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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평가! 롤플레잉 하드고어 B급 액션
닌자 어쌔신 | 2009년 11월 12일 목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나약함은 힘을 필요로 하고, 배신은 피를 부른다.” 닌자를 양성하는 비밀 집단 ‘오즈누’의 수장 오즈누(쇼 코스기)의 대사처럼 그곳은 약육강식의 세계다. 그리고 라이조(정지훈/비)는 그곳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이자 체제에 대한 반역자다. 일종의 신고식이라 할만한 첫 번째 살인 임무 이후, 조직에 등을 돌리게 되는 라이조는 자신의 삶이 있는 곳이라 믿었던 ‘오즈누’를 떠나 진짜 자신의 삶을 찾아 달아나고 조직에 맞선다. <닌자 어쌔신>은 폭력적 강압을 강령처럼 받아들이며 유지되던 조직 체제에 저항하는 개인의 투쟁을 선혈이 낭자한 살육적 이미지로 담아낸 B급 취향의 액션물이다.

<닌자 어쌔신>이 묘사하는 닌자란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초인이나 다름없다. 유년시절부터 고아들을 모아 살인병기로 키워내는 비밀집단 오즈누는 닌자라는 존재감에 신비를 덧씌워 리모델링한 가상적 세계관이다. 은둔과 잠입을 장기로 뛰어난 암살적 능력을 발휘한다는 닌자의 베일적 존재감 자체를 도화지 삼아 상상력을 덧칠하고 스크린에 전시한다. 사실 이는 서양에서 제작된 오리엔탈리즘 소재의 영화들이 범하는 자아도취적 환상에 가깝게 보인다. 다만 그것이 만화적이고 게임적인 세계관 안에서 펼쳐낸 과장이라고 납득했을 때 그 착시적 환상을 인정할만한 수준은 된다. <닌자 어쌔신>을 비현실에서 펼쳐지는 허구적 캐릭터들의 피범벅 액션물이라 이해하고 납득했을 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충분조건이 성립된다.

사실 낡은 유물과 같은 닌자를 현대시제 안에서 재현했다는 점만으로도 <닌자 어쌔신>은 이미 시대적 현실감을 거부하는 판타지다. ‘오즈누’가 ‘명성황후’시해에도 관여했으며 현대에서도 암암리에 중요한 암살사건에 관여하고 있다는 ‘유로폴(Europol)’ 수사관의 발언은 현재까지 생명력을 유지하는 구시대의 유물의 존재적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한 수순에 가깝다. 비밀조직의 활약상을 구체화시킴으로써 조직의 연원적 깊이를 설명하고 은밀한 활동범위를 인지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허구적 환상을 실제적 세계관에 이입시킬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다. 다만 ‘명성황후’시해 사건, 일명 ‘을미사변’이 유로폴 수사관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정도로 손쉬운 예시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물론 그것을 (한국 배우가 주연을 맡은 할리우드 영화가 배려한) 이벤트로서 마련된 의도적 삽입이라 인식한다면 심각하게 진지해질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 뒤로 등장하는 TV속 한국사극은 일종의 애교다.

물론 <닌자 어쌔신>에 조준된 기대감의 팔할은 액션에 놓여 있을 것이다. 피칠갑을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닌자 어쌔신>은 상업영화의 포맷 안에서 기획되고 제작되는 안전한 액션영화라고 하기엔 강력한 취향을 드러내는 영화다. 도입부부터 고어적 수준의 신체훼손 이미지를 노출하며 그 이후로도 잔인한 장면들을 더러 연출해 보인다는 점에서 B급 취향을 과감히 전시한다. 물론 도입부의 살육신을 포함해 라이조와 오즈누의 일대 다수 대결을 묘사하는 대부분의 액션 시퀀스들은 현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장치적 효과보다도 육체적 스턴트의 흔적이 두드러지는 <닌자 어쌔신>은 아날로그적 역동성을 만끽하게 만드는 올드한 감성의 액션영화라 해도 좋을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액션신이 밤시간과 어두운 실내를 배경으로 묘사되고 빠른 몸놀림을 따라잡지 못하는 카메라엔 잔상이 가득한 경우가 많아 시각적 제약이 뒤따른다. 또한 지나치게 건조한 톤의 감정을 일관적으로 밀어붙이는 탓에 액션을 구경한다는 것 이상의 흥분감이 동원되기 어렵다. 건조하게 스크린 너머의 액션을 담담하게 지켜보게 될 공산이 크다.

<닌자 어쌔신>은 대중적인 할리우드 메인스트림 영화라기 보단 마이너적인 B급 취향의 액션영화라고 칭하는 게 보다 어울려 보인다. 게임이나 만화적 세계관에 심취했다는 워쇼스키 형제의 취향도 배제하기 어렵다. 오즈누에 반발한 라이조가 그에 맞서 조직을 붕괴시켜나가는 과정은 흡사 스테이지를 돌파하는 롤플레잉 게임 캐릭터의 활약상을 스크린에 묘사한 것이나 다름없다. 스테이지마다 적절한 미션을 수행하고 그 끝에 다다라 최종 보스를 격파하면 게임은 끝난다. 그만큼 <닌자 어쌔신>은 단순하고 명확한 영화다. 순차적으로 등장하는 액션신의 향연은 볼거리를 이루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순차적인 수순 안에 놓여있기에 능동적인 예상을 무마시킨다. 예상범위 내에 명확히 갇힌 이야기처럼 그 사연의 진전을 통해 얻을만한 감흥은 얕은 수준이다. 덕분에 클라이맥스가 이루는 감흥의 세기도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롤플레잉 게임처럼 디자인된 세계관을 품은 내러티브는 단지 게임적 세계관을 작동시키기 위한 에피소드적 장치에 불과하다.

만약 <닌자 어쌔신>을 할리우드 표준 규격의 대중적 액션영화로서 기대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방향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B급 취향의 하드고어 이미지를 저돌적으로 제공하는 영화로부터 취향의 소통불가적 배신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선 그럴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취향을 적절히 감내할 수 있는 관객에게 <닌자 어쌔신>은 적절한 킬링타임을 제공하는 액션영화로서 유효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정지훈의 할리우드 주연작이란 사실에 기대감을 품은 국내관객에게 팁을 하나 주자면, 터미네이터적인 무표정을 일관하고 감정적으로 봉인된 캐릭터 라이조를 연기하는 정지훈은 묵묵한 액션 캐릭터로서 <닌자 어쌔신>에 철저히 복무하고 있다. 영화적 의도에 적합한 성과를 드러내지만 그 이상의 ‘연기’를 원했을 관객이라면 이 역시 기대적 방향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2009년 11월 12일 목요일 | 글: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정지훈이란 이름으로, 할리우드의 중심에서 액션을 날린다.
-워쇼스키 형제의 취향을 반영하는 만화적인, 게임적인 피칠갑 액션 무비.
-It's bloody hard rain. 피칠갑 하드고어 무비. 비가 아니라 피가 내린다.
-강압적 전체주의에 맞서는 개인의 저항기. 워쇼스키 형제의 세계관은 언제나 일맥상통하다.
-일단 목이 떨어지고, 다리도 갈라지고, 쟤는 대체 몇 토막이니.
-우리 지훈 오빠의 살인미소는 한국에 두고 영화 찍으러 할리우드 갔나요.
-종종 서양 애들은 동양이 지구에 없는 땅인 줄 아나 보더라. 무슨 중간계도 아니고.
-<브이 포 벤데타>의 제임스 맥티그보단 워쇼스키의 덕후적 로망이 강하게 반영된 B급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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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dosa
kankcw님/ 소재가 닌자살수라는 B급소재이므로 B급 영화가 될수밖에 없다 이런 말씀인가요??? 그 말씀에도 동의할 수 없지만..이런것으로 논쟁하면 끝이 없을듯 합니다...다만..제가 왜 저 평론가의 주장에 이의를 달았는지와는 상관없는 에이급 비급 논쟁이 되어버린듯하여 이얘기는 그만 하려고 합니다...잠시나마 님과 함께 글을 섞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2009-11-12 14:47
wjsghddnr
kankcw 이분말씀 맞습니다
밑에분이 A급 B급의 기준을 잘모르시는같은데
어디서 홍보를하든 액션이 화려하고 볼거리많다고
그영화가 A급이라고 절대 말할수없어요
이기준은 어디까지나 감독취향에따라 제작할때부터
태생해서 나오는 부분인데
B급영화라해서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말이 절대아니라는거죠

  
2009-11-12 14:45
kankcw
musicsoda님..우선 영화에서 A급과 B급을 나누는 기준에 대해 정확히 알고 계셔야 할것 같아요. 영화에서 A급과 B급을 나누는건 영화가 완성된 후에 결정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작진의 취향에 의해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에 이미 결정 되는 것입니다. 태생적인 문제라는 것이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듯 영화의 취향문제입니다. musicsoda님이 닌자어쌔씬의 액션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닌자어쌔씬이 A급영화가 될수 없다는 말입니다. 닌자 어쌔씬을 B급 영화라고 불러서 기분 나빠할 이유가 없습니다. 영화를 A급과 B급으로 나는 것은 영화를 분류하는 방법의 하나이지, 영화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는 겁니다. B급 액션영화로 성공한 사례가 바로 미라입니다. (본인이 영화 미라를 좋아한다는것이 아니라 성공했단말입니다) 미라는 B급 영화지만 성공했고 그후에 속편들이 A급영화로 만들어진겁니다. musicsoda님이 잘못알고 계신것인지, 흥분할 필요가 없는 문제입니다~   
2009-11-12 14:33
musicdosa
아래 저와 잠시 논쟁(?) 했던 분들 혹 저의 표현이 심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다만 저는 위의 평론가께서 본인의 재미기준으로 A와 B급을 나누고 본인의 판단이 마치 객관적인 양 말하는 것에 공감할 수 없어 제 의견을 적었을 뿐입니다...   
2009-11-12 14:33
seok3300
기대됩니다.
  
2009-11-12 14:04
musicdosa
dillita님/ 참 답답하십니다..메이저로 만들고 메이저로 워너에서 홍보하고 있는데 그것을 왜 굳이 우리가 마이너로 받아드여야 하죠? 이건 킬빌같은 영화가 아니란 말입니다..그리고 왜 자꾸 A급이니 B급이니 나누죠? 그 자체가 이해가 안됩니다. 이 영화가 기본 블록버스터와 차이나는 것이 있다면 잔인성이고 보다 고어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그 어떤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더 화려하고 멋진액션을 보여주고 있고요 주인공 라이조에게 몰입할 수 있는 단순하지만 짜임새있는 구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잔인하고 긴장되지만 재밌게 즐길수있는 화려한볼거리로 가득한 영화라는 것입니다. 근데 이게 무슨 마이너고 매니아고 B급이라는 것입니까?   
2009-11-12 14:02
musicdosa
kankcw / 제가 여기서 말하는 A급과 B급의 기준은 대중성입니다. 그리고 제가 보는 한 이 영화는 대중적인 흥행을 노리고 만든 작품입니다. 비록 액션이 잔인하고 고어한 것은 인정하나 그것이 곧 B급인 양 말할 수 없다는 것이죠.그리고 재밌는 액션영화에 복잡한 내러티브가진 영화있으면 말씀해보시죠..본인이 감동받지 않은 영화는 다 B급영화가 되는 것인가요? 결국 본인이 재미없게 보았으니까 B급이라는 주장밖에 안되고요.. 본인의 액션보는 눈이 마이너급밖에 안되면서 메이저급 영상 보고 이러쿵저러쿵하는것이 좀 우스울 뿐입니다..개봉하면 국내의 관객들이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판단해줄 것으로 믿습니다..   
2009-11-12 13:53
dillita
B급영화란게 꼭 떨어지는 영상 뭔가 부족한 영화 그런게 아닙니다. 헐리웃 메인스트림 영화들을 주로 A급 으로 칭하고 있으나 수많은 A급영화들이 B급영화보다도 못한경우가 허다합니다. B급이란건 구지 뭔가 없어보이는그런느낌으로 다가가면 안됩니다. 촬영장의 규모 책정된 예산의 정도 스케일 로케이션 네임밸류 수많은 가짓수를 고려해봐야 합니다. 싸구려라서B급으로 칭하진않는다 이겁니다. B급액션영화에서 느낄수있는 그런 원초적인 액션 부분들이 존재하는것또한 이영화가 B급임을 증명하는 요소입니다. 확실히 대중들을 고려한 매이져한 느낌의 영화는 아니지않습니까? 그리고 어설프게 헐리웃 액션 블록버스터로 승부하느니 오히려 마이너들을 위한 요소를 공략하는 영화로서가 더 가치가 살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본디 저또한 이영화에 대한 느낌을 딱 이정도로 잡아놓고있어서 별로 색다를것도 없군요.   
2009-11-1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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