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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인생
때로는 하류가 상류를 압도한다 | 2004년 5월 19일 수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임권택 감독의 아흔아홉 번째 작품인 <하류인생>은 그것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갖가지 상념을 떠오르게 하는 묘한 영화다. 한 마디로 예상한 것과는 판이하게 의외의 측면이 강하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은 실험성과 미적 완결성에 천착하던 그의 이전 작들과는 상당히 비껴나 있다.

혼란스런 격동의 시기였던 5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까지의 명동 거리를 주무대로, 한 건달의 파란만장한 부침의 삶을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과 함께 병치한 <하류인생>은 고증이 따로 필요 없는, 다시 말해 임권택 감독과 그의 작품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막역한 사이의 정일성 감독 이태원 대표의 젊은 날의 인생 역정을 태웅(조승우)의 몸을 빌려 스크린에 재현한 영화다.

시대에 편승해 영민하게 처신해온 노회한 어르신들과는 달리 당시와 불화할 수밖에 없는 그네들의 회한에 젖은 시선의 결과물을 동세대가 아닌 동시대인에게 내밀며 흉포한 세상사에 포박돼 서서히 황폐해져 가는 인간의 내외면의 모습이 얼마나 허망한지 자신에게로 한번쯤 대입해보라고 <하류인생>은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예의 임권택 감독만이 설계할 수 있는 호쾌한 액션 장면이 예상보다 오랫동안 화면에 머물지는 않는다. 여전히 보는 이의 눈을 설레게 하지만 말이다.

문제는,
몸동작에 리듬을 실어 혈전을 벌이는 박력 넘침의 일명 다찌마리(액션) 장면과 빼어난 풍광과 같은 유려한 미장센에 대한 의지를 적잖이 추스르고 그 손길을 다른 곳으로 옮겨 심혈을 기울인 그 티가 뚜렷하게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명멸하는 역사의 순간도, 태웅이라는 인물도 강하게 혹은 가슴 저리게 묘사되진 않는다. 또한 임권택 영화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무수히 많은 컷과 컷을 끈끈한 이음새 없이 속도전을 방불케 할 만큼 내리 쏟아 붇는다. <취화선>처럼 형식과 주제가 긴밀하게 호응하지 못하고, 찰나의 상황들만이 기억에 남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결국, 응집력이 부족해 임권택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영화의 메시지가 대중들의 가슴에 온전하게 가 닿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류인생>이 재밌고 공감대가 느껴지는 것은 다름 아닌 조승우의 사내다운 기질과 단순한 사고방식에서 출발하는 갖가지 대사와 에피소드들 그리고 그의 부인인 김민선과 펼치는 정감어린 알콩달콩 사랑얘기 때문이다. 이 점 역시 모두에서 밝혔듯 <하류인생>의 또 다른 의외의 선택이다. 이름 석자만으로도 무거운 그 무엇이 절로 떠오르는 임권택의 영화라는 점과 비오는 명동거리를 도끼눈을 뜬 채 활보하는 비장미 가득한 남자가 크게 부각되는 예고편을 보고 사내의 기품이 그득한 어두운 그림의 영화일 거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허나, 당 영화 그렇지 않고 박장대소할 만한 구석이 도처에 깔려 있다. 사실 뭐, 그 시대 자체가 코미디니 어쩌면 예정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러한 재미들이 크나큰 통찰력이나 큰 주제를 이루지 못하고 따로 국밥처럼 덜컥거린다는 거 안다.

그렇지만 기둥 줄거리에 균열의 조짐이 보이면 감독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작은 이야기가 땜빵으로서가 아니라 가열차게 자체적인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하류가 상류를 압도할 때가 있듯이.

3 )
ejin4rang
배우의 연기가 최고였던 영화   
2008-10-15 16:53
callyoungsin
조승우의 열연이 돋보였지만 허자 큰 흥행을 하기엔 힘든 영화   
2008-05-16 15:29
qsay11tem
작품성이 조아요   
2007-11-2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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