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격동기 낭만주의자들의 애증사 (오락성 6 작품성 6)
상하이 | 2011년 1월 24일 월요일 | 양현주 이메일

전쟁멜로 혹은 대서사시로 보이는 <상하이>와 진주만의 상관관계부터 밝혀 둔다. ‘1941년, 진주만 공격의 거대한 음모가 밝혀진다’라는 카피와 달리 진주만과는 별개의 영화다. 일본의 제국주의 야욕이 만개하던 역사적 격변기에는 작은 사건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진주만 공습은 영화를 지배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차라리 1941년 진주만이 일어나기 직전 상하이를 배경으로 펼쳐진 사랑과 배신의 애증사라고 보는 것이 옳다.

상하이 항구에 막 배가 도착한다. 미 정보요원 신분을 숨기고 독일에서 기자생활을 하던 폴 솜즈(존 쿠삭)가 막 상하이 땅을 밟는다. 동양의 파리라 불리던 상하이는 일본, 미국, 독일 등 열강들이 각자의 지구를 나눠 가졌던 폭풍의 눈 속이다. 이 어지러운 상하이의 정세를 살피기 위해 파견된 솜즈는 도착하자 마자 친구 커너가 살해 당했다는 비보를 듣는다. 솜즈는 의문에 쌓인 친구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삼합회 보스 앤소니(주윤발)와 그의 아내 애나(공리)에게 접근한다. 그들에게 가까워지면서 애나에게 숨겨진 비밀이 있음을 알게 된다.

영화 초반부는 친구의 죽음을 통해 긴장감 있는 미스터리와 스릴러로 이야기를 운행한다. 스파이였던 친구의 행보는 베일에 싸여 있고 자연히 미스터리와 스릴러가 이뤄지는 식이다. 공들인 대형 세트와 연회장의 풍경은 필름 누아르의 분위기를 풍겨낸다. 예컨대 제목과 스토리를 보면 주 메뉴는 전쟁드라마가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스펙터클한 전쟁 대서사시를 기대하고 가는 이라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거대한 역사 드라마라기보다 역사를 핑계로 적당한 멜로와 퍼즐 맞추기를 교차시키는 드라마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밴드 오브 브라더스>도 아니지만 <어톤먼트>도 아니라는 소리다.

<상하이>에는 세 가지가 없다. 악역이 없고, 전쟁 영화지만 전투 씬이 없으며, 멜로물이면서 본격적인 애정 씬이 없다. 명목상 와타나베 켄이 연기하는 일본 외교관이 악역에 해당하지만 강렬하지 않고 삼합회 보스 앤소니도 공처가의 모습만 부각된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포격 씬은 웬만한 드라마에도 나올 법한 분량의 전투 씬이다. 멜로 무드는 전쟁 멜로가 탐닉하는 격정이 부재하다. 그래서 전쟁 블록버스터보다는 차라리 필름 누아르 선상에 가깝다. 유사한 예로는 최근 안젤리나 졸리와 조니 뎁이 호흡을 맞춘 <투어리스트>가 있지만 그 보다 짜임새는 약하고 가볍다.

그대신 공리가 있다. <상하이>는 그림 상으로 치명적인 매력을 풍기는 팜므파탈과 중절모, 수트로 무장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표명한다. 하지만 팜므 파탈은 있을 지언정 남자들은 일제히 무게감 없는 로맨티스트들이다. 보통 누아르에서 수트남들이 묵직하게 폭발시키는 분위기와는 달리 이야기가 쉽게 무너진다. 이 공허한 자리를 공리가 혈혈단신 채운다. <게이샤의 추억>으로 성공적인 할리우드 신고식을 치른 공리는 영화적 호오와 별개로 <상하이>에서도 매력을 발산한다. 물론 반전도 있다. 이 반전이 영화를 전쟁멜로물보다는 사랑과 배신으로 얼룩진 애증사로 만드는 데 한 몫 한다. 마치 히치콕 영화의 열쇠, 사진, 밧줄처럼 어이없는 지점에서 이야기가 종결되는 식이다. 이런 이야기 투르기도 누아르답지만 안타깝게도 관객에게 실소를 안겨줄 소지가 다분하다.

영화의 원동력은 입구부터 출구까지 멜로다. 1941년의 상하이에는 총과 칼이 난무하는 엄혹한 시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던지는 낭만주의자들로 가득하다. 전쟁을 병풍 삼아 퍼즐 맞추기식 미스터리 스릴러와 멜로를 넘나들지만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밀고 나가지 않는 모양새가 안이해 보인다.

2011년 1월 24일 월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공리 여신 믿고 보는 거다
-미스터리+서스펜스+멜로 두 방울 = 상하이 완성
-스펙타클 전쟁 멜로라... 전쟁은 거들 뿐.
-필름 누아르가 되고 싶었던 전쟁 맛 멜로물
-<2012>로 안착한 블록버스터 전문배우 존 쿠삭 사이즈의 기성품
1 )
bjmaximus
존 쿠삭이 블록버스터 전문 배우라니..   
2011-01-24 18:41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