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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침하게 재현된 죽음의 아우라
퀸 오브 뱀파이어 | 2002년 6월 28일 금요일 | 박우진 이메일

누군가의 죽음이 이득이 된다면 정말 꺼림칙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퀸 오브 뱀파이어]는 확실히 알리야의 덕을 톡톡히 봤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만나기 위해 몰려든 팬들도 팬들이지만, 무엇보다도 죽음의 스산한 기운이 '뱀파이어' 영화와 딱 맞아떨어지는 것. 알리야의 유작이라는 사실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켜 홍보에 일조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퀸 오브 뱀파이어]는 알리야뿐 아니라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속편 격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갖고 있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원작자 앤 라이스가 보여준 새로운 뱀파이어 상에 매혹되었던 관객이라면 이 영화에 충분히 관심을 둘 법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퀸 오브 뱀파이어]의 뱀파이어들은 세월이 지나며 더 단순해졌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인간의 편, 혹은 인간의 적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그들의 사연에는 공감하기 어렵다. 그 대결 구도 속에서 방황하는 뱀파이어는 주인공 래스타트 뿐이지만, 영화는 그의 내면 갈등마저 또렷이 짚어내지 못한다. 인간과 괴물, 주류와 비주류의 간극을 서성이는 뱀파이어의 중간자적 매력은 평면화된 캐릭터 속에서 그만 소멸되고 만다.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도는 뱀파이어와 록음악의 접목이다. 록음악의 강한 비트는 심장박동 소리와 겹쳐져 힘찬 생명력과 연결되는 동시에 심장을 터질 듯 울리는 죽음의 매혹이기도 하다. 록음악의 이런 매력은 죽은 상태로 영생을 누리는 뱀파이어의 이야기와 맞물려 강렬하고 음습한 MTV 영상을 만들어낸다.

삶의 절정과 죽음의 충동을 아우를 때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에로티시즘이다. 실제로 뱀파이어를 에로티시즘의 변형으로 분석하는 견해가 있었을 만큼, 흡혈행위는 섹스의 이미지와 이어진다. 따라서 뱀파이어들은 성적 에너지가 충만한 존재로 그려진다. 알리야의 관능적인 몸으로 형상화된 뱀파이어의 여왕 아키샤도 마찬가지. 하지만 섹시하면서도 범접하기 힘든 카리스마를 표현하기엔 알리야가 너무 서툴었다. 그녀는 연체동물처럼 연신 흐느적대기만 한다.

영화는 록음악과 영상 테크닉에 기대어 뱀파이어의 몽환적 분위기를 살리는 데에만 치중한다. 요란하게 멋을 낸 외양에 비해 속은 듬성듬성 비어있다. 캐릭터는 어리고 플롯은 매끄럽지 못하다. 모든 관계를 관통하는 인간적 사랑은 힘이 달려 맥을 못 춘다.

인간 세상과 동떨어진 곳, 견고한 성에 스스로를 가두었던 뱀파이어들이 이제 스멀스멀 움직이기 시작했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는 기자에게 제 구구한 사연을 털어놓더니 [퀸 오브 뱀파이어]에서는 노래를 불러 재낀다. 심지어 대담하게도 TV를 통해 뱀파이어들의 활동을 촉구한다. 음악은 인류 공통의 언어로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소통수단이다. 깨어나고 있는 그들, 아니 이미 인간 속에 섞여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그들, 뱀파이어는 존재함으로써 무엇이 되려는 것일까. 인간은 수세기 쉬쉬해 왔던 은밀하고 뒤틀린 욕망의 폭발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3 )
ejin4rang
너무 기대됩니다   
2008-10-16 16:01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8:33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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