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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스토리, 리얼 로맨스 (오락성 7 작품성 7)
필립 모리스 | 2010년 7월 1일 목요일 | 민용준 이메일

성실한 경찰이자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가던 스티브 러셀(짐 캐리)은 교통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긴 뒤, 결심한다. “이제부터 내가 원하는 삶을 살 거야!” 그 원하는 삶이란 그의 진짜 정체성, 즉 동성애자로서의 삶이다. 커밍아웃을 결심하고 가장으로서의 위장된 삶을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누리던 러셀은 게이로서의 삶이 대단한 수입을 필요로 함을 깨닫게 되고 그 포기할 수 없는 삶을 위해 갖가지 사기를 구상하고 실행하며 성공한다. 하지만 결국 러셀은 사기 행각이 드러나 감옥으로 향하는 처지에 놓이지만 그 감옥에서 자신의 운명적인 상대를 만나게 된다.

너무나도 유명한 고유명사를 떠올리게 만드는 제목이지만 <필립 모리스>는 그 익숙한 고유명사와 무관한 또 다른 고유명사로서의 의미를 품고 있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실화를 바탕으로 둔 영화임을 거듭 강조하는 <필립 모리스>는 능수능란한 사기꾼이자 탈옥수였던 러셀의 활약상(?)을 다룬 러브스토리(!)다. 여기서 필립 모리스는 바로 그 러셀이 사랑했던 남자의 이름, 말 그대로 필립 모리스(이완 맥그리거)인 것. <필립 모리스>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사기꾼이자 탈옥수인 러셀의 실화적 삶을 다룬 극영화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대부분의 영화가 그러하듯이, <필립 모리스> 역시 그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진짜 사연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흥미를 자아내는 작품이다. 다양한 사기와 탈옥 전력을 지닌 남자의 파란만장한 삶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흥미 본위의 이야기로서 유효한 것만은 아니다. <필립 모리스>는 케이퍼 무비와 같은 활기로 사건을 전진시키고 축적된 서사의 정보를 밑천으로 그 결말에 다다라 숙성된 성장드라마와 깊은 로맨스의 정서를 끌어내는 작품이다.

물론 실제 인물의 행위를 재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필립 모리스>가 일종의 연출적 과장 혹은 비약을 가미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짐 캐리 특유의 연기적 특성은 실제 인물의 행위 자체의 진실성과 무관하게 캐릭터를 극적인 방식으로 포장하고 있으며 이는 <필립 모리스>의 분위기나 뉘앙스를 지배하는 절대적 특성으로 발전된 것처럼 보인다. 또한 게이 로맨스물로서 두 커플을 묘사하는 방식 혹은 배우들의 연기방식은 동성애자에 대한 특정한 편견이 고스란히 활용됨으로써 대상을 희화화시키고 있다는 혐의에서도 일부나마 자유롭지 않다.

이는 <필립 모리스>가 인물보다는 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춘 전기적 재현 영화라는 증거에 가깝다. 그만큼 영화가 앞세운 실제 인물의 행적은 서사적으로 사실적이되 행위적으로는 과장돼 있으나 왜곡되지 않았다. 또한 <필립 모리스>는 <캐치 미 이프 유 캔>과 같은 작품을 떠올리게 만드는데, 그것은 인물을 둘러싼 시대적 분위기 덕분이다. 실제 사건이나 인물을 스크린에 옮겨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겠지만 인물의 범죄행각이 그 시대에서 발견되는 틈새를 파고든 영악한 결과인 덕분이란 점에서 그렇다. 또한 인물의 현재가 그들의 어떤 과거의 결핍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결말부에 다다라 일순간 깊은 감정적 여운을 남기는 클라이막스를 연출하기도 하지만 <필립 모리스>는 분명 유쾌하고 활달한 영화다. 어떤 동정심조차도 거부하려는 것처럼 이 영화는 비극적이라 말할 수도 있는 그 결말 너머에서도 유쾌한 감정을 잃지 않는다. 이는 역시 짐 캐리라는 배우로부터 생산된 기질이 영화에 적극적으로 반영된 결과나 다름없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무후무한 사기탈옥극이자 퀴어 로맨스물인 <필립 모리스>는 소재 자체의 가능성이 배우의 특성에 필터처럼 걸러져서 완성된 작품인 셈이다. 물론 <필립 모리스>의 백미는 영화가 끝난 뒤 몇 줄의 자막이 전해주는 진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2010년 7월 1일 목요일 | 글_민용준 beyond 기자(무비스트)    




-연기도 잘 하는 슬랩스틱의 제왕 짐 캐리, 촉촉한 눈빛의 이완 맥그리거 어쩔...
-이런 일 있다? 없다? 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레알’ 스토리.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은 훼이크지만 이것이야말로 진정 ‘레알’ 로맨스
-그 유명한 담배 회사 사장 전기 영화라도 되는 줄 알았다지.
-‘동성애자=정신병자’라고 믿는 당신에게는 코미디가 아니라 가련한 어린 양들의 지옥이겠지.
-미약하지만 동성애자에 대한 희화화에 대한 혐의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진 않다.
25 )
audwh
짐캐리 최고   
2010-08-03 13:49
bjmaximus
과연 짐 캐리의 개인기는 대단!   
2010-07-28 12:07
mvgirl
두 남자배우의 연인 궁합은 최고인듯   
2010-07-11 10:24
niji1104
짐캐리와 이완 맥그리거 만으로도 기대되는 영화   
2010-07-09 00:39
karamajov
민용준 기자님 글 오랜만에 보네요. 다른 곳으로 가신줄 알았어요 ㅋㅋ   
2010-07-06 13:26
verite1004
짐 캐리는 물론이고 이완 맥그리거의 섬세한 연기가 빛납니다   
2010-07-05 15:43
qhrtnddk93
게인가요   
2010-07-04 19:22
aegean
진정 ‘레알’ 스토리   
2010-07-0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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