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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디스 월드
우울한 감정 또한 사치임을 보여주는 영화 | 2005년 7월 5일 화요일 | 이희승 기자 이메일


사람들이 슬픔에서 위로 받는 방법 중에 하나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보고 나서다. 인정하기 싫지만 삶에 좌절하고 인생이 우울해 질 때 ‘아, 저 사람 보다 나는 그나마 행복한 사람이구나. 배부른 소리 하지 말자’ 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 디스 월드>는 그런 맥락에서는 비슷하지만 그런 위로조차 복에 겨운 사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이 영화는 세 번의 수정을 거쳐 제목이 결정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인 디스 월드>의 첫 번째 제목은 로드 무비답게 <실크로드>였고, 자말의 이민국 관리번호인 < M1187511 >은 그의 여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무언의 절규로 채택되었다가 ‘그는 이 세상에 없다(He is not in this world)’라고 말하는 마지막 제목에서 착안해 최종 <인 디스 월드>로 결정되었다.

사실 이 마지막 대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이 세상을 살아가는지 되묻는 잔인함을 지니고 있다. 주인공 자말과 에나야트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으로 더 나은 미래를 살기 위해 런던으로 밀입국을 시도 한다. 왜 하필이면 런던인지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이들은 비자가 없고 (아예 만들어주지도 않으며) 밀입국을 시도하는 난민들의 반 이상이 여행도중 죽거나 다시 귀국조치 된다는 사실만을 덤덤히 보여준다. 보고 나서 복잡해지는 영화는 많은 여운을 남기기 마련이지만 특히, 가슴 짠하게 불편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 영화가 실화이며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난민들이 국경을 넘고, 짐짝처럼 취급되며, 노동력을 착취당하다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특히, <인 디스 월드>는 부성애를 색다른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 어쩌면 이슬람교의 문화특성상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낮은 문화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에나야트의 아버지는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재산을 처분해 밀입국 브로커에게 맡긴다. 그를 떠나 보낼 때 이미 성공이든 실패든 간에 다시는 못 볼거란 사실을 알고 나서도 보냈기 때문일까? 떠난 지 6개월 만에 ‘그는 이세상에 없다’란 말을 듣고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자말이 이란에서 만난 같은 밀입국 대상자인 부부는 자신의 브로커가 돈만 챙기고 이들을 이탈리아 인신매매단한테 팔아 넘기기 전 런던으로 가는 줄만 알고 막 걸음을 떼는 자신의 어린 아들에게 새 신을 사준다. 신을 고르고 신겨주는 건 어머니가 아닌 남편이다.

그리고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기구멍하나 없는 컨테이너 박스에 갇혀 40시간 동안 운반되어질 때 결국 살아남는 건 16살 자말과 어린 아기뿐. 열악한 조건에서 40시간을 버티기에 어른들은 충분히 고단한 인생을 살았던 것이다.

이 영화가 더 불편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세상엔 이렇게 잔인하고 불쌍한 인권모독이 행해졌다’가 아닌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의 ‘망명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라고 비춰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이 영화를 볼 기회나 돈이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그만큼 잔인하고 사실적으로 실크로드의 여정을 담담히 보여주고 있다.

그 사실적인 시선이 지루하게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유일한 단점이지만 가슴을 울리는 감동은 바로 그곳에서 나오는 아니러니함을 가지고 있는 영화가 바로 <인 디스 월드>다. 그래서 더더욱 이 세상에 (in this world)에 이런 종류의 감동을 두 번 다시 겪지 않는 세상이 오길 빌게 된다.


5 )
callyoungsin
잘 만들었으나 너무 지루한...   
2008-05-15 14:12
kyikyiyi
지루한 영화처럼 보이는 이유는...   
2008-05-09 15:04
qsay11tem
철학적이네요   
2007-11-23 11:56
kgbagency
보고싶었는데...   
2007-05-08 17:44
huhugirl
아직 못봤는데...무지 슬플것 같아요~ 지루함도 쬐금 있겠지만...나중에 기회되면 봐야겠네요^^;;   
2005-07-1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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