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갑자기 떨어진 400억! 내가 주인이라면?
미스터 디즈 | 2003년 2월 8일 토요일 | 구교선 이메일

요즘 사람들의 대화마다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이슈를 하나만 꼽는다면 뭐가 있을까? 그건 변덕스러운 날씨도, 심각해진 취업난도, 정계 비리나 연예인 스캔들도 아닌… 바로 ‘로또’! 현재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한번씩은 들어봤음 직한 뉴타입의 복권 ‘로또’. 과연 이 로또가 뭐길래 회사의 회식자리에서도, 가족들의 저녁식사에서도, 심지어 친구들과의 수다에서도 빠지지 않냐고? 알겠지만 최근 로또로 몇십억이라는 대박의 행운을 거머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연일 TV 톱뉴스를 장식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이 814만분의 1이라면 희박하기 그지없는 확률에 거는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잖아. 게다가 이번에는 당첨금이 무려 6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하니, 이거야말로 진짜 대박이네.

로또에서 이어지는 두번째 이야기는 바로 “만약 내가 로또에 당첨되면…” 이라는 행복한 가정이지. 은행에 넣어두고 이자로 산다, 집을 산다, 외제차를 산다, 해외여행을 간다, 회사를 차린다 등등 자신들만의 꿈이 나래를 펼치지. 그런데 말야, 정말 그런 대박의 행운이 자신에게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그 600억의 주인이 된다면 정말 생각처럼 무조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는 걸까? 그런 생각이 머리를 맴돌고 있을 때 우연히 본 비디오 자켓에 이런 말이 써있더라고. ‘졸지에 400억 달러의 행운을 거머쥔 시골촌넘의 코믹 해프닝!!’. 뭐? 400억 달러? 보니 <미스터 디즈>. 그러고 보니 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누르고 더 좋은 개봉성적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코믹영화잖아. 시기도 시기인지라 참 ‘로또’스러운 이 영화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더라고.

우선 <미스터 디즈>의 대박은 로또처럼 복권 당첨으로 인한 당첨금이 아니라 서로의 관계를 모르고 지내왔던 조카가 물려받게 된 삼촌의 유산이야. 얼음산을 등정하다가 얼어죽은 회장의 사망으로 대기업 블레이크사의 고위간부들은 400억달러의 지분을 소유하게 될 상속자를 찾아 헤매지. 그들이 찾아낸 사람은 뉴햄프셔의 작은 시골에서 피자가게를 하며 사는 촌뜨기 롱펠로우 디즈(아담 샌들러 분). 디즈는 어리숙하지만 순수해. 유산에는 욕심이 없지만 삼촌회사의 지분 정리를 위해 뉴욕으로 온 그는 자신을 특종 기사거리로 생각한 여기자 베이브 베넷(위노나 라이더)의 의도적인 접근을 모르고 사랑에 빠져. 게다가 회사를 분해해 팔려는 간부들의 음모와 자신을 음해하는 방송세력들로 큰 상처를 입게 되지.

화려한 프로필-코미디 스타 아담 샌들러, 헐리우드의 내노라하는 사고뭉치 위노라 라이더, 유명 스타들의 까메오 출연과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누른 박스오피스 개봉 성적 등-을 자랑하는 <미스터 디즈>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코미디 영화야. 너무 익숙한 스토리와 전개 방식이 약간 아쉽기도 하지만 멀쩡한 외모에 어딘가 모자란 듯한 아담 샌들러 스타일의 인간적인 유머와 그 동안의 청순미를 벗어던지고 사정없이 망가지는 위노나 라이더의 콤비 플레이를 보는 것은 상당히 유쾌한 일이야. 게다가 마지막 순간 간부들의 음모에 대항하며 분해되는 회사를 구하려는 디즈와 베이브의 역전극(?)은 그야말로 속이 시원하거든.

그러나 <미스터 디즈>가 우리에게 의미있는 영화로 남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디즈의 순수함 때문이야. 400억의 주인이 되었지만 허세를 부리거나 거드름을 피우기는커녕 유산을 전부 장학회에 기부하는 디즈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잊어버리지 않아. 끝까지 순수함을 잃지 않는 그의 모습은 지금 대박 열풍에 들떠있는 우리가 잊어서는 안되는 사실을 깨우쳐 줘. 거액의 돈이 그 사람의 행복과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것. 그리고 돈은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 아마도 <미스터 디즈>가 정말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로또 같은 갑작스러운 행운으로 부자가 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돈이나 권력으로부터 자신을 절제하는 순수함을 잃지 않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행복할 수 있다는 속깊은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

이번 주말도 많은 사람들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로또 발표를 기다리고 있을거야. 혹시나 대박 행운의 주인공이 된 사람들이 전부 디즈처럼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남을 돕는 일에 돈을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도 <미스터 디즈>처럼 행복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1 )
ejin4rang
내가주인이라면 이민간다   
2008-10-16 15:07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