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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7월 21일 금요일 | 정용인 이메일

▩ 영화제목:[정(情)]*(2)
▩ 제작년도/상영시간:1998/111M
▩ 장르:드라마
▩ 감독:배창호
▩ 출연배우:김유미/김명곤/윤유선/김승수/김종구
▩ 제작/홍보:배창호프로덕션/映畵人
▩ 공식홈페이지:http://www.jeong-movie.co.kr

이전에 학과의 동료와 술자리에서 사소하지만 한 시대를 바라보는 중요한 지표를 두고 논쟁한 기억이 납니다. 그것은 이른바 지금도 시골 동네에 가면 가끔 볼 수 있는 열녀문(烈女門)이, 과연 당시 의 시대상이 근본적으로 남녀혼음이라던가 그런 유교적인 관점에 서 보기에 문란했기 때문이었는 지, 아니면 지배층의 유교적 통치 이데올로기가 기층 민중까지 남김없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 문인가라는 점이었는데, 쉽게 절충도 가능한 듯한 양자의 입장이 그렇게 간단하게 결론이 나지 않았던 것은 한국(조선)의 근대이전 사회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의 차이 때문이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전자를 주장했고, 저와 반대 쪽에 있었던 동료의 경우 후 자를 주장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치경제학과 역사사회학 을 전공하는 사람들과 문화인류학/문화이론을 전공하는 사람들의 대립점이기도 했었군요 ^^)

논쟁은 입씨름을 거듭했지만, 결국은 술자리의 모든 대화가 그렇 듯 결론없이 다른 주제로 넘어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왜냐하면, 결정적으로 당시의 상황을 규명할 기층 민중의 생활자료가 남아있 는 것이 적기 때문이었습니다.

배창호 감독의 영화 [정(情)]에서 바로 그 '정(情)'이라는 글자는 영화 끝까지 제시되지않습니다. 배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서 한국 사람들에게 면면히 내려오는 기본적인 정서의 실체를 정(情) 이라 는 한 글자의 한자어로 축약해서 보여줄려고 했었겠지요.

사실, 외국 사람들의 눈에 어쩌면 남편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와 서 흙묻은 그녀의 가방을 자기 부인의 앞치마로 닦고, 그리고 밤 에 몰래 나가 보리밭에서 응아응아를 하는 것을 보고 '얼마나 사 랑하면 그럴까'라고 독백하는 주인공(김유미 분)의 정서가 이해되 지 않았거나 '저게 정(情)으로 집약되는 동양적인 정서인가'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비록 자신의 아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끝내 대학에 진학시키고 아이와 함께 닭고기를 먹는 장면에서 '어머니 먼저, 아들 먼저'하는 장면 역시, 아무리 기른 정이라고 하지만, 합리적인 서양적 사고방식으로는 잘 성립 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한 듯 싶습니다.

옹기쟁이 박덕술(김명곤 분)이 박하분薄荷粉을 꼭 손에 쥐고 물이 분 시내를 건너는 장면에서 저는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에서 사랑 하는 남편을 물에 떠내려 보내는 女人의 애통한 심정을 떠올려 보 았지만, 상당히 비극적 카타르시스를 느껴야할 그 국면에서 극적 고취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생각났던 영화는 한국에서도 작년에 개봉 한 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 감독의 [나라야마 부시꼬(楢山節考 )](1983)였는데, 그 영화는 이 영화의 시대설정보다는 약간은 위 인듯 싶습니다만, 카메라가 뒤로 쑤욱 빠지면서 '이것은 당시 산 속에 뭍혀 있는 어느 시골마을의 기록되지 않은 생활이었다' 라는 나래이션은 없었지만, 제가 영화를 볼 당시가 한 여름임에도 불구 하고 오싹한 닭살이 돋을 정도로 몰입하게 해주었던 영화였습니다.

[정(情)]에서 어렵게 눈밭에서 감자를 캐가면서 연명해 나가는 장 면(뒷 배경에서는 아낙네들이 마치 개들처럼 감자를 두고 싸우고 있습니다)에서, [나라야마 부시꼬(楢山節考)]에서 보여주었던 맨 발로 눈을 녹여 물을 만드는 장면을 떠올리게 하였고, 기타 여러 장면들에서 영화를 비교해서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정(情)]을 보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캐릭터 묘사에서 약한 부분이 었는데, 예를 들어 박덕술의 표현에 따르면 '누룩을 빚는데 솜씨 가 있는' 주인공이 박덕술에게 오밤중에 '보쌈'을 당한 후에는 왜 먹고 살기 위해서 술을 빚지 않는가?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었 고, 결국 빚쟁이에게 붙잡혀 떠난 동이의 엄마가 등장하고 사라지 는 장면이 '뭔가 있을 듯도 싶은데' '그 뒤로는 한번도 보지를 못 했다'는 석연찮은 나래이션으로 마무리를 하는 점 등이 상당히 아 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결국 '클라스메이트'랑 짝을 이루는 주인 공의 전 남편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영화는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Welcome To The Doll House)](1997 )와 같은 회고조의 영화들이 오늘날 마침내 행복해진 실제의 인물 의 회상(回想)의 기록물일 것 같은 암시를 강하게 던져주었지만, 마치 동네 할머니의 띄엄띄엄한 개인史 구술을 그대로 이야기로 풀어낸 듯한 아쉬움이 듭니다. 등장인물들은 차례차례 등장하여 그냥 과거의 기억 속으로 사라져 가며, 특히 마지막에서는 서둘러 이야기를 마무리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체념과 는 또 다른, 나이먹은 아낙네의 달관을 보여주는 것일 지도 모르 겠습니다.

영화는 보는 중년 관객들로 하여금 '그때는 그랬었지'하는 삶의 전형성을 획득했는지는 모르지만, 캐릭터와 사건, 사건의 연결에 대한 진지한 고민, 그리고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감독의 관 점을 보여주는 작가주의 영화라고 지칭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개인 적인 생각입니다. 하지만 근래에 한국영화에서 보기힘든 '좋은 영 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배창호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 니다. 아직 이 영화를 안보셨다면 이번 주말에는 오랫만에 부모님 을 모시고 [정(情)]을 느껴보러 가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4 )
ejin4rang
기대되는 영화네요   
2008-11-12 09:42
ljs9466
기대되는 영화!!   
2008-01-14 15:36
rudesunny
기대됩니다.   
2008-01-14 13:57
rudesunny
기대됩니다.   
2008-01-1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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