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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평가! 눈이 호강하는 액션이 민족주의와 만날 때
엽문 | 2009년 4월 3일 금요일 | 박정환 객원기자 이메일


강호의 무림고수들이 집결한다는 중국의 불산, 이곳에는 수많은 무도인들 가운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영춘권의 대가 엽문(견자단)이 인의(人義)를 중요시하며, 동시에 지역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살고 있었다. 일제 침략의 마수가 중국을 잠식해가던 1937년. 엽문은 일본의 경제 수탈이라는 커다란 위협으로 생계의 위태로움을 겪고, 난세라는 운명은 세상과 조용하게 살길 원했던 무도가 엽문을 내버려두지 않았다. 엽문은 그의 생애 가운데 가장 위험하면서도 피할 수 없는 도전에 직면하게 되는데..

<정무문>(1972)과 시대상이 맞물리면서, 파란만장한 생애를 살았던 무협인 엽문의 생애를 다루는 영화는 신화 속 영웅담의 구조를 일정 부분 함의한다. 엽문이라는 인물의 연대기를 풀어나감에 있어서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기에 중점적으로 포커스를 맞춘다는 시점 설정은, 신화의 주인공이 호된 시련을 당하지만 역경을 극복하고 영웅의 입지에 맞는 업적을 이룩한다는 신화 속 구조를 영상으로 재구조화하기 위함이다. 엽문의 집이 일본군에게 징발되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탄광에서 막노동을 한다는 설정은, 여느 신화 속 영웅의 고난담과 오버랩된다.

불산을 점거한 일본군의 만행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설정은, 엽문의 연대기에 있어 일본에 맞서는 영웅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초석이다. 일본의 중국인 민족혼 말살정책 시행이나 일본군 장교의 만행을 극대화함으로 주인공 엽문의 행적과 극적인 흑백대비효과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일본과 중국이라는 대비설정이 극적으로 대비를 이룸은 마지막 시퀀스의 카타르시스를 증폭시키기 위한 설정이자 동시에 민족주의의 극대화를 꾀하는 설정이다. 첨언하자면, 영화의 외피는 일제의 폭압에 항거하는 무협인 엽문의 오상고절한 기상을 다룬다. 하지만 내피는 엽문이라는 대표자를 통해 일제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은 중화민족 기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민족주의의 고취를 내포하고 있다.

가족의 생계를 염려하던 엽문이 무도를 통해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게 되는 관점의 전환점은 일본군의 수련 상대이던 중국 무도인들의 죽음으로 촉발된다. 이로 말미암아 이 영화의 액션 백미 중 하나인 10대 1의 대결이 비장함과 더불어 진행되며, 이는 개인사에 머무르던 엽문의 시선이 민족이라는 거시적인 관점을 포괄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일본 장군 미우라(이케우치 히로유키)와 엽문의 대결이 단지 개인 대 개인, 영춘권과 가라데라는 무도인 혹은 유파 간의 대결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이라는 대표성을 띄게 되는 연유의 촉발점도 엽문의 시선이 전환점을 맞게 되면서부터다. 엽문의 시선 전환은, 일본에 굴복하지 않는 한 무도인의 기상이 엽문 개인에만 국한되지 않고, 엽문의 주위 사람들과 불산 지역 사람들에게까지 파급효과를 지닌다는 특성을 스크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국 무협액션영화들이 통상 그렇듯이 플롯은 심플하며, 주위 등장인물들은 입체적이라기보단 엽문을 보필해주는 평면적인 차원의 캐릭터에 머무른다. 역경은 있을지라도 그 역경이 엽문의 굳센 신념을 꺾진 못한다는 영상 함의는 기존 중국영화에서 보아온 중화민족주의에 입각한 영웅관과 진배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영상 속 액션은 촬영 도중 견자단이 실명의 위기를 겪을 정도로 진정한 리얼 액션의 정수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당시 대동아경영권을 내세운 일본에게 쌓인 게 많은 국가는 중국만이 아니었기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들어줄 영상 쾌감은 실로 흡입력이 대단하며 관객에게 대리만족을 제공하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덧붙여 견자단은, <살파랑>(2005)과 <용호문>(2006), <도화선>(2007)에 이어 이번 <엽문>으로 엽위신 감독과 네 번째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특히, 아쉽지만 개봉을 못한 채 DVD로 출시된 <살파랑>은 <도화선><엽문>과 마찬가지로 혹은 그 이상의 액션 쾌감을 증폭시켜주는 영화니만큼 꼭들 접해보시길 권한다.

2009년 4월 3일 금요일 | 글_박정환 객원기자(무비스트)




-견자단의 열혈 팬인 관객. <도화선>도 화끈하지만 이 영화는 그 이상이다
-화끈하고 현란한 액션을 원했던 관객. 어지간한 이종격투기는 울고 갈 지경
-스트레스를 영화로 해소 받기 원하는 관객. 운 좋으면 직장에서 받은 온갖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승화의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비현실적 와이어 액션에 비호감이었던 관객. 리얼 액션의 정수를 보여준다
-계몽주의적 영상 화법이 조금은 찝찝한 관객
-액션은 휘황찬란하나 플롯은 심플하다 ㅡ,.ㅡa
30 )
kisemo
잘봤습니다   
2010-04-07 17:12
nada356
잘 읽었어요.   
2009-12-07 21:25
realz
우리나라도 동시대의 아픔을 함께 겪어서 그런지 몰라도 예상외로 괜찮았습니다. 오버하지 않는 액션도 좋았구요.   
2009-07-21 17:39
schilm
스트레스를 영화로 해소 받기 원하는 관객. 운 좋으면 직장에서 받은 온갖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승화의 경험을 할 수도 있다 << 내 남친.. 이말을 몸소느낀것같은 기분으로.."엽문진짜재밋어!!"라고 외쳤어.. 정말 아무생각없이 최고!   
2009-05-04 19:05
ldk209
요즘 중국을 생각하면 걱정....   
2009-05-03 16:45
mckkw
비현실적 와이어 액션에 비호감이었던 관객. 리얼 액션의 정수를 보여준다   
2009-05-03 12:15
drjed
견자단이라   
2009-04-15 00:44
seon2000
15일 시사회로 볼 예정인데 기대해볼만 합니다   
2009-04-13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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