는 사람과 카메라 앞에 있는 사람들, 즉 감독-카메라-배우 간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당시에 무성영화를 주로 봤는데 영상 속 인물들이 크게 움직이는 데 비해 소리는 전혀 없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고, 직접 만들고 싶어졌다. 주변에서 단편부터 만들어 보라고 권했다”고 회상했다.

감독은 19살부터 단편 작업을 시작해 22살에 첫 장편영화 <소년 소녀를 만나다>(1984)를 만들었고, 이 작품이 칸국제영화제에 소개되면서 ‘천재’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어 <나쁜 피>(1986)와 <퐁네프의 연인들>(1991)을 통해 단숨에 젊은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이후 <폴라 X>(1999)와 <홀리 모터스>(2012) 그리고 올해 칸국제영화제 개막작이자 감독상을 받은 <아네트>를 내놓았다.

‘천재’라고 불렸던 부분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으며 “내 영화는 혼돈(혼란)에서 시작한다.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만 했지, 영화를 배운 적도 없고 카메라를 어떻게 찍는지도 전혀 몰랐다. 혼란할 때마다 든든한 조력자와 협력자들이 함께 해준 덕분에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감독은 긴 영화 경력에 비해 작품 수는 극히 적은 편. 단 여섯 편의 장편만을 만든 이유에 대해 “예산 문제, 나를 둘러싼 악명, 캐스팅 지연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또 어떨 때는 더 이상 상상할 수 없는, 에너지가 고갈된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고 사정을 말했다.

“하지만, 만약 내가 이 세상 돈을 다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또 이 세상 모든 배우를 캐스팅할 수 있다고 해도 아마 3편 정도 더하지 않았을까 한다”며 “다작을 못 하는, 다작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자평했다.
 <아네트>
<아네트>

“작품마다 그 이전의 나와 이후의 나는 다른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내가 달라졌다고 느껴야만 새 작품에 돌입할 수 있다”고 부연하며, “이런 면에서 <아네트>는 좀 다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밴드 스팍스의 제안으로 시작한 <아네트>에 대해 감독은 “누군가부터 제안을 받아서 한 첫 프로젝트”라면서 “스물살 때부터 항상 언제나 뮤지컬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또 영어로 제작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게다가 13살 때 스팍스의 음악을 듣기 시작한 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여러 조건이 충족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아버지로서 “좋은 아버지가 되고자 한 나쁜 아빠의 이야기라는 점에도 끌렸다”고 덧붙였다.

스팍스와의 협업에 대해서는 “굉장히 편안하고 심플했다. 그들에게 무언가를 요청하는 것이 아닌 함께 만들어 간다는 느낌을 받아서 농담처럼 내가 ‘세 번째 브라더’라고 말할 정도”라고 과정을 전했다.

감독은 <홀리 모터스>와 <아네트>의 오프닝에 직접 출연했다. 특히 <아네트>는 딸과 함께 동반 출연해화제가 됐다. “두 작품은 아버지가 된 이후에 만든 작품으로 <홀리 모터스>에는 나와 (키우는) 개가, <아네트>에는 나와 딸이 등장한다. 마치 홈비디오 같이 남기고 싶은 마음에 직접 출연한 것”이라고 이유를 말했다.

최근 흥미롭게 본 영화를 묻는 질문에는 “여전히 영화를 사랑하지만, 요즘에는 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다”며 대신 애정하는 무성영화 <선라이즈>(1927), <군중>(1928), <리틀 리제>를 추천했다. <리틀 리제>는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시기에 나온 작품이라 후반부에는 소리가 나온다고 설명한 감독은 영화는 역사가 짧기 때문에 무언가를 재창조하지 않으면 동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무성에서 유성, 유성에서 칼라 그리고 현재의 디지털과 3D까지 변화하면서 영화의 힘을 이어왔다는 것. “기술의 발전보다 핵심은 감독의 실험정신이다. 기본 위에 감독의 실험정신이 발휘되어야 한다. 여기서 기본이란 이미지를 캡처하는 것, 즉 영화를 찍는 것”이라고 견해를 피력했다.

구원을 찾았냐는 물음에는 “못 찾았고 앞으로도 절대 못 찾을 것 같다”고, 또 감독에게 담배는 어떤 의미냐는 신선한 질문에는 “세 번째 작품부터 제작자나 변호사 등과 비즈니스 미팅을 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담배를 피게 됐다. 지금은 그런 만남의 기회는 없지만 끊을 수가 없어서 계속 피고 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자기가 만든 영화를 보면서 파괴의식과 자괴감을 느낀다는 한 학생이 감독은 어떤지 묻자, “내가 만든 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다. 편집하는 과정에서는 어쩔 수 없이 보지만 완성본을 보지는 않는다. <아네트>도 칸영화제 상영 때 한 번 봤다”며 “안 보는 이유는 만약 본다면 부족한 점이 보일 수도 있고, 안 봄으로써 내가 만든 영화를 좀 더 그럴싸하게 기억하며 위안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팬데믹 상황이 영화작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지금 목도하는 극장의 문제가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고 그 이전부터 있었다. 코로나와 스트리밍 플랫폼이 공통으로 원하는 건 관객이 극장을 떠나 집에 머무는 것”이라며 “사람이 모이는 극장이 위협받고 있는 것은 너무나 슬픈 현실”이라고 바라봤다.

향후 OTT 플랫폼과의 협업에 대해서는 “영화가 아닌 시리즈 등 다른 형식이라면 고려해 보겠지만, 영화는 반드시 큰 스크린에서 관객과 만나도록 작업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OTT 플랫폼을 통한 재상영은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시간상 질문을 다 소화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몇몇 질문과 대답은 감독의 작품세계를 이해는 매우 중요한 키”라고 평가하며 이날 클래스를 마무리했다.


2021년 10월 10일 일요일 | 글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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