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루멧 감독의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수입/배급:㈜아펙스엔터테인먼트)가 현대 미국 사회의 한 면을 냉철히 조망해 화제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과 에단 호크가 형제로 출연하는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는 경제적 위기에 몰린 두 형제가 털려던 곳이 친 부모님의 가게라는 사실을 통해 범죄 드라마가 아닌 가족 붕괴를 그린 드라마로 방향 선회를 한다.

극 중에서 가장 불행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는 장남 앤디는 사실 현대 미국 사회 중산층 가정의 가장을 대표하는 있으며, 동생과 불륜을 저지르는 부인 지나, 이혼 후 양육비 문제로 고생하고 있는 동생 행크, 언제나 동생에게만 너그러운 아버지 등 앤디의 가족들은 그런 앤디라는 캐릭터의 고독과 상실감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매개로 작용한다.

시드니 루멧 감독은 이를 통해 부모, 형제, 아내와 남편 등 가족이란 이름으로 한 울타리에 모여 있는 것 같지만, 어떤 작은 계기만으로도 간단히 무너질 수 있는 양면을 지닌 집단이라는 것을 담담한 시선으로 묘사하고 있다. 게다가 영화의 배경인 뉴욕을 이용해 건드리면 깨질 것 같은 얄팍한 미국 중산층 가정을 화려한 뉴욕 도시 속에 묻혀진 등장 인물 개개인의 모습들로 냉철하게 조망하고 있다.

미국 중산층의 양면성을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는 영화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는 오는 5월 14일 씨네큐브에서 만나볼 수 있다.

2009년 4월 22일 수요일 | 글_김용환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