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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진정한 사랑 이야기이다
‘오아시스’ 기자시사회 | 2002년 7월 30일 화요일 | 컨텐츠 기획팀 이메일

찌는듯한 더위가 있은 뒤 시원한 단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오후, 영화 <오아시스>의 첫 기자시사회가 7월 29일 종로 씨네코아에서 열렸다. 며칠 전 제 59회 베니스 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 출품이라는 좋은 소식까지 있어 더욱 기대와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던 영화 <오아시스>가 드디어 뚜껑을 여는 날.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 이스트필름 명계남 대표, <오아시스>에 출연한 류승완 감독, 좋은 영화 김미희 대표 등의 영화 관계자들이 참석하였다. 뇌성마비 장애인 역할을 연기한 배우 문소리는 무대에 서서 “<오아시스>는 재미있고 유쾌한 영화이다. 우스우면 웃어도 되고, 찍으면서 고생 안했으니 마음 편하게 즐겨달라”라고 말했고, 배우 설경구는 “이쁘지 않은 배우들만 나오는 영화”지만 “이쁘게 봐달라”고 특별히 부탁했다. 배우들이 영화 재밌다고 은근히 주장하니 부담된다는 이창동 감독 역시 긴장된 표정으로 무대인사를 마쳤다.

<오아시스>는 <초록물고기>,<박하사탕>등을 연출했던 이창동 감독의 세번째 작품으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세상과 격리된 전과 3범의 사회 부적응자 홍종두와 뇌성마비 장애인 한공주가 펼치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사랑이야기이다.

Q. 영화 <오아시스>에서 ‘오아시스’의 의미는?
이창동 감독 : 기다리면서 예상 질문을 생각했었다. (모두 웃음) 예상 질문 1번을 해줘서 고맙다. 오아시스는 대단한, 판타지 속에 나오는 그런 오아시스가 아니고 낡은 아파트 벽에 걸려 있는 싸구려 벽걸이이다. 한국 사람들은 오아시스란 말을 굉장히 많이 쓰는데, 노래방이나, 러브 호텔이나 이러한 데에도 오아시스가 다 있다. 그렇지만 오아시스란 말을 그렇게 많이 쓰면서도 그 말이 품고 있는 진정한 의미는 잊어버리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에서 사랑이든 영화든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판타지가 낡아버린 의미로 가까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 속에 숨은 의미를 관객과 함께 생각해 보고 싶었다. 즉, 너무 흔해빠졌지만 정작 내용은 잊어버리고 있는 판타지라고 말할 수 있겠다.

Q. 전작들에 비해 <오아시스>는 희망적인 내용인데?
이창동 감독 : ‘희망’이라기 보다는 사랑을 성취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해피 엔딩’이라고 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사랑하는 동안에 사랑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모든 사랑은 해피 엔딩이라고 생각한다.

Q. 이창동 감독과 같이 하는 작업이 짜증나는 일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오아시스> 촬영이 끝난 지금은 어떤가?
설경구 : 지금도 짜증난다.(일동 웃음) 이후에 작품을 한다고 해도, 편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할 것 같다. 엄청나게 짜증을 내면서, 내 자신을 자학하면서 할거라고 생각한다.

Q. 박하사탕의 이미지는 벗은 것 같은데?
설경구 : 아니, 나는 박하사탕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이다. <박하사탕> 개봉하고 나서 상도 많이 받고 좋았는데, 그게 콤플렉스가 될 줄은 몰랐다.

Q. 문소리씨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연습을 했는지?
문소리 : '하면 된다'라는 말을 참 싫어하는데, 하다보니까 되었다. 연습 기간이 길지는 않았으며, 몸이 뇌성마비 장애인과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그분들과 똑같이 하려고 해도 모델링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내 몸과 맞는게 어떤것인지 찾아갔다. 감독님과 같이 어떤 모습이 가장 관객들에게 뇌성마비 장애인의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 효과적인 모습을 찾아 보면서 만들어갔다.

Q. 눈에는 기구 같은 것을 넣은 것인가?
문소리 : 아니다. 눈은 지금도 하라고 하면 할 수 있다. (모두 웃음) 누구나 연습하면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보다 보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안구의 위치가 달라지면 사람이 큰 사람 안에 똑같은 사람이 들어가 보이기도 하고, 기울어 보이기도 하고 겹쳐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세상이 보이면 내 안에, 캐릭터에 더 집중이 되는 것 같은 그런 느낌도 들고 .
이창동 감독 : 여러분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신체적으로도 어렵다. 모든 전신을 다 뒤틀어야 되니까. 같이 하면서 문소리씨가 신체적인 것보다 감정적으로 정서적으로 훨씬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그냥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Q. <박하사탕>이후 설경구, 문소리 두 배우의 연기에 대해?
이창동 감독 : 설경구씨는 내가 평가할 배우가 아니다. 나는 정말로 설경구라는 배우를 만난 게, 내가 감독으로 밥벌어먹고 살면서 '내가 참 운이 좋은 인간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오아시스>를 찍으면서,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전의 작품과 겹쳐지면 어쩔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런 부담이 솔직히 있었지만, 촬영하면서 보니 전혀 다른 인물이 되어 있었다. 설경구 자체가 다른 인간이 된 것 같다. 아까 짜증이라는 말을 했는데 <박하사탕>때는 짜증을 별로 내지 않았었다.(모두 웃음) 짜증을 내도 이성적으로 숨겼었다. 그런데 지금은 홍종두가 되어 거의 자제력이 없다. 현장 바깥에서 보면 똑같은데 현장에서 보면 설경구 자체가 달라져 있었다. 문소리씨는 사실 <박하사탕>때는 - 개인적으로는 그게 굉장히 힘든 연기라고 생각하지만 - 뭔가를 보여줄 만한 것이 없었다. 한공주 역할은 문소리씨가 아니면 처음부터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 역할은 물론 뛰어난 감성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야 하지만 작품에 대한 절대적인 헌신성이랄까 애정, 나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한국의 여배우들,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도 솔직히 없고. 본인에게는 상당한 불운이 될지도 모르지만 역시 나로서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정상, 비정상이라는 경계를 무색하게 하는 진정한 사랑 이야기 <오아시스>는 여름의 끝자락인 8월 15일, 관객들의 눈에 푸른 오아시스처럼 공개될 예정이다.

취재 : 구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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