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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암행어사
그 멋졌던 그림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걸까? | 2004년 11월 26일 금요일 | 심수진 기자 이메일

『배가본드』를 보며 이노우에 다케히코에게, 『베르세르크』를 보며 미우라 켄타로에게, 흠, 당장 떠오르진 않지만 그밖의 많은 만화가들에게,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그 그림체에 ‘햐아~’라는 감탄을 멈출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윤인완 글/양경일 그림의 만화 <신암행어사>도 필자에겐 그런 느낌을 강하게 주는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선 『영챔프』, 일본에선 『선데이-GX』에서 동시 연재돼, 한국 만화가의 작품으로는 보기 드물게 일본 잡지 내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이 인기를 몰아 한일 합작 애니메이션으로 전격 제작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그래, 정말 그럴 만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것도, 탐미적인 시선을 거둘 수 없는 그 멋진 그림체의 매력이 상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인완, 양경일 콤비의 전작 『아일랜드』가 책장 술술 넘어가는 흥미로운 스토리로 눈길을 끌었던 것처럼, 『신암행어사』역시 고전을 비틀거나 뒤집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으로, 그 스토리의 매력을 유감없이 던지고 있다. 그림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이면에는 무의식적으로 머릿 속에 박혔던 고전 속 인물들, 이 만화의 남자 주인공인 ‘박문수’를 비롯해 몽룡, 춘향, 허준 등의 이미지를 파격적으로 구성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는 것.

뭣보다 털어도 먼지 하나 나올 것 같지 않은 꼿꼿함, 흔들림없는 정의감으로 암행어사직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악인들을 능가하는 속임수, 권모술수를 구사하며 아슬아슬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문수. 게다가 ‘백성을 구한다’는 거창한 명분보다 그의 숙적인‘아지테’를 찾아 고독한 여정을 밟아가는 무척이나 냉소적인 문수는 강렬한 도입부로 처음 등장했을때부터 묘한 매력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그뿐인가, ‘산도’로 활약하는 춘향은 아마도 <신암행어사>에서 가장 과감하고도, 황홀하게 고전을 발딱 뒤집은 이미지의 캐릭터일듯. 치렁치렁 긴 부드러운 생머리를 바람에 휘날리며, 남자인 ‘문수’를 보호하는 청순하고 섹시한 보디가드 춘향. 남자 주인공이 보호하는 연약하고 수동적인 캐릭터가 아닌, 한 고비 한 고비 사건을 거치면서 내면적인 성숙도 일궈가는 여전사로서의 춘향은 여성 독자들도 환영할 만한 멋들어진 캐릭터다.

이런 남녀 주인공들을 바탕으로, 무수한 고전들이 윤인완의 신선한 상상력으로 운용되는 『신암행어사』(비록 단행본 5권을 넘어서면서, 약간 지루해지고 있지만...)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솔직히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원작의 그림체를 정교하게 재현하지 못한 캐릭터 디자인이 그 첫 번째 이유. 원작에서 한껏 눈길을 끌었던 문수와 춘향 등의 모습은 애니메이션에서 다소 둥글둥글하고 어벙벙하게 디자인돼 그 매력이 반 이상 상실되는 느낌을 준다.

문수의 마패 속 전사들이 등장하는 장면도 기대가 컸던 탓인지 아쉬움을 강하게 일으키는 부분. 판타지의 느낌을 고조시키는 보다 스펙터클하고 몽환적인 장면 연출을 기대했지만, 그 가벼운 색감과 함께 싱거운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애니메이션의 색감은 전체적으로도 실망을 준다).

이에 애니메이션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인 ‘성우’의 연기 부분도, <신암행어사>는 만족할 수 없는 부분으로 자리잡는다. 월드 프리미어 당시, 관객들에게 터져나왔던 웃음도 바로 이 성우의 목소리 부분이었을만큼, 어딘가 캐릭터에 착착 붙지 않는 이상한 부조화가 <신암행어사> 속을 불안하게 떠다닌다.

여기에 가장 근본적으로 다가서는 아쉬움은 원작의 방대한 분량 가운데,‘신춘향전’과 ‘만다라케’ 편만을 꺼내오면서 유발되는 미적지근한 결말 부분이 아닐까. 시리즈의 1편을 보는 듯한 느낌 속에, 극장 밖을 나서야 하는 관객들에게 그래도 보다 여운있게 다가서는 에피소드는 ‘만다라케’ 편일 것 같다.

‘만다라케’에피소드는 ‘아지테’에 대한 언급한 최대한 사라진 대신, 원작에서 부각시키지 않았던 남쪽 섬의 음침하면서도, 신비한 분위기를 이런저런 화면들로 주조해 미스터리적인 분위기를 강화시켰다. 허나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 ‘마리’를 등장시켜 ‘산도’와 격투를 벌이게 하는 부분(이는 산도가 일본의 매니아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점을 고려한 장치겠지만)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엉성한 격투 장면으로, 오히려 실망을 준다.

두 편의 에피소드를 담으면서, <신암행어사>는 원작과는 다소 다른 주제와 방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듯. 그 결과, 이 애니메이션은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사람들이 기대하게 되는 ‘구원’의 허구를 깨뜨리는 부분에 초점을 놓는다. ‘신춘향전’에서 ‘문수’가 스스로 악덕 군주와 맞서 싸워보려 하지 않는 마을 사람들을 군주 이상으로 냉소하는 장면, ‘만다라케’에서 ‘유의태’가 자행한 거짓 구원의 진실을 밝혀가는 스토리는 영웅처럼 나타나 고통받는 민중을 단순히 구원하는 차원의 ‘암행어사’와는 애초부터 다른 출발점을 가진 원작의 의의와도 매력적으로 부합한다.

원작의 팬이었던만큼 <신암행어사>는 필자에겐 작은 흠마저 커다랗게 다가섰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원작을 보지 못한 관객들이라면, 어느 정도 흥미있게 볼 수도 있는 애니. 허나 원작에 열광했던 일본팬들이나 그 일반 관객들에게 이 애니메이션이 어느 정도나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아무래도 짙은 회의감을 떨칠 수 없다. 너무나 짙게 말이다...

8 )
ejin4rang
원작도 재미있고 애니도 재미있다   
2008-10-15 14:32
callyoungsin
재밌고 멋진 애니한편이었삼   
2008-05-16 13:27
qsay11tem
볼만합니다   
2007-11-23 13:27
js7keien
기초체력을 처음부터 다지지 않고 애니化했기에 원작은 水葬되고 만다   
2006-10-01 09:32
soaring2
첨보는 만화인데..어떨런지..   
2005-02-14 01:30
sweetybug
이거 개봉했었나??   
2005-02-11 14:56
jju123
우리나라 에니메이션에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2005-02-07 21:00
vezita
그림체에 대해 말씀드리면 상당수가 만화책을 안보고 영화를 본것으로 아는데 너무 만화책을 먼저본 분들 위주로 쓰셨군요. 제가보기엔 극장판이 더 좋았습니다. 공식홈에 나온 단행본과 비교하면요.   
2004-11-29 19:4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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