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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욕심 많은 감독이 만든 어정쩡한 21세기 변강쇠
가루지기 | 2008년 5월 2일 금요일 | 하성태 기자 이메일



그러니 20대 초반 관객들을 위해 배경부터 설명부터 해 보자. <변강쇠전>은 판소리계 소설이다. 민초들 사이에서 구전되어 오던 것이 조선시대 때 소설로 정리된 것으로, 거칠게 요약하자면 민중성을 기반으로 한 공동 창작물 쯤 되겠다. 내용이야 변강쇠와 옹녀의 탄생과 연애지사지만 뿌리가 없다는 3류 에로가 원류는 아니라는 말씀이다. 영화는 86년 엄종선 감독의 <변강쇠>와 고영우 화백의 <가루지기>가 대표적인데 물론 주인공은 ‘변강쇠’다. 이대근 선생이 주연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시체를 거적으로 말아 지고 가는’, ‘지게에 가로로 지고 가는’ 형상을 본 딴 ‘가루지기’의 더 정확한 뜻은 검색창을 이용하시길.

신한솔 감독의 2008년 <가루지기>는 ‘변강쇠’ 이야기의 프리퀼이자 변강쇠과 ‘정력의 제왕’으로 거듭나기까지를 그린 수퍼 히어로물이다. 그러니까 고전의 재해석, 재창조쯤 되겠다. 떡을 파는 형(오달수)과 자신의 실수로 아래쪽을 못 쓰게 되어 자신감을 잃고 놀림감이 된 강쇠(봉태규)가 마을에 전해 내려져 오는 영험한 기운을 마시고 정력의 제왕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이야기. 이야기만 놓고 보면 익숙하면서 새롭다. 익숙한 건 전형적인 수퍼히어로 장르의 거듭남이요, 새롭다는 건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변강쇠’의 청년 시절을 그렸기 때문이리라. 고전의 ‘변강쇠’와 ‘옹녀’는 그 누구도 받아 줄 이 없는 정력 때문에 각자 남도와 서도에서 떠돌던 두 사람이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는 걸 염두에 두자.

사실 <가루지기>를 고전과 비교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변강쇠’라는 캐릭터뿐이다. <싸움의 기술>로 데뷔했던 신한솔 감독은 장기는 아닐지언정 자신이 해보고자 했던 판타지들을 곳곳에 삽입한 것으로 보인다. <서유기 월광보합>에서 주성치가 중요 부분을 맞던, 눈물(?) 없이 볼 수 없던 그 명장면을 오달수와 봉태규에게 패러디 시키는 한편, 판소리와 오케스트라를 뒤섞고 또 난타와 뮤지컬을 접목시킨다. B급 정신에 발맞춰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와 같은 에로드라마의 모티브를 확대시킨 오프닝 시퀀스에 이어 클라이막스는 웅녀에게 제물로 바쳐지는 변강쇠와 같은 설화적인 설정을 가져왔다. 간간히 이어지는 노출은 케이블 스타 서영과 이름 없는 배우들의 몫이지만 <화녀>로 데뷔한 윤여정선생과 뮤지컬 계의 주연배우 전수경의 활약 또한 만만치 않다.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이나 흑인과의 크기 차이를 이용한 개그는 신한솔 감독의 새로운 시도지만 바위를 굴리고, 비와도 대적하는 정력을 자랑하는 변강쇠의 에피소드는 80년대 영화와 맞닿아 있어 반갑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이 고전적인 내러티브 구조에 잘 녹아들었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낫 굿’이다. 기본적으로 변강쇠의 성격이 워낙 짓눌리고 진중하다보니 다른 인물들과의 온도차가 너무 현저하다. 설사 고뇌하는 변강쇠가 새롭게 다가오더라도 해석의 차원으로 이해하기에 이건 좀 심각하다. 재차 강조하자면 개별 에피소드와 수퍼 히어로로 거듭나는 강쇠 캐릭터가 따로 놀고 있다는 얘기다. 80년대의 변강쇠가 주체할 수 없는 힘 때문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가볍고 과장되게 그렸다면, 21세기의 변강쇠는 그 힘을 자기희생으로 녹여낸다. 하지만 그 희생에 감정이입을 한다고 한다면 어불성설이요, 단순한 오락으로 즐기기에도 무리수가 따른다. 수퍼히어로로 거듭났다고 해서 강쇠과 침략과 가뭄의 위기를 해소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우리가 궁금했던 21세기 ‘해학’은 이런게 아닐진데 말이다.

마을 아낙들의 묘사도 그러한 위에 언급한 온도차에 한몫을 거든다. 강쇠를 무시하고 남자들이 전쟁터에 끌려간 사이 달랠 길 없던 외로움을 거듭난 강쇠에게 달려들어 풀던 여자들의 묘사가 그리 유쾌하지 만은 않아 보이는 건 둘째치더라도 오히려 ‘강한 여자’였던 80년대의 옹녀가 훨씬 진일보한 묘사가 아니었을까. 또한 강쇠의 첫여자 할멈(윤여정)을 비롯해 그녀들이 후반부 강쇠를 떠받치는 과정도 매끄럽지 않은 전개 탓에 생뚱맞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더불어 왜구의 노리개 노릇을 하다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놓아버린 달갱(김신아) 또한 닳고 닳은 캐릭터이긴 마찬가지다. 세속과 순수에 대한 이분법과 이를 화합시키는 과정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가루지기>는 감독의 과욕과 재기발랄함이 결합된 상업영화다. 그러나 영웅으로 재탄생되는 변강쇠의 플롯을 바탕으로 마을의 흥망성쇠 등 서브플롯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지 못하고 에피소드별 온도차도 심하다. 심지어 점잖은 마케팅이 대변하듯 노출 또한 독창적이지도 화끈하지도 않다. 주위의 만류에도 꿋꿋하게 이 작품을 선택했다는 ‘원 톱’ 봉태규에게 심심한 위로와 응원을 날리는 바이다.

2008년 5월 2일 금요일 |
글_하성태 기자(무비스트)



-그래도 우리 태규씨가 코미디 영화에서 기본은 했었잖아?
-오히려 마케팅에서 숨겨진 달수 형님의 표정 연기에 주목하시라.
-‘토속’과 ‘에로’라는 수사에 마냥 끌리는 당신!
-윤제균의 섹스코미디 <색즉시공>을 예상하진 마시길.
-서영 언니의 섹시한 자태는 케이블에서 하루 걸러 틀어주잖아?
-김신아의 기사들은 ‘낚시’라니까!
28 )
hrqueen1
왜 만들었는지, 어떻게 제작을 하게되었는지 ??? 정말 궁금한 영화.   
2008-05-03 08:09
ldk209
너무 수그러진다든데....   
2008-05-02 23:49
justjpk
음.. 평이 늦게 올라 왔네..
욕심을 얼마나 부리셨길래..   
2008-05-02 22:41
ruqdmsaksu
봉태규씨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기대되는 영화에요 ^^   
2008-05-02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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