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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식으로 덮여있는 설산으로의 초대 (오락성 5 작품성 7)
설인 | 2013년 3월 15일 금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장애를 지닌 아이를 낳겠다는 아내와 다툰 후 강원도 산골 모텔로 향한 연수(김태훈). 그곳은 과거 대학 시절 친구와 함께 여행 왔던 추억의 장소다. 묘한 분위기의 모텔에 투숙하게 된 연수는 그곳에서 실종된 아버지를 찾겠다고 온 소녀 안나(지우), 정체불명의 두 남자 박(아용주)과 조(김종엽)를 만난다. 우연히 박과 술을 마시게 된 연수는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대학 시절 친구가 이곳에서 실종된 사실을 되뇐다. 그리고 안나가 바로 그 친구의 딸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박과 조가 아무런 이유 없이 안나를 죽이려 하자, 연수는 소녀를 데리고 설산으로 도망친다.

<설인>은 현실과 꿈의 경계가 모호하다. 연수가 겪는 일이 실제 겪는 여정인지, 그의 자의식 속의 여정인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영화는 경계를 구분 짓는 일보다 연수가 죄의식에 직면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죄의식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설인>은 주인공 연수의 심리적 변화를 주요하게 다룬다. 연수는 과거 친구와의 일들을 기억해내며 즐거워하다가도 그의 죽음을 방관한 일에 괴로워한다. 박과 안나로 인해 친구에 대한 죄책감은 극에 달한다. 날카로운 눈매를 보이다가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김태훈의 표정은 중반 이후 불안과 고통, 슬픔과 분노가 휘몰아치는 연수의 마음을 오롯이 대변한다.

주요 무대인 설산은 연수에게 있어 죗값을 치르는 심판장이자, 그 죄를 탕감케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장이다. 자신에게 고통을 안기는 안나를 끝까지 보살피는데 주력하는 그의 모습이 친구에 대한 죄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어디에도 숨을 곳 없는 설산의 공간도 연수의 고행을 가중시킨다. 심적 변화를 따라가기가 비교적 용이한 연수에 비해 설명이 부족한 주변 인물들의 심리는 쫓아가기 버겁다. 하지만 인간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심도 있게 다룬 이사무엘 감독의 연출력은 빛난다. 가슴속에 잔잔한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판타지 스릴러,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2013년 3월 15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신예 아용주의 연기, 섬뜩하다.
-공간을 활용할 줄 아는 감독의 연출력.
-영화보다 차가운 눈밭을 걷고 또 걷는 배우들이 더 걱정
-박과 조는 왜 갑자기 악인이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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