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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느꼈던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원더풀 라이프 | 2002년 8월 31일 토요일 | 리뷰걸 이메일

죽으면 어떻게 될까? 죽은 뒤에 일들에 대해 생각해 본적 있니? 난 말이야 비교적 사춘기가 일찍 왔었는데, 초등학교 4학년 때 세상에 염증을 느끼고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었어. 당시의 일기장을 보면 온통 그런 내용의 글들 뿐이야.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사는 동안 하나도 즐겁지 않다고 느꼈었나 봐. 학교 다니는 것도 그렇고, 사람을 알게 되는 것도 그렇고. 모든 것이 염증 덩어리였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그때는 꽤나 심각했어. 훗...

혹시 <원더풀 라이프>라는 비디오 본적 있어? 우리나라에는 초반 ‘사후(死後)'라는 제목으로 더 많이 알려졌던 작품이야. 일본 영환데, 미국에서 열 달이나 극장에 걸려있었어. 대단하지? 이 작품의 첫 물음은 ‘우리가 죽은 뒤에는 어떻게 될까’ 하는 것이야. 많은 이들이 죽음 뒤에는 천국과 지옥이 있을 거라고 믿고 종교라는 신념을 가지게 되잖아. 하지만 기존에 우리에게 알려진 것 같은 그런 세계는 영화 속에 존재하지 않아. 다만, ‘림보’라는 곳이 있어서 영원의 시간 속으로 떠나기 전에 거치는 특별한 공간이 존재할 뿐이야.

어떤 설정인가 하면, 사람이 죽으면 사는 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영원의 시간으로 빠져들게 되는데,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지고 ‘림보’에서 그 추억들을 곱씹으면서 스스로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되는 거야. 그렇게 떠올린 추억을 ‘림보’에서 일하는 이들이 재현을 해주고 그 재현된 상황을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영원의 시간 속으로 떠나게 된다는 거지.

영화는 굉장히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 과연 어떻게 사는 삶이 행복한 것인가. 혹은 사람마다 다른 즐거움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 마치 인터뷰를 하듯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각각의 인물들이 가진 판타지가 가슴 절절히 느껴지기도 하거든. 다들 너무도 자연스럽고 또한 현실적이면서 일상적인 행복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 세상은 참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이 영화의 중심에 서 있는 이는 모치즈키 라는 남잔데, 이 남자는 수년동안 행복한 순간을 기억해 내지 못해서 ‘림보’에서 머무르며 일하는 사람으로 나와. 그런 그에게 와타나베라는 사람이 나타나는데, 그 사람이 말하길 “사실, 저는 당신을 알고 있습니다. 내 아내는 죽는 그 순간까지 당신을 생각했습니다”라고 하는 거야. 그 때서야 비로소 모치즈키는 깨닫게 되는 거지. 자신의 행복했던 순간이 어떤 것이었는지. 그에게 있어 행복이란, '나는 잊어도 누군가는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 내가 누군가 행복의 일부분이었다는 것'. 소박하지만 누구나 바라는 것이고, 또한 사람에게 다른 사람의 기억의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 주는 순간이기도 했어.

나는 말이야, 외로움을 되게 많이 타는 성격이야. 그래서 늘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때문에 이 영화를 보면서 누구보다도 절절한 심정으로 그 내용에 깊이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아. 비교적 템포도 느리고 이야기 자체에 특별한 굴곡이 없어서 다소 밋밋하게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내용을 한번 더 곱씹어 본다면 새로운 기쁨, 혹은 감동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행복한 순간에 영원히 머무는 것, 그게 바로 천국입니다'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는데, 과연 지금 나는 천국에 살고 있는 것일까? 그건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나름이고 생각에 따라서 달라 질 수 있다는 깨달음에 도달하고 나니, 다시금 영화가 새삼 고마워 지는 것 같기도 해. 기회가 된다면 매번 치고 박고 때려 부수는 재미만 찾지 말고 <원더풀 라이프>같은 잔잔하면서도 뭔가 생각하게 하는 영화에 심취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해.

2 )
ejin4rang
 언제나 봐도 재미있다   
2008-10-16 15:50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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