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덴젤 워싱턴의 파괴적인 연기력
허리케인 카터 | 2000년 3월 13일 월요일 | 오상환 기자 이메일

80년대를 장식하는 걸작으로 불리는 마틴 스콜세지의 [성난 황소]는 복싱영화의 틀을 빌려 제이크 라모타라는 남자가 황폐한 내면을 드러내고, 추악함에 기울며 결국 몰락하게 되는 이야기를 뛰어나게 고찰한 영화로, 30kg의 체중을 불리며 열연한 로버트 드니로의 명연기가 진한 인상을 남겼다. 매우 거칠고 남성적인 스포츠인 복싱은 야수처럼 사나운 내면을 품고 있는 자의 우울함과 분노를 그려내는데 매우 적절하게 이용되기에, [록키]나 [성난 황소] 이외에도 복싱을 소재로 한 많은 영화들이 제작되는 것 또한 이 장점을 영화에 담아내기 위해서일 것이다.

덴젤 워싱턴이 [성난 황소]의 로버트 드니로 못지않은 명연기를 선보여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허리케인 카터]도 복싱 영화의 틀 한 가운데 서 있다. 하지만 [성난 황소]처럼 복싱이 거친 내면의 분노를 반영하는 수단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허리케인 카터] 역시 한 남자의 고독하고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을 그린 밀도있는 드라마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스파이크 리의 영화처럼 치열하고 저돌적으로 인종차별주의에 대항하는 도전정신은 살아 있지 않지만, 감독 노만 주이슨은 주인공 허리케인 카터의 주변에 머무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좀더 따뜻한 시각으로 매우 민감한 소재를 풀어간다. 실화를 영화화할 때 범하기 쉬운 주인공에 대한 미화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반면, 끝없이 강한 자세를 지키며 신념을 굽히지 않는 허리케인의 강직함과 집념이 섬세하게 묘사되며 촘촘하게 이야기에 긴장을 불어넣는다. 또한 특수한 시대 상황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도 이 방만한 스토리를 매끈하게 다듬는데 일조한다.

노만 주이슨 감독은 인물의 감정선이 치밀하게 표현될 수 있도록 매우 밀도있게 인물들에 접근한다. 매우 긴 세월의 이야기를 연대기 순으로 평범하게 구성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화면 구성으로 인물과 감정선이 화면 바깥으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는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빠지기 쉬운 감상주의와 매너리즘도 쉽게 극복한다. 여러 명의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자유에 대한 강한 의지로 무장한 허리케인 카터의 신념을 드러내기위해 설정된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영화 전반에 거쳐 허리케인 카터의 강인한 의지와 끈기를 과장없이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똑바로 살아라], [말콤X] 이후 스파이크 리의 감각도 예전같지 않다. 흑인의 의지와 저항을 넘치는 힘과 저돌적인 기세로 파고들던 그 역시 이제는 여타의 흑인 감독들이 보여주는 흑인을 위한 드라마와 그리 차별되지 않는 영화를 만들고 있다. 과연 흑인이 흑인 얘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남겨진 몫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백인 감독이 제대로 흑인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우리의 편견을 깨트리듯 노만 주이슨은 [허리케인 카터]를 통해 흑인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부르짖는다. 하지만 [필라델피아]나 [컬러 퍼플]과 같은 영화들이 할리우드 영화의 범주에 묶여 모든 편견을 인권의 문제로 묶고, 정의의 승리를 통해 미국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처럼 [허리케인 카터] 역시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 사이의 관계로 이야기를 넓혀나가는 이야기는 자칫 진실과 흑인의 인권이라는 소재의 본질을 잃어버릴 수 있다. [허리케인 카터] 역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하다보니 남아있는 것은 불굴의 의지와 그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친구들의 우정 뿐이다.

허리케인 카터를 중심으로 자유와 신념,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강한 비판까지 너무 많은 것을 드러내려 하는 바람에 허리케인 카터를 제외한 등장인물들이 생명력 없이 비춰진다는 점과, 법정 드라마적 성격이 강한 후반부가 다소 설득력 없이 느껴진다는 점이 [허리케인 카터]를 평작에 머물게 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2시간이 넘는 긴 런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허리케인 카터의 자유 의지를 강하게 부르짖는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가 다소 싱겁게 느껴져 [성난 황소]의 치열함을 담아내지 못한 채 그저 '감동적인' 할리우드 영화로 머물러 아쉬움을 남긴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덴젤 워싱턴의 신들린 연기. 특유의 강인함을 필두로 깎아내린 듯한 차가움과 고뇌의 감정을 조절하는 디테일한 감정 표현을 능수능란하게 표현하는 덴젤 워싱턴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허리케인 카터]를 볼만한 영화로 만든다. 골든 글로브와 베를린 영화제에 이어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에 도전하는 덴젤 워싱턴의 수상 여부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아카데미는 올 해에도 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영광의 깃발]로 아카데미와 인연을 맺은 덴젤 워싱턴이 [말콤X] 등의 작품에서 보여준 뛰어난 연기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로부터 외면받은 전적을 생각해볼 때 아카데미의 보수적 시선은 그와 통 인연을 맺기 힘든 것처럼 느껴져 씁쓸함을 남긴다.

4 )
hakus97
혼자 극장에서 보고 감동먹었던 기억이 난다.   
2009-03-05 21:23
ejin4rang
덴젤워싱턴의 연기 기대   
2008-12-02 14:50
ljs9466
기대되는 영화!!   
2008-01-14 15:13
rudesunny
기대됩니다.   
2008-01-14 13:4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