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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을 위해 내달리는 평범한 가족 코미디 (오락성 7 작품성 5)
헬로우 고스트 | 2010년 12월 17일 금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훈훈한 가족 영화들이 극장에 걸린다. 모두가 편히 보고 즐길 수 있는 가족 영화들이 제 몫을 하는 시기다. <헬로우 고스트> 역시 그렇다. 살짝 살짝 웃겨주면서 유쾌하게 진행되다가 감동으로 마무리하는 일반적인 공식을 잘 따른다. 구성이나 방식에서도 전형적인 스타일을 보이지만, 그래도 나름 신선한 설정과 심혈을 기울인 엔딩이 비장의 카드다. 홍보 과정에서 코미디를 강조하는 건, 마지막 감동을 배가시키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고아로 어렵게 자란 상만(차태현)은 외로운 삶을 정리하기 위해 자살 시도를 한다. 헌데 쉽게 되지 않는다. 계속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생과 사를 넘나드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변에 있는 귀신을 보는 능력이 생긴다. 그것도 변태할배(이문수), 꼴초귀신(고창석), 식신초딩(천보근), 폭풍눈물(장영남) 이렇게 4명이나 된다. 점을 보니 이 귀신들은 억지로 떼어낼 수 없단다. 살살 비위를 맞춰주고 소원을 들어주면 스스로 떨어져 나간다는 것. 상만은 귀신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자신의 몸을 이들에게 내어준다. 상만의 생활을 완벽하게 망쳐놓은 민폐 귀신들이지만, 상만은 외롭고 쓸쓸했던 자신의 인생에서 나름의 활력소를 찾고, 이들을 통해 병원 호스피스로 일하는 연수(강예원)와의 로맨스도 시작한다.

자살을 시도하다 생과 사의 경계를 경험한 주인공의 눈앞에 귀신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공포영화의 설정 같지만, 그 주인공이 차태현이고 그 귀신들이 참 가지가지 하는 독특한 캐릭터들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평생 술 담배를 안 하던 주인공은 귀신에 빙의되면서 술고래에 꼴초가 되고, 초딩처럼 말하고, 여자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차태현은 귀신 빙의 모습을 각 캐릭터와 배우들의 특징을 살려 연기하면서 웃음을 준다. 하지만 웃음의 강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다. 상황 자체가 주는 유쾌함은 있지만 빵빵 터지는 폭발력은 부족하다.

그도 그럴 것이, <헬로우 고스트>는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우는 영화가 아니다. 유쾌하고 편안하게 전개하다가 마지막에 감동을 주는 휴먼 드라마다. 그래서 코믹한 코드에 과한 힘을 쏟지 않는다. 물론 차태현의 개인기나 여러 배우들을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변태할배를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이문수나 비주얼로도 코믹함을 주는 고창석, 철저하게 애 같은 천보근, 맨날 울고 있는 장영남 등의 귀신들의 캐릭터들이 좋다. 여기에 각 귀신들과 엮이는 현실 세계의 사람들 역시 자기 역할을 다하며 조화를 이룬다.

<헬로우 고스트>를 전형적이라고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는 시나리오의 힘이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김영탁 감독은 여러 캐릭터를 만들고, 각 캐릭터마다의 에피소드를 만들어 이야기를 분산시켜 진행한다. 하지만 분산된 이야기는 마지막 순간에 하나로 합쳐진다. 아마도 <헬로우 고스트>는 시나리오 단계에서 높은 완성도를 획득한 영화일 것으로 짐작이 가능하다. <헬로우 고스트>가 시나리오 완성 후 일주일 만에 캐스팅과 투자가 성사된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시나리오와 영화는 또 다른 법. 이야기의 구조 자체는 좋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며 감정을 조절하는 연출적인 부분에서는 다소의 미흡함도 보였다. 생략되고 축약된 부분도 많아 매끄럽지 못한 전개가 보이기도 한다.

<헬로우 고스트>는 결국 마지막을 보여주기 위한 영화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과정에 특별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에 다다르면 지난 이야기의 톱니가 맞춰지면서 감동으로 귀결된다. 넓게 퍼져 따로 놀던 이야기들이 구심점을 찾아 모이면서 엔딩에 이른다. 큰 웃음을 안 준다고 너무 서운해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이 영화는 웃음 폭탄보다는 마지막 한 순간을 위해 내달리는 영화니까.

2010년 12월 17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연말에 편하게 볼 만한 가족영화, 전형적이지만 마지막 감동이 쏠쏠하다.
-차태현의 과하지 않은 고군분투 개인기.
-여러 배우들이 각자의 역할과 에피소드를 잘 책임진다.
-코미디에 혹해서 너무 큰 웃음을 기대하지는 말길.
-너무 많은 정보를 알고 가면, 김 빠진다.
-각 캐릭터마다의 에피소드에 걸친 또 다른 에피소드들의 나열. 너무 방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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