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그녀를 모르면 간첩
웃기진 않지만 ‘귀엽씀미다’ | 2004년 1월 29일 목요일 | 심수진 이메일

액션 장면 찍느라 분주했을 우비 소녀 '김정화'
액션 장면 찍느라 분주했을 우비 소녀 '김정화'
“<시네마 천국> 봤어?”
“아니.”
“이 영화 되게 재밌어. 마지막에 키스 장면만 모아서 나올 땐 억장이 무너져.”

그.러.나 이 대화를 주고받는 남녀가 화면을 응시한 순간, 그들의 얼굴 위로 들려오는 남녀의 신음소리! 남자는 황당한 표정이 되고, 여자는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허겁지겁 인터폰을 집어들며 남자는 소리를 지른다. “아저씨 <시네마 천국> 틀어달라구 했잖아욧!” 그러자 여자는 남자에게 소리친다. “야, <시네마 천국> 맞잖아.” 이때 브라운관에 영화 메인 타이틀이 뜬다. ‘<신(新) 애마 천국>’.

도대체 이게 무슨 장면인가 궁금하실 것이다. 바로 <그녀를 모르면 간첩> 중의 한 장면이다. 이걸 보고 필자는 ‘웃어, 말어’하는 마음 속 동요가 잠시 일어났다. 언제적인지 가물가물하나, 한때 우리말 연음 현상을 이용해 이런 류의 유머를 촉발했던 ‘만득이 시리즈’가 떠올랐다.

귀엽긴(?) 하나 역시 까르르 웃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유머를 지닌 <그녀를 모르면 간첩>. 내친 김에 예를 하나 더 들겠다. 위에 말한 남녀가 단둘이 방안에 있다. 뭔가 로맨틱한 분위기가 피어나는데 여자가 남자에게 말한다. “나, 너한테 숨겼던 게 있어.” 그런 뒤 무척이나 뜸들이며 “난 말야. 북에서 내려왔어.”라고 고백한다. 그러자 남자가 태연하게 응수한다. “알아.” 이 소릴 듣고 여자가 무척 놀라자 남자는 담담하게 말한다. “강북사는게 뭐가 대수라구….”

여자가 말한 ‘북’은 북한을 말하지만, 여자의 정체가 간첩인 줄 모르는 어리버리한 남자 주인공은 ‘강북’이라고 오해를 하고 만 것. 혹자는 ‘어휴, 유치해’라는 생각을 벌써부터 머릿속에 못박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지금 개봉 중인 <내 사랑 싸가지>를 비롯해, 이제 곧 밀어닥칠 귀여니 원작 소설의 영화들, 그리고 <그녀를 모르면 간첩>까지, 주로 10대 관객들을 타켓으로 삼은 이러한 영화들을 단순히 ‘불평’의 시각으로 언급하는 태도는 잘못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게 보려 애를 써도, ‘웃어봐!’라고 내놓은 일련의 장면들이 썰렁하게만 느껴지니 어쩌랴. 만화적인 설정이나 캐릭터가 거슬린다기 보다, 그들이 던져주는 그 사유없는 말초적 웃음들이 공허하다. 더욱이 필자가 그러한 영화들이 노리는 ‘판타지 효과’에 동화될 수 없는 나이인 것도 문제다.

기분좋은 미소를 지닌 '공유'
기분좋은 미소를 지닌 '공유'
<그녀를 모르면 간첩>은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듯, 모 패스트 푸드점에서 일하다 일명 ‘얼짱’이 된 남상미의 실화가 바탕이다. 공작금을 횡령하고 사라진 고정 간첩을 생포하기 위해 남한에 온 간첩 림계순(김정화 분). 그녀는 위장 취업하게 된 패스트 푸드점에서 워낙 출중한 외모를 지녔다 보니 ‘얼짱’이 된다.

하지만 ‘최고봉(공유 분)’을 포함한 몇 명의 빠돌이(?)들이 그녀를 위한 사이트 등을 개설하니, 계순은 순식간에 위기에 빠진다. 왜냐? 간첩이니 자칫 신분이 들통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옥신각신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이 영화의 줄거리.

박한준 감독은 사회적으로 이슈인 ‘얼짱’을 풍자했다는 뉘앙스로 연출의 변을 밝혔지만, 이 영화에서 ‘얼짱’에 대한 날카로운 비수를 찾기는 어렵다. 단지 얼짱 현상을 보다 과장시킨 유머의 이미지들을 소비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얼짱’을 ‘간첩’과 연결시켜 풀어낸 스토리에서 보듯, 발상 자체는 흥미롭지만 말이다.

그러나 장진 감독의 <간첩 리철진>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어쩔뻔했을까. 고정 간첩에 대한 설까지 풀었다면 정신없었겠지만, 이 영화는 <간첩 리철진>이 유발했던 웃음을 안전하게 응용하며, 시종일관 웃기기 위해 질주한다. 이를 위해 백일섭과 김애경 등의 감초 배우들까지 총출동됐지만, 그들이 유발하는 ‘낡은’ 유머들은 착지점을 잃어버린 채 영화 속을 부유한다.

이 영화에서 재미를 주는 건, ‘유머’가 아니라 오히려 ‘액션’이다. 와이어 액션이나 공중제비 등의 동적 이미지들이 신선하진 않지만, 순간 순간 짜릿한 감각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어쩌니저쩌니 하며 이렇게 부정적인 감상들을 늘어놓는 것이, 그닥 유쾌한 일이 아닌 것이 이 영화가 보여 주는 ‘악의없는’ 귀여운 몸짓 때문이다. 욕설이나 능글거림이 비교적 절제된 담백한(?) 장면들은 다만 웃기지 못할 뿐, 전체의 틀 안에서 그럭저럭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

아, 또 하나 있다. “뽁기는 처음부터 완성된 모양을 마음 속에 담아두다 보면 욕심으로 손끝에 힘을 가득 담게 되지. 그 때 뽁기는 깨지는 거야. 그래서 첫사랑도 깨지는 거지. 욕심 때문에….”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귀여운’ 대사다!

2 )
ejin4rang
김정화 요즘안나오네요   
2008-10-15 17:17
callyoungsin
공유와 김정화의 코믹 연기이지만 재미는 그닥 없었던   
2008-05-19 14:22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