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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터질 각오로 쓰는 빠순이 이야기.
금발이 너무해 | 2001년 10월 16일 화요일 | 권혁 이메일

지금은 빠순이 시대.

이것은 '무비스트'에서 거부당할 것을 각오하고 쓰는 글이다.
안 그래도 필체가 공격적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전에 없는 비난과 저주를 퍼부을 것이다.
그 대상은 영화가 아닌, 세상의 빠순이들이다. 상업영화가 현실을 비추고, 그 흐름에 맹종하는 것은 어느 정도 목구멍의 정당방위가 인정되므로. (먹고살자고 했다는데 범죄의 냄새가 격하지 않은 다음에야...) 그러나 이것은 빠순이에 대한 폭격이라기보다는 테러, 아니 그 보다는 골방에서 낮게 읖조리는 소년의 독설에 가깝다.
어쨌거나 "빠순이의 세상에서 나는 소수자이자, 약자"라는 얘기다. 따라서 필자는 이렇게 조잡한 피해의식과 시기와 질투를 백분 활용, 차라리 실리지 않을지언정, 이 글에 대한 어떠한 첨삭도 거부할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빠순이여~ 나를 따르랏!

엘르 우즈(리즈 위더스푼 분)는 전형적인 금발미녀.
부잣집 딸에다 장학생인 우즈의 주위는 항상 그녀를 동경하는 친구들로 그득하다. 게다가 캠퍼스 캘린더의 모델이기도 한 그녀의 애인은 모범생이자, 유력한 남부의 정치명문가의 아들 워너.
그러나 야심에 찬 정치지망생인 그는 대학졸업을 앞둔 어느날 "미래를 위해 마릴린 먼로가 아닌 재클린을 원한다"며 그녀를 차버린다.
이에 상심한 우즈는 자신이 단지 골빈 금발미녀가 아님을 증명하여 워너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하버드법대에 지원하는데...

'금발이 너무해'는 빠순이의, 빠순이를 위한, 빠순이에 의한 영화다.
빠순이 찬가랄까. 진부한 표현들이지만 이보다 이 영화를 잘 요약하기는 힘들 것이다. 여기서 빠순이란, 최근 그 세를 넓히고 있는 빠돌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써, 어떤 문화에 비판의식이나 주체성 없이 열광하는 1,20대 남녀 모두를 싸잡아 가리킨다.
한마디로, 아무생각 없는 젊은이를 말하는 것이다. 결코 특정 직업여성이나 오빠부대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님을 밝혀둔다. 주인공 우즈가 우리 주위에 널려있는 빠순이의 전형임을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름부터가 "엘르"인데다가 잡지 "코스모폴리탄"을 "성경"으로 떠받드는 캐릭터니까. 영화 초반에서 말해주듯이, 외모(뷰티라고 하나?)를 제외하면 그녀의 관심은 크게 세 가지이다. "쇼핑(혹은 파티)" "TV연속극" "남자". 이 정도면 영화 속에서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익숙하다 못해 지긋지긋한 캐릭터. 빠순이(빠돌이)가 아니라면 쉬 공감하거나 동화되기는 힘들 것이다.

연예산업, 빠순이는 왕이다!

국내의 유력한 모 영화주간지에서는 (외신을 인용하면서) 이 영화의 흥행에 대해, 주인공이 벌이는 해프닝에서 관객이 부시 대통령의 경력에 대한 은유를 읽었기 때문이라는 식의 썰을 풀었지만...
내가 보기엔 지나가던 개도 못 웃길 소리다. "빠순이를 겨냥하라!" 이 영화의 흥행비결은, 이미 흥행에 관한 모든 레코드를 갈아치우고, 상업영화의 금자탑을 쌓은 '타이타닉'이 말해주고 있다.
타이타닉의 최대 흥행공신은, 디카프리오 오빠의 미모에 복숭아씨 같은 입들을 딱딱 벌리던 여학생들이 아니었던가. 물론 '타이타닉'의 러브스토리 역시 순정만화나 할리퀸문고에서 차용한 듯한, 여학생 취향의 것이었고. 타이타닉이 유태인 상술의 제1장엔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여자와 어린아이의 지갑을 노려라"

'금발이 너무해'는 내놓고 빠순이에 아부하는 영화다.
"공주병과 허영은 곧 매력과 능력의 반영"이라고 말하는, 이 "빠순이의 성공시대"는 허황하기 짝이 없는데다, 모종의 음모마저 느껴진다. 그 음험한 편견과 보수주의의 그림자는 더럽고 불쾌한 뒷맛을 남긴다.
금발은 너무했다. 정말 해도 너무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찜찜하고, 막막하고, 기분 나쁜 영화는 없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관객은 무척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키득대고 자지러지며 웃고 떠들며...
나는 슬펐다. '조폭 마누라'에 대한 관객의 반응에도 이렇게 암담해하진 않았었다. 한술 더 떠, 극장의 좁은 통로를 나서는 길에 들려온 젊은 여자의 경쾌한 목소리. 그것은 다소 달떠있었다 "나도 염색이나 할까봐"

※ 사족
"엔돌핀 만땅 로맨틱 코미디, 유쾌!상쾌!통쾌한..." 이 영화의 광고카피들이다.
짜릿한 거 꽤나 찾는, 빠순이가 썼슴이 틀림없는 카피다. 이런 유치찬란하고 저열하면서도 새롭기는 커녕 진부해서 눈길도 안가는, 엉터리 카피들.
빠순이스럽기 짝이 없는 이 짜증나는 문구들이 그러나 이 영화에는 어찌나 어울리는 것인지!

5 )
ejin4rang
빠순이의 열정   
2008-10-16 17:04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6:04
pyrope7557
리즈 위더스푼의 깜찍발랄한 연기 좋았어용....   
2007-07-19 14:53
kangwondo77
얻어터질 각오로 쓰는 빠순이 이야기   
2007-04-27 15:36
ldk209
방바닥을 떼굴떼굴 구르며.. 정말 재밌게 봤다....ㅋㅋㅋㅋ   
2007-01-3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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