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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일기 쓰는 남자 벤 에플렉, 위기에 봉착하다
맨 어바웃 타운 | 2009년 6월 19일 금요일 | 하성태 이메일


너무 식상한 답인지 잘 알지만 어쩔 수 없다. 일기를 쓰는 일은 결국 자신을 돌아보는 자기 성찰의 행위다. 사춘기 시절, 그간 공을 들여 썼던 일기장과 작별 인사를 고하는 바로 그때는 어쩌면 부지불식간에 순수함과 공식적으로 결별을 고하고 때 묻은 어른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순간이리라. 그렇다고 일기를 쓰는 인간형이라고 해서 모두 다 자기 성찰의 미덕과 긍정성을 올곧이 발현한다는 주장을 할 요량도 아니다. 특정한 어떠한 행위 하나가 복잡다단한 인간 심리를 모두 관장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만큼, 인간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니까.

<맨 어바웃 타운>이 일기를 쓰는 행위를 바라보는 관점도 딱 거기까지다. 기본적으로 휴먼 코미디라 정의할 수 있는 이 영화는 무기력에 빠진 주인공이 나레이션의 형식을 동원하면서 일기를 쓰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그 정조는 꽤나 묘한 구석이 있다. 분명 주인공을 위무하려는 의도가 엿보이지만 무턱대고 연민에 빠지진 않는다. 종종 등장하는 분할화면처럼 꽤나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의도는 영화를 종종 블랙 코미디도 비추게 만든다. 스탭드업 코미디언 출신의 배우 겸 각본가이자 감독인 마이크 바인더는 그렇게 사람에 대한 통찰을 겸비한 드라마에 장기를 보여 왔다. 케빈 코스트너, 조안 알렌 주연의 <미스 언더 스탠드>나 아담 샌들러 주연의 <레인 오버 미>가 바로 그의 솜씨였다.

일기를 차근차근 써나가는 주인공은 거대 매니지먼트사를 이끌다 진퇴양난의 상황에 당도한 잭 지아모로다. 먼저 미인대회 출신의 아내 니나가 가장 큰 고객인 시트콤 작가 필과 불륜을 저질렀다. 뇌졸중에 쓰러졌던 아버지는 침대에 누워있고, 일은 여전히 중압감에 시달리게 만든다. 설상가상으로 잭의 회사에 시나리오를 보냈다 수차례 퇴짜를 맞은 뒤 중국게 여인 바비 링은 앙심을 품고 사업상 불법 행위까지 적어놓았던 일기장을 도둑맞게 된다. 잭은 지금 도무지 웃을 일이 없는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남자다.

"여러분은 자신이 누군지 알게 될 겁니다." 영화의 오프닝, 맞춤법을 유난히 강조하는 교수는 일기를 쓰는 행위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한다. <맨 어바웃 타운>이 흥미로운 것은 이 일기의 의미를 거시적인 자기 성찰의 그 무엇에 가둬놓지 않고 적극적으로 내러티브 안으로 끌어 들였다는 점이다. 일기도 중요하지만 일기장이 플롯의 주요한 기능을 담당하리라는 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다. 그러나 마이크 바인더 감독은 시치미 뚝 떼고 잭을 일기장을 꼭 찾아야만 하는 상황에 몰아넣음으로서 슬랩스틱 코미디도 도출해내고, 어렴풋한 서스펜스도 자아낸다. "내가 누군지를 알기 위해서" 일기를 쓰기 시작한 잭이 일기장 때문에 위기에 빠진다는 상황은 주제를 구현하기 위한 소재를 적극적이고 재기발랄하게 사용하는 탁월한 각본의 승리인 셈이다.

물론 이 영화는 할리우드가 보여줄 수 있는 위트 있고 품위 있는 '중년 남성 위로담'이다. 잭은 꽤나 사랑에 있어 소심한 남자다. 영화는 그 기원을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에서 찾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친구를 형에게 뺏긴 잭은 무능한 아버지 대신 어머니를 졸라 그 여자 친구의 집에 사과를 하러 가게 만든다. 그때 영화는 플래시백을 통해 뚱뚱했던 소년이 성인이 되어도 사랑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지 못하게 된 과거의 사연을 관조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니까 빤한 불륜극으로 빠지지 않는 영리함과 인물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고 있는 셈이다.

코미디에 대한 감각 또한 꽤나 흥미진진하다. 예를 들어 후반부 잭이 공을 들였던 극작가의 아내가 오디션이랍시고 벌이는 <원초적 본능>의 취조실 장면 패러디는 배꼽을 잡게 만든다. 대사까지 빼다 박은 그 패러디 장면을 연출하는 시퀀스 안에 일기장을 되찾기 위한 아내의 고군분투와 잭과의 화해를 위해 찾아온 시트콤 작가까지 모두 한 자리에 모이게 만든다. 꽤나 떠들썩한 소동극 안에서도 상황을 과장하지 않는 연출이야 말로 <맨 어바웃 타운>의 미덕이다. 그건 계속해서 LA 전경을 빠르게 훑는 카메라 워크를 종종 삽입한 것처럼 관조적인 시선을 잃지 않으려는 감독의 배려와도 맞닿아 있다. <맨 어바웃 타운>은 과장된 연출과 충분히 자극적인 소재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도 충분히 재미와 의미를 두루 갖춘 잘 빠진 상업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범 사례 중 하나다. 그것이야 말로 벤 에플랙을 비롯해 레베카 로미즌, 지나 거손, 잭 클리즈, 제리 오코넬, 칼 펜 등 재능 있는 배우들이 이 영화에 떼거리로 출연한 이유일 것이다.

2009년 6월 19일 금요일 | 글_하성태(무비스트)




-<체이싱 아미>와 <굿 윌 헌팅>의 재기발랄한 청춘, 벤 에플렉이 이제 중년의 위기를 연기한다.
-배우 출신이라 그런지 마이크 바인더 감독의 코믹 연기 또한 출중하다.
-이런 잔잔한 영화를 볼 때 마다 할리우드가 부러워지는 건 왜일까.
-조연 배우들의 연기의 향연만 보고 있어도 즐거워진다.
-아내의 불륜을 극복하는 단순한 이야기를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하느냐고?(엥? 설마)
-반대로, 적당히 배도 나온 벤 에플렉을 보는 건 고역일지도.
-할리우드의 소품 드라마는 다운로드만으로도 충분하다고?(당신도 이중인격?)
15 )
kisemo
잘 읽었습니다 ^^   
2010-03-31 16:59
nada356
감성은 살아있을듯.   
2009-12-04 19:15
skdltm333
기대되네요..   
2009-06-30 21:46
hs1211
벤 에플렉 좋아요^^   
2009-06-29 11:12
sorigasuki
혼자서 봐도 괜찮던데...   
2009-06-26 08:48
mvgirl
로맨틱 코미디인줄 알고 보았더니, 드라마였다..   
2009-06-20 18:28
gurdl3
평이 좋네요..   
2009-06-20 17:29
gaeddorai
잔잔한 영화,한국에도 많은데.   
2009-06-2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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