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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수다회] 보편적 소구력에 주인공 케미까지! 애플TV+ <파친코>
2022년 5월 9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목요수다회]는 무비스트 기자들이 같은 영화(시리즈)를 보고 한 자리에 모여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입니다. 관람 후 나눈 대화인 만큼 스포일러가 잔뜩 포함돼 있으니 관람 전 독자는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Apple 명동에서 Today at Apple 세션을 통해 시청자들과 만난 김민하 배우
Apple 명동에서 Today at Apple 세션을 통해 시청자들과 만난 김민하 배우

애플TV+ 픽!

은영 <파친코>는 천억 원에 육박하는 제작비에 영어, 일본어, 한국어 사용 등의 글로벌 프로젝트를 표방,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어요. 지난 3월에 공개해 국내외에서 호평 받으며 시즌1의 막을 내렸는데요. 약 4년 반 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라고 하네요. 그간 동양인을 주인공으로 그들의 역사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은 없었기 때문에 제작사를 찾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가 출간된 그해 워낙 화제작이었지만, 그럼에도 총괄프로듀서이자 각본가인 수 휴와 마이클 엘렌버그의 인터뷰를 보면 당시 이 시리즈가 성공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자신들밖에 없었다고도 하고요. 당시는 <기생충>이 아카데미 수상 전이라 더욱 확신이 없었겠죠. 투자자를 만나서 피칭하면 대부분 작품에 공감하면서도 섣불리 투자를 결정하지 못했는데 애플이 과감하게, 전폭적으로 지원했다고 합니다.

금용 애플TV+의 방향성과 잘 맞았다고 생각해요.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역사는 훌륭한 소재인 데다 한국 콘텐츠의 위상도 그만큼 올라왔으니까요. 또 중국이나 베트남 등의 역사가 어느 정도 알려진 반면, 한국의 역사는 그간 다루어지지 않은 면이 크기도 하고요. 게다가 <파친코>가 오롯한 역사 드라마는 아니잖아요. 4대에 걸친 한 가족의 서사, 그 한가운데 있는 여성에 포커싱하는 로맨스 드라마이자 삶의 드라마라 그만큼 국가에 상관없이 높은 소구력을 지녔다고 생각해요.

재하 한국 콘텐츠의 강한 파급력을 주목하고 싶어요. 한국 내에서 성공한 콘텐츠는 해외에서도 굉장히 인기가 높아요. 또 한국은 아이폰을 비롯해 애플에 대한 충성도가 굉장히 높고, 거기다 탄탄한 원작이 있었잖아요. 이래저래 여건이 맞은 결과물이 아닌가 합니다. 한편으론 역사 콘텐츠는 가장 안전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되기도 하고요.

금용 전 역사 콘텐츠가 안전하다는 데는 좀 반대예요. 오히려 굉장히 리스키하다고 봐요. 한국만이 아니라 일본과 얽힌 역사라서 일본의 입장을 살피지 않을 수 없을 거고요. 또 일본이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국가적인 위상과 콘텐츠 파워에 있어 파급력이 높은 나라라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한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은영 양쪽에서 동시에 비난받을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안고 간 건 맞아요. 일본의 우익 단체에서 항의성 발표를 하기도 했죠. <파친코>의 등장은 한국과 한국 콘텐츠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는 하나의 방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엄밀하게 보면 <파친코>를 100% 한국 콘텐츠라고 단정하기엔 애매한 측면이 있긴 해요. 기획과 제작을 모두 미국에서 담당했고, 배우도 한국 일본 미국 출신 등의 다국적 배우가 참여했으니까요. 또 한국, 일본, 캐나다 등 여러 국가에서 로케이션을 진행했고요. 결국 한국(인)을 중심으로 제작된 글로벌 대작이라고 보는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노년의 선자-윤여정
노년의 선자-윤여정

영리한 애플TV+!

재하 이번에 애플TV+가 <파친코>를 3화까지 한 번에 공개한 건 유효했다고 봐요. 사실 저같이 성격이 급한 사람은 매주 챙겨보지 못하거든요. 근데 3화까지 한 번에 풀어서 일단 작품에 시청자를 안착시키고 붙들어 뒀어요. 무엇보다 한수’(이민호)-‘선자’(김민하)의 러브라인을 초반 3화에서 확실하게 보여줬죠. <파친코>는 하나의 에피소드 안에서 나름의 기승전결이 갖춰진 모양새라 만약 처음에 1화만 풀었다면 다음화를 보게 할 동력이 부족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은영 동감요. 디즈니+가 <너와 나의 경찰수업>, <그리드>, <문나이트>를 한결같이 매주 1회 공개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죠. 상황에 따라 유연한 전략을 취한 듯해요.

금용 후발 플랫폼들이 넷플릭스가 아닌 다음에야 전편을 한 번에 공개하긴 어렵죠. 나눠서 하는 게 화제성을 확보하고 시청자를 길게 잡아 두기 위한 필수전략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면에서 애플은 이번에 확실히 영리한 전략을 가져갔어요. 특히 <파친코>는 역사극이라 1회만 봐서는 감이 안 올 테고, 특히 해외 시청자는 더 그렇겠죠. 그들이 열광하는 한수-민하의 로맨스까지 적절한 지점에서 ‘컷’을 잘했어요.

은영 영리한 애플이라는 데 역시 동감요. 자꾸 디즈니+와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디즈니는 PC(Political Correctness)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또?’ 이런 시선을 받기도 하잖아요. 이런 면에서 애플TV+은 아예 주변부에 있던 동양권 서사에 비영어라는 비주류 콘텐츠를 중심으로 끌고 왔다는 데서 여기저기 PC를 얹는 것보다 더 평가해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금용 디즈니+는 그간 쌓아온 콘텐츠가 방대하고 그렇다 보니 어떤 제약을 받는 지점도 많은 거로 알아요. 반면 애플은 후발주자로서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애플TV+의 콘텐츠를 보면 단기적인 이익, 그러니까 빠른 시간에 많은 구독자를 유치하는 걸 목적으로 하기보다 콘텐츠 자체를 중요시하는 것 모양새예요. PC 요소가 개입할 여지가 없는 콘텐츠도 많고요. 가령 매우 독특한 아이디어의 SF 물이 여럿인데 이런 소재는 PC가 끼어들 여지가 적죠. 한편으론 필요에 따라 <더 모닝쇼>같이 완전히 여성을 중심으로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우기도 하거든요. 다시 말해 할 말은 하지만 뜬금없는 PC 얹기 소위 ‘PC 뿌리기’는 하지 않는다는 거죠.

재하 듣고 보니 선택과 집중을 잘하는 애플TV+ 네요. 동아시아 국가의 역사라는 리스크가 있는 소재, 또는 독특한 SF 등과 같은 호불호가 매우 갈릴 수 있는 소재를 오히려 콘텐츠의 정체성으로 가져간다는 것 자체가 혁신적이랄까요. 애플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나 보네요, 물론 자회사니 당연하겠지만요, 거기다 애플의 엄청난 자금력도 든든한 뒷배니까요. (웃음)
 선자(김민하)-한수(이민호)
선자(김민하)-한수(이민호)

해외에서 더욱더 극찬!

은영 1화는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했는데 1000만 뷰가 훌쩍 넘었더라고요. 한국 인구를 생각하면 엄청난 반응이죠. 그런데 해외의 반응이 더 뜨겁다죠. 미국에선 현지 드라마 이용자 평균보다 3~4배 넘는 이들이 시청했다고요. 현재 넷플릭스 유료 구독자 수는 약 2억 2200만 명이고, 애플은 약 2500만 명으로 약 8.8배 차이가 나요. 하지만 애플이 어마어마한 자금력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다면 또 모르죠, 예상보다 빨리 따라잡을지도요.

재하 대체로 호평이지만, 에피소드가 공개되면서 비판적인 시각도 올라오고 있더군요. 대표적인 게 7화 에피소드예요. 원작에는 없는 관동대지진을 그리면서 한수의 과거를 들려주잖아요. 지진 중 아버지를 잃고, 품성이 괜찮은 일본인의 도움으로 한수가 살아남아요. 이때 착한 일본인을 등장시켜 일본을 미화하고, 한수도 서사를 부여해서 사연 있는 악역으로 만든다는 거죠. 또 선자의 남편 ‘이삭’(노상현)은 독립운동가의 자손으로 사회주의자로 잡혀가서 선자가 원망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 역시 원작과는 차이가 있거든요. 당시의 (일본의) 악행을 고스란히 담기에는 제작진도 눈치 보이지 않았을까 싶고 또 러브라인을 살리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 각색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은영 사실 절대 악인이면 선자가 사랑했겠나요!(웃음) 정통 역사극이 아닌 다음에야 어느 정도 각색과 희석은 허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사실 7화 보면서 혼자 나이 계산을 열심히 했거든요. 1923년에 관동대지진이 일어나고, 이때 한수는 아버지와 함께 사는 가난한 고학생이에요. 그런 그가 선자의 아들, 바로 한수의 아이죠, 노아가 7살 때 만나는데 그때가 1938년이라고 나와요. 선자를 만나기까지 짧은 시간에 (야쿠자로) 어떻게 성장했지, 뭐 이런 의문을 혼자…. (웃음) 전반적으로 <파친코>를 바라보는 국내의 시선이 굉장히 애정 어리다고 할지, 드라마가 8화 안에서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헤아리고 긍정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인상이에요. 그렇다고 <파친코>가 나쁘다든가 실망스럽다는 건 아니니 오해 말길요.

금용 해외 반응이 어마어마해요! 훨씬 더 사랑받고 있고 평도 정말 좋아요. 현재 로튼토마토 신선도지수 98% 팝콘지수 95% 예요. 평론가뿐만 아니라 일반 시청자도 진짜 재밌어 한다는 거죠. 게다가 IMDB 8.5 점인데 이중 절반 이상이 만점을 줬답니다. BBC나 CNN 등 해외 유수의 매체들도 호평했고요. 리뷰를 보면 연출이 유려하고 인물과 공간 묘사가 좋다는 평이 압도적이에요. 물론 콘텐츠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언어에 따라 자막의 색을 달리하는 등의 세심한 배려에도 칭찬의 목소리가 높아요.

은영 자막 얘기가 나온 김에, 전 큼직한 자막으로 시간대와 공간의 변화를 확실하게 알려주는 게 좋았어요. 교차 편집이 많아서 이렇게 해주니 확실히 구분이 잘 되는 부분이 있더군요. 또 방대한 서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생각이나 드라마로서는 좀 아쉽기도 했어요. 드라마의 힘이 부족하다고 할까요. 갈등 즉 봉합 혹은 해소랄지, 극적인 상황에서 컷하고 다른 장면이 들어오는 느낌이 들더군요. 대표적으로 선자가 한수가 아닌 이삭과 결혼을 결정하는 지점요. 그래도 한수-선자의 갈등이 좀 더 첨예하게 드러날 줄 알았거든요.

재하 큰 자막을 활용한 게 전 별로였어요. 4대에 걸친 서사를 대부분 교차편집해서 담으면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지켜보게 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생각했어요. 극 중 인물에 몰입하기보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보는 것 말이죠. 설명이 많다고 느꼈는데 그래서인지 K-콘텐츠치고는 늘어진다는 평도 있더군요.
 선자의 손자 '솔로몬'(진하)
선자의 손자 '솔로몬'(진하)

참신한 배우진

이금용 개인적으로 ‘솔로몬’(진하)역의 진하 배우가 아쉬웠어요. 왜냐면 솔로몬이 주로 할머니(윤여정)와 투샷으로 잡히는 장면이 많은데 두 사람이 너무 안 닮아서…뭔가 가족 같은 느낌이 잘 안 살더라고요. 한국계 미국인 배우가 여럿일 텐데 어떤 면에서 캐스팅했는지 궁금했어요. 그리고 ‘선자’ 역의 김민하 배우는 연기를 정말 잘한다고 느낀 게 사투리 구사가 아주 자연스러워요. 제가 약간 말투에 예민한 편인데 거슬리지 않았거든요. 그렇게 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연습했을까 싶어요. 그리고 김민하 배우가 표현하는 선자의 인생사가 정말 파란만장하잖아요. 어릴 때 아버지가 죽고 아픈 사랑을 겪고 낯선 일본에 가선 먹고 살기 위해 김치를 담아서 파는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고 헤쳐 나가는 데 이때 폭넓은 감정선을 잘 표현했더군요.

재하 김민하 배우는 오디션을 볼 당시 소속사도 없었다고 해요.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그 포텐셜을 인정받아 캐스팅된 거잖아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과 <지금 우리 학교는>에 이어 이번 <파친코>까지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콘텐츠의 얼굴인 한국 배우, 나아가 동양인 배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돼요. 실제로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정호연 배우는 애플TV+ 시리즈 <디스클레이머>에 이어 <더 가버니스>에도 캐스팅됐잖아요. 더욱 다양한 작품에서 한국 배우들을 볼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또 ‘선자’의 엄마로 분한 정인지 배우를 빼놓을 수가 없네요. 클로즈업이 자주 되는데요, 얼굴 근육의 움직임만으로 감정을 선명히 전달하는데… 정말 감탄했어요. 그리고 일명 ‘아랍두부’(이민호-김민하) 케미는 팬들이 드라마를 달리게 하는 힘이죠!

은영 아랍두부! 해외팬을 끌은 확실한 요인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사실 윤여정, 이민호, 정은채 배우를 제외하고는 많이 안 알려진 배우가 대부분이잖아요. 일본 배우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래서 굉장히 낯설면서도 신선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아마 국내 드라마처럼 매번 보는 배우진이 출연했다면 일정부분 식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을 것 같아요. 모자수(박소희)-선자(윤여정)의 모자 케미도 좋았고요, 진하 배우도 어울렸다고 생각해요. 일본에서도 미국에서도 이방인 같은 위치에 있는 ‘솔로몬’에 잘 표현한 것 같아요. 특히 어눌하고 서툰 한국어 말이죠. 일부러 그렇게 하려면 연습해도 힘들 것 같거든요. <파친코>는 코고나다, 저스틴 전 두 감독이 각기 에피소드를 나눠서 연출했잖아요. 1, 2, 3, 7화는 코고나다 감독이 4, 5, 6, 8화는 저스틴 전 감독이 맡았는데, 전 큰 차이는 모르겠더라고요.

재하 저스틴 전 감독이 서사의 전달에 강하다면, 코고나다 감독은 드라마틱한 연출을 잘하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금용 <파친코>가 <오징어 게임> 만큼의 파급력을 지닐 수 있을진 의문이지만,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확보한 이때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해요. <파친코>를 기점으로 한국 콘텐츠가 특정 장르에 제한되지 않고 보다 다양한 장르로 뻗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좋겠네요.


사진제공_<파친코> 스틸/ 애플TV+


2022년 5월 9일 월요일 | 글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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