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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맺힘을 어루만지는 최면·안마사 (오락성 7 작품성 7)
첫눈이 사라졌다 | 2021년 10월 21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마우고시카 슈모프스카, 마쉘 엔그레르트
배우: 알렉 엇가프, 마야 오스타쉐브스카, 아가타 쿠레샤
장르: 판타지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15분
개봉: 10월 20일

간단평

획일적이면서도 각기 특성 있는 고급 주택이 즐비한 폴란드 바르샤바의 어느 부자 동네. 그곳에 사는 주민들은 얼핏 중·상류층에 걸맞게 안정된 지위와 부유한 생활을 영위하는 듯하지만, 저마다의 고민과 걱정, 문젯거리를 안고 있다. 소원하기도 친밀하기도 한 이웃들을 연결하는 한 남자가 있다. 정기적으로 그들을 방문하는 솜씨 좋은 안마사 ‘제니스’(알렉 엇가프)다. 근로감독관은 제니스를 향해 ‘그곳’ 출신이라며 의미심장한 눈길을 보낸다.

<첫눈이 사라졌다>는 신비한 능력을 지닌 최면술사이자 안마사인 제니스를 주인공으로 한 아트 판타지다. 접이식 안마침대를 옆에 메고 고객을 찾아가는 제니스가 풀어주는 것은 근육의 뭉침만이 아니다. 최면을 통해 내면에 맺힌 후회, 근심, 죄책감, 그리움, 슬픔, 공포 등 어둡고 부정적인 감정을 서서히 한곳에 모아 한순간에 흘러 보내 버린다. 육체와 정신을 어루만지는 그의 손길에 이웃들은 홀리듯이 빠져든다. 제니스가 발휘하는 특별한 능력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영화가 인류 최악의 재앙이라 할 만한 체르노빌 원전 폭발을 흥미롭게 판타지와 접합하는 대목이다. 폭발 당시 날리던 분진을 보고 눈이 오는 것 같다고 느꼈던 한 소년에게 죽음이 아닌 치유의 능력을 부여하며 <첫눈이 사라졌다>는 비극적 사건을 한 편의 예술영화로 승화한다.

한편으론 이런 물음도 뒤따른다. 부드러운 손길로 이웃들에게 위안과 평온을 전하는 제니스지만, 정작 그의 안식처는 어디이며 누구에게서 위안을 찾을 것인가. 외로움이 배어 있는 듯한 그의 공간과 고독한 모습 등에서 얼핏 구도자의 형상이 스치고 지나가는 이유다.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2020) 경쟁부문 진출작으로 폴란드 차세대 거장으로 꼽히는 마우고시카 슈모프스카 감독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카메라 감독인 마쉘 엔그레르트 감독과 공동 연출했다.


2021년 10월 21일 목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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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라이언: 코드네임 쉐도우>,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등과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로 잘 알려진 알렉 엇가프, 신비한 치유 능력 지닌 ‘제니스’로 분해 무용수 같은 우아한 동작으로 시선을 서서히 사로잡는다는
-세계 영화계를 휩쓰는 여성 파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티탄>의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 <노매드랜드>의 클오이 자오 감독과 어깨를 견주는 마우고시카 슈모프스카 감독에 주목하는 것도
-판타지 영화라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회귀나 빙의물 같은 성격은 아니라는
-첫눈은 왜 사라졌다는 거지? 사라지긴 한 건가? 등의 물음이 뒤따를 수도. 명쾌한 결말을 안기는 영화를 선호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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