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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합지졸 특공대의 소박한 휴머니즘
신이 버린 특공대 | 2003년 8월 27일 수요일 | 박우진 이메일

때는 제 2차 세계 대전 중. 연합군 소속 특별 수사관 스티븐 오록(매트 르블랑)은 늘 맡은 작전을 성공할 ‘뻔’만 하는 불운한 싸나이다. 어느 날 나치의 암호기 ‘이니그마’를 훔쳐 나오는데 성공할 ‘뻔’한 그는 그만 뭣도 모르는 영국군에게 걸려 오히려 감옥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제는 이런 난감한 상황에 적응할 대로 적응한 지라, 에라이 모르겠다 누명 벗을 생각도 없이 동병상련의 죄수들과 어울려 놀고 있는 그에게 다시 한 번 이니그마를 훔쳐오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이번엔 직접 공장으로 침투하라는 것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공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여장을 해야 한다는 것. 남자들이 전선에서 다투고 있는 동안 공장은 여자들의 몫이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늙고, 가냘프고, 나긋나긋한(?) 동료 대원을 보니 한숨만 절로 나오는데.

심난한(?) 제목, 어설픈 여장 남자들을 내세운 포스터와 마주치면 우리는 한 눈에도 이 영화가 감잡힌다. 음, 남자 대원들이 여장을 하면서 겪는 난감한 상황에 따른 웃음으로 승부하려는 코미디군. 그리고 우리는 이미 그런 유머는 너무 많이 봐 왔으므로 새로운 것이 있을까, 라는 의심을 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굳이 구분해야 한다면 코미디보다 드라마에 가깝다. 생각보다 많이 웃기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전쟁'이라는 역사적 시공간에 기대어 휴머니즘을 설파하는데 방공호에서 폭격을 피하는 민간인들, 전쟁 중에 엄마를 잃고 정신이 나간 소녀의 모습 등 전쟁이 빚은 황량한 배경에서 남녀간의 사랑, 동료간의 사랑, 나아가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강조한다. 거기에는 전쟁 중에 만나 마음과는 달리 헤어질 위기에 처한 스티븐과 로미의 로맨스와 처음에는 달갑지 않았지만 차츰 서로를 지키게 되는 팀원간의 우정, 자꾸 '엄마'라 부르며 달려드는 소녀를 차마 떨치지 못해 '내가 널 어떻게 버리겠니' 손을 잡고 함께 가는 아치의 따뜻한 심성이 있다.

평생 군대라고는 들어갈 생각도 없이 살다가 이번 작전에 투입된 암호 해독자 조노는 그가 적국의 군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공격하는 독일 군인을, 스티븐이 죽이자 엉망으로 울면서 '어떻게 사람을 죽일 수가 있냐'고 소리친다. 전쟁의 비극이란, 스티븐의 말마따나 '전쟁 중에는 서로를 죽이는 것'이며 인간을 인간으로 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그들의 작전이 실패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가주의의 비인간적 행태가 폭로된다.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그 배신의 순간에도 '그래도, 나는 끝까지 작전을 수행하겠다'며 맨몸으로 독일 기지로 향하는 아치의 미련스런 충성은, 곧이어 그를 구해내는 동료들의 우정으로 물거품이 된다.

여차여차하여 천신만고 끝에 조국으로 돌아왔고, 국가로부터 칭찬을 듣지만 그들은 결코 영웅이 아니다. 상사에게 말대꾸를 하는 것만으로 그간 억울한 분풀이를 해야하는 한낱 일개 국가의 구성원일 뿐이다. <신이 버린 특공대>의 미덕이라면 결말이 초라하다는 점, 실패한 사람들에게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전쟁이라는 가장 어리석고 엉터리 같은 상황에서 웅대하고 심각한 해피엔딩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

성적 위장이 어떤 전복적 가치도 끌어내지 못하고 하나의 소품으로 그친다든지 몇몇 독일 군인들이 지나치게 희화화되는 점은 아쉽다. 영화의 터치가 가벼워 각별한 면은 없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적당히 균형을 잡는다. 만듦새가 썩 세련되거나 빼어난 성찰이 담겨 있거나 강력한 정치적 주장을 하고 있지는 않아도, 소박하고 고전적인 인간미가 있어 그럭저럭 흡족하게 볼 수 있다.

1 )
ejin4rang
진짜 유쾌한 영화   
2008-10-16 09:4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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