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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평가! 이미지와 사운드의 공감각적 내러티브
M | 2007년 10월 17일 수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엄청난 것을 봐버렸다. 말로만 듣던 것이 눈 앞에 출몰했을 때의 느낌. 분명 난 화면의 밖에서 수동적인 관찰자의 위치를 점하고 있었는데 스크린에 상이 출렁이는 순간, 공간이 일그러지며 스크린과 맞닿아버리는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기분이 들었다. 주문 같은 독백 뒤로 흘러가는 이미지, 그리고 반짝이는 자줏빛 네온 싸인, 깜빡이는 네온 사인이 밝혀지는 순간 마법 같은 이미지 속에 갇혀버렸다. 믿을 수도 없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 난 제 자리를 잊은 채 <M>의 최면에 빠져버렸다.

이명세 감독의 전작 <형사>는 누군가에겐 간직하고픈 환상이고, 다른 누군가에겐 지우고픈 악몽일 것이다. <인정 사정 볼 것 없다>의 플롯 위를 떠다니던 이미지들은 <형사>에선 되려 플롯을 공격하듯 그 자체로 내러티브를 점거한다. 경악할 수 밖에 없는 그 방식은 너무나 신선했지만 한편으로 무모해 보였다. 선명한 어둠으로 공간을 가두던 <형사>의 그림자적 이미지즘은 빛을 통해 빛을 가두고 정서적 영역을 확보하는 <M>으로 진보했다. <M>의 이미지는 단지 어떤 미학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한 테크닉의 수단이 아니라 영화의 적극적인 소통의 매개체로 활용된다. 동시에 그 미학과 평행선을 그리는 음향의 파고는 극적인 감정을 타고 넘나드는 수단 이상의 본질적 요소로 자리잡는다. 이미지를 밀어내는 이미지, 소리를 삼키는 소리, 이미지와 소리는 <M>의 정서를 그리는 이퀄라이저(equalizer)로서 서로의 위치를 바꾸고 수없이 높낮이를 조절한다.

<M>을 이야기로서 설명하고자 하면 무기력해질 것만 같다. 그것은 <M>에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M>은 이야기를 짚어가는 선명한 흐름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공간은 매번 다른 지점으로 문을 열고 있으며 인물은 그 문을 따라 수없이 시간을 이탈하고 끊임없는 굴레를 돌아간다. 마치 그것은 몽유병 환자의 자취를 쫓아가는 것처럼 무의식적이어야 하며 신경을 곤두세울수록 이야기와 멀어지는 것 같은 절망감을 헤맬 것만 같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는 <M>의 이미지가 단명한 이야기의 여백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M>의 이야기는 강의 저편에 서 있는 이들이 서로에게 손을 뻗어나가는 간절한 욕망의 사연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레테의 강, 생과 사의 접점에서 서로를 그리는 남녀의 이뤄질 수 없는 현실의 몽환적 체험이자 환영 같은 고백이다. 떠나가야 하는 자와 떠나 보내야 하는 자 사이에 놓인 것은 미로 같은 이미지로 채워진 뜬구름 같은 공간들이다. 그 뜬구름 같은 공간 속을 부유하는 옛사랑의 추억은 어지럽게 흔들리는 기억의 그림자로 드리우거나 따스하게 내려앉는 기억의 볕처럼 스며들기도 한다.

거울의 양면성. <M>은 중의적 속성을 지닌 한 인간의 내면에 천착한 이중성의 이미지즘이기도 하다.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수없이 이동하는 공간 안에서 인물은 끊임없이 자아를 갈아입고 기억을 갈아탄다. 민우(강동원)는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을 장담할 수 없는 동선 위에서 끊임없이 내달리고 계속해서 자리를 맴돈다. 동시에 인물조차도 그것이 현실에 존재하는 것인지, 혹은 누군가의 상상 안에서 살아가는 허상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민우의 내피와 외피를 왕래하는 허상 같은 현실의 자가 분열, 하지만 그 환상은 황홀하게 비추기 보단 끔찍하게 파열된다. 일그러지는 목소리, 비명처럼 확장된 매미 울음, 발자국처럼 조여 드는 키보드 소리, 음산함과 신비한 명암을 끊임없이 오가는 이미지와 극단적인 강약의 울림은 이야기를 추적하듯 인물의 시공간을 밟아간다. 마치 그림자를 쫓아내는 빛처럼, 혹은 빛을 잠식하는 그림자처럼 인물의 현재와 과거는 기묘한 공간의 접점에서 서로의 영역을 밀어내고 밀려나가듯 기억을 구축하고 동시에 허물어진다. 하지만 비현실의 몽상 같은 이미지를 헤매다 그 끝에 걸려드는 감정은 가슴 속을 휘벼파는 듯한 감동의 통증을 느끼게 한다. 누군가를 향한 절절한 그리움, 지나간, 혹은 지나쳐버린 옛사랑에 대한 애틋한 기억이 혼돈의 어지러움을 따스한 손길로 위무한다.

<M>은 세 인물의 시선을 통해 태엽처럼 맞물리는 접점을 형성하고 자석의 동일한 극처럼 동선을 밀어낸다. 현실과 동떨어진 것마냥 보이는 민우와 미미(이연희)는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는 은혜(공효진)와 대비되며 이런 인물의 현상적 대비는 영화가 직조한 비정상적인 동선 위를 활보하는 주체와 그 비정상적인 행위를 지켜보는 주체의 관점을 교차시키고 이미지의 교합을 통해 형성되는 어지러운 사연의 흔적을 따라잡는다. 인물에 따라 빈도 차를 보이는 현실과의 접점은 비현실적인 몽타주를 완성함과 동시에 그 몽타주가 지닌 혐의를 바라보는 3자의 객관적인 시선을 함께 배치하며 그 비정상적인 영화적 현상이 지향하는 지점을 감지하게 한다. 관객과 영화가 짊어질 수밖에 없는 어떤 괴리감은 직접적인 활자로 창작자의 욕망을 감히 드러내 보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은희의 당혹스런 심리를 통해 간접적으로 표출해 보이기도 한다.

또한 한편으로 <M>은 민우의 전지적 시점이 창조해내는 허구적 공간의 진행성 단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가 창조하는 소설 속의 인물은 작가 본연으로 대체되며 이는 마치 과거의 기억처럼 혼란스럽게 엮인다. 동시에 이는 미미가 존재하는 그의 허구적 시점 밖에 존재하는 은혜가 느끼는 당혹감의 현실성과도 맞닿는다. 자신의 이야기 안에서 정신병적인 착란의 기질을 보이는 작가의 비정상적인 창작열은 그 외부에 있는 3자에 의해 어지럽게 발견될 따름이다. 동시에 쇼윈도 너머로 반투명하게 비친 자아의 허상은 기억의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적인 경험을 선사하지만 기이하게 뒤틀리며 그 균열은 현실에서 마주칠 수 없는 아련한 기억을 소환한다. 마치 영화 내부에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가는 정신병적인 작가의 창작열을 어지럽게 마주하는 것처럼 흥미롭다. 동시에 이것은 어쩌면 이명세 감독이 <M>에 담아낸 자기 고백처럼도 들린다. 마치 흔들리는 비쥬얼 너머로 비춰지는 어지러운 창작열처럼.

어지럽게 흔들리는 이미지와 거칠게 파고드는 사운드는 제 각각의 공간에서 맴돌지 않고 함께 어우러지며 공감각적인 내러티브의 심상으로 융합된다. 마치 구체적인 이미지가 시적인 언어를 압도하듯, 직설적인 미학은 은유적인 문학을 대체한다.-more specific, less poetic- 어렴풋이 떠오르는 데자뷰처럼 <M>은 막연하지만 손에 잡힐 듯 간절한 기억을 향해 내달리고픈 아련한 본능이다. 마치 꿈이 현실이고, 현실이 꿈만 같다. 현기증 같은 아지랑이를 지나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처럼 <M>은 기묘한 환상을 딛고 선 실존적 체험처럼 기이하지만 아름답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결국 흩어진 담배 연기 뒤로 번져오는 짙은 향처럼 이미지가 뿜어낸 현란한 상은 결국 지워지지 않는 잔상을 짙게 새긴다. 마치 현실에서 다시는 마주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씁쓸함을 느끼게 할만큼, 죽음을 담보로 한 황홀한 키스의 찰나처럼 모든 걸 내던지고 싶을만큼.

2007년 10월 17일 수요일 | 글: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이미지와 사운드가 내러티브를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 실로 경이롭고 놀랍다!
-이명세 감독의 실험적 미학,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화면의 영역을 구축하다!
-미소년을 넘어 광기적 이빨을 드러내다. 강동원의 무시무시한 변신.
-끔찍하게 흔들리다 무시무시하게 파고 든다. 지독한 혼돈 너머로 찾아오는 심연의 슬픔.
-<형사>의 현란함에 현기증을 느꼈다면 <M>은 정신 분열 증세를 느끼게 할지 모른다.
-당신에게 강동원이 영원한 꽃돌이로 남길 바랬다면 <M>은 배신이야, 배신.
42 )
naredfoxx
강동원 때문에 보고 싶었는데...   
2010-01-01 18:31
gaeddorai
그래도 작품성은 높네
  
2009-02-16 20:48
ldk209
잊고 살던 첫사랑을 만나다...   
2008-06-28 20:26
callyoungsin
내용이 너무 어려웠어요   
2008-05-09 16:29
kyikyiyi
정말 재미없는..   
2008-05-08 11:25
js7keien
첫사랑의 아련함이 아직도 현재를 지배하는 판타즘으로 군림한다   
2008-01-05 10:17
ewann
좋아요   
2007-12-03 01:00
qsay11tem
평가가 상반되네요   
2007-11-1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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