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김재원, 하지원의 '내사랑 싸가지' 언론시사회
싸가지 쥔님과 노예고딩, 기다리셨죠? | 2004년 1월 6일 화요일 | 임지은 이메일


<다모>에서 비운의 관비를 연기해 눈물을 자아냈던 하지원이 이번엔 '피부가 장난이 아닌' 김재원의 노비가 됐다. 물론 영화 <내사랑 싸가지>얘기. 식을 줄도 모르는 인터넷 로맨스 소설의 인기를 견인한 일등공신이었던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내사랑 싸가지>(제작: (주) 포이보스, (주)제이웰 엔터테인먼트)가 어제(1월 5일) 언론시사를 가졌다.

그 태생만 보아도 짐작하기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내사랑 싸가지>는 철저히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청소년들의 감성과 관심사에 기댄 영화. 우선 스위트한 외모에 남자다운 몸매를 겸비, 여학생들의 왕자님으로 군림한 김재원이 주연을 맡았다는 점(새삼스러운 얘기지만 세상 참 좋아졌다. 요새 꽃미남들은 몸도 좋다)에서부터 영화 내내 등장하는 요새 젊은이들의 풍속도까지 어르신들에게는 생경한, 그리고 십대들에게는 친숙하고 반가울 모습들이 가득 포진해있다. 연애편지 쥐어주고 도망치는 게 우리 부모님 세대, 호출기 음성사서함에 노래 녹음해놓는 게 언니 오빠들의 연애스토리라면, 21세기 초엽에는 바로 찍어 바로 전송하는 동영상이 대신 그 자리를 메운다. 비밀도 없고 수줍음도 없는 요새 젊은이들은 그래서 감정마저 이모티콘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인터넷 소설에 그리들 열광하는 모양. 클릭비의 김상혁이나 '세바스찬' 임혁필을 비롯한 TV 스타들의 카메오 출연도 시선을 모을 만 하다.

평범한 여고생 강하영(하지원)은 연하 남친에게 차인 직후 기분 몹시 더러운 나머지 깡통을 차서 하늘로 날려보낸다. 문제의 깡통이 '싸가지' 대학생 안형준(김재원)의 외제차 안으로 뛰어들어 그의 머리를 강타하면서 두 사람의 첨예한 먹이사슬의 역사는 화려한 막을 올린다. "수리비 300만원 내놔. 없음 몸으로 때우던지." 그리하여 하영은 별 수 없이 형준이 내민 '노비계약서'에 사인하고 그의 다기능 리모콘 노예로 전락한다. 한편 청소에 레포트 대필, 비오면 우산 바치고 비 맞고 가기 등등 갖은 수모를 겪던 그녀, 수리비가 실은 끽해야 2만원 짜리라는 걸 알게 되자마자 형준에게 처절한 한 판 복수를 펼친다. 그러나 실컷 부려먹고는 "짜장면이나 사 먹으라"며 적선하듯 지폐를 던지는 인간말종 형준이 당하고만 있다면 이상하겠지. '싸가지 주인님'이 이번엔 노예고딩의 과외선생님으로 일약 부임하면서 두 사람의 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악랄한 부자 도련님의 하녀 신세로 전락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강하영은 집안의 생계를 떠맡은 어엿한 가장인 <꽃보다 남자>의 츠쿠시보다 한층 더 대책 없는 처녀. 수업 시간에 꾸벅꾸벅 졸면서 백마 탄 왕자나 꿈꾸고 있으니, 아는 공식이라곤 REF의 "이별 공식"이 다인 것도 무리가 아니다. '호러 퀸' 하지원은 <내사랑 싸가지>에서 대책 없는 고딩으로 분하며 <다모>의 채옥이 보여주던 처연한 눈망울에서 철저히 탈피했다. 한편 어디까지나 어린 세대를 타겟으로 한 영화라곤 하지만, 외면하기에 너무 뚜렷이 도드라지는 터무니없는 설정이나 배설물 개그는 난처한 느낌마저 주기도. <내사랑 싸가지>로 데뷔하는 신동엽 감독은 영화 <동감>의 원작자이며 <유아독존>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던 진짜 젊은 감독이다. 알려진 대로 개그맨 신동엽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시사 후 있었던 기자회견 내용은 아래 간추려 소개.

Q: 역할 소개를 부탁한다.
하지원: 고 3 학생 강하영을 연기했다. 평범하지만 공부는 평범보다 더 못한다. 싸가지 대학생 형준을 만나면서 처음으로 사랑이 뭔지 깨닫게 되기도 한다.
김재원: '싸가지'로 불리는 대학생 안형준이다. 나름대로 정말 싸가지 없이 연기하려 노력했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Q: 데뷔작이라 긴장한 탓인지 아까 앉지도 못하고 서서 보던데, 감독의 관람 후 소감은?
신동엽 감독: 다른 것보다도 내가 오래 전 느꼈던 첫사랑의 느낌을 고스란히 담으려 노력했다. 당시 좋아했던 <보랏빛 향기> 같은 노래를 쓴 것도 그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배우들이 잘해준 탓인지 결과도 만족스럽고. 오늘 보신 분들은 연령층이 높아선지 후반부에선 좀 지겨워하는 것 같더라. 중고등학교 때 마음으로 돌아간다면 영화가 새로이 보일 것 같다.

Q: 하지원에 질문. 기존에 연기했던 역할들은 주로 무거운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기존 이미지와 판이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촬영 당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하지원: 그간 공포물을 비롯, 주로 무거운 역할들을 해왔지만 이런 가벼운 역할은 더 늦기 전에 한 번 쯤 해보고 싶었다. (이 때 옆에서 "더 늦기 전에.."를 되뇌이며 웃는 김재원) 코미디 영화 경험이 거의 없다보니 스탭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얼굴을 찡그린다거나 팔자걸음을 걷는 등 하영의 행동은 실은 실제와 무척 닮아있다.

Q: 김재원의 첫 스크린 진출작이기도 하다.
김재원: 첫 영화를 마친 기분은 평가나 흥행의 문제를 떠나 우선 좋다. 카메라 앞에서 맡은 역할을 표현한다는 것 자체는 드라마나 영화나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정말 힘들었던 건 기다리는 일이었던 것 같다.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드라마촬영과는 달리 준비시간이 너무 길더라. 시간이 길어질수록 탈진하는 느낌이어서 걱정스럽기도 했고. 다음 영화부터는 좀더 요령 있게 임할 생각이다.

Q: 하지원에 질문. 오랜만에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이 어떤가?
하지원: 수학을 2점 맞는 <내사랑 싸가지>의 하영이보다 공부는 더 잘하고, 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애초 시나리오에 묘사된 것보다 정작 영화에서는 더 엉뚱한 애가 된 것 같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연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사회에 나와서 만든 추억이 거의 없다. 중,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지내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에 교복 입고 나보다 어린 친구들과 연기할 때도 그냥 자연스럽고 즐거웠던 것 같다. 앞으로는 좀더 인간적 깊이가 있는 역할을 해야겠지만, 이런 가벼운 연기는 지금 아니면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중간에 삽입된 <다모> 패러디도 사실은 내가 제안한 것이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즐겁게 봐줬으면 한다.

Q: 영화와는 달리 하지원이 김재원보다 누나인데, 둘 사이의 호흡은 어땠는가?
하지원: 늘 나이 많은 선배님들, 오빠들과 연기하다가 어린 동생과 하려니 확실히 힘들더라. (옆에서 뭔가 항의하려는 듯한 김재원을 "몰랐니?" 라며 일축하는 하지원) 이렇게 인터뷰 할 때만 해도 그렇고, 또 촬영장에서도 선배님들이 주도하셨으니까. 근데 이젠 내가 누나니 챙겨줘야 한다는 얘기 아닌가. (슬쩍 눈치를 보더니 말을 바꾸는) 그런데 재원씨는 워낙 방송에 보여지는 여린 이미지와는 달리 남자답고 터프하다. 연기할 때도 그냥 친구 같았다. 단 워낙 기다리는 걸 초조해해서 진정시키느라 애먹은 것만은 사실이다.
김재원: 나보다 일단 선배시고, 영화 경험도 많다 보니 처음 만났을 땐 좀 어려웠다. 많이 챙겨주고 배울 수 있겠거니 했는데 밥 사라고 조르지를 않나(웃음)... 그렇지만 선배로서 많이 이해하고 도와준 덕에 마음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취재: 임지은
촬영: 이영선

1 )
iwannahot
임지은   
2007-04-28 15:07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