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안내! 사형과 사형집행에 대한 감정적인 시선
집행자 | 2009년 11월 4일 수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화이트 아웃> <철인 28호> 등으로 데뷔 준비를 했던 최진호 감독이 <집행자>로 장편 신고식을 치렀다. 우연히 신문에 실린 사형집행 교도관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그들의 세계와 사형제도에 관한 궁금증이 생겼단다. 완성된 영화는 제목에 어울리게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근본적으로 사형제도에 대한 반대 시선이 많이 담겼지만, 그에 대한 강한 어조보다는 사형이라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며 그 일을 해내는 집행관들의 인간적인 이야기에 비중을 높였다.

재경(윤계상)은 교도관으로 취직된 첫 날, 10년 차 교사인 종호(조재현)와 함께 일하게 된다. 재소자들에게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던 재경이 오히려 재소자들에게 놀림을 당하자, 종호는 “짐승은 강한 놈에게 덤비지 않는 법”이라며 재경을 더 강하게 만든다. 한편 김교위(박인환)는 장기 사형수와 정겹게 장기를 두는 등 종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러던 어느 날, 교도소에 전대미문의 연쇄살인범 장용두(조성하)가 들어오고 이를 계기로 사형제도가 부활한다. 하지만 교도관들은 핑계를 대며 집행을 서로 미루고, 종호는 법의 집행이라며 자발적으로 나선다. 재경은 관계가 소원했던 여자 친구 은주(차수연)의 낙태 소식에 괴로워하지만, 당장 다음 날 세 명을 죽여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낙담한다. 김교위는 자신과 장기를 두며 친하게 지낸 사형수 성환(김재건)의 사형을 직접 집행하게 된다.

<집행자>는 사형제도라는 주제를 무겁게 다루고 있다. 영화는 시종일관 흐트러짐 없이 주제를 향해 나아간다. 사형제도의 존폐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하기 보다는 집행관들의 실상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그들의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서, 법무부 소속의 공무원으로서, 주어진 일을 하지만 그것이 사람을 죽이는 일이라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다. 공무의 하나로서 그들에게 ‘공정한’ 살인을 저지를 시간은 다가오고 그럴수록 그들의 생활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중간 중간 교도관들의 평범한 일상 속의 작은 농담조차 영화의 무게를 줄이는 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렇다고 <집행자>가 정색하고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영화는 아니다. 3가지 이야기를 통해 사형제도를 통해 무너져 내리는 인간상을 보여준다. 교도소 생활에 적응할수록 낯설게 변하는 재경은 여자 친구의 낙태와 자신의 사형집행을 통해 ‘살인’이라는 행위에 점철된다. 재소자들을 힘으로 다스릴 줄 아는 베테랑 교도관 종호는 공무 수행으로 ‘살인’을 집행하지만 정신적인 충격으로 미쳐버린다. 자신과 우정을 나누던 사형수를 직접 죽여야 하는 김교위 역시 사형 집행을 앞두고 주체할 수 없는 감정적 동요를 일으킨다. 극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심리적인 변화를 통해 사형과 사형제도의 폐해를 애둘러 표현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이들의 모습이 영화라는 설정 안에서 그다지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사형과 사형 집행 교도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보인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색다른 설정을 해야 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사형제도에 관한 여러 경우를 보여주기에는 그 소재가 진부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다. 여자 친구의 낙태와 자신의 사형 집행을 연결한 이야기나, 강한 교도관이 사형 집행 후 완전히 무너져 내려 미쳐가는 모습이나, 우정을 나누던 사형수를 직접 죽여야 하는 교도관의 이야기는 사형제도 자체를 너무 감정적인 측면으로만 접근하려 한다. 가벼움을 배제하고 진중한 이야기를 하겠다는 의지는 오히려 일정한 틀을 만들어 그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집행자>의 강점이다. 자신의 내면을 감추고 험한 사회에 강하게 대처하는 종호 역의 조재현이나 우정을 나누던 사형수를 직접 죽이는 김교위 역의 박인환은 감정의 비움과 채움을 능숙하게 소화하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다. 특히 조재현은 시종일관 무게를 잡으며 강인한 모습으로 일관하지만, 중간 중간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줘 미쳐가는 마지막과 자연스러운 연결 고리를 만든다. 평범한 남자에서 거칠게 변해가는 재경을 연기한 윤계상 역시 안정적이다. 최근 ‘좌파’ 해프닝이 있기도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연기자로서는 조금씩 성숙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집행자>는 이슈가 될 이야기를 원론적이고 근본적인 시선으로 풀어간다. 여러 이야기와 다양한 상황들을 담았지만 그들이 그려내는 것들은 지극히 윤리적이고 지당한 가치관에 귀속된다. 영화는 12년 동안 잊고 있었던 사형제도에 대한 거론에는 성공했지만, 뜨거운 쟁점으로 점화하기에는 너무 감정적이다. 사형제도와 그 일을 행하는 이들의 인간적인 고뇌와 심리적인 고통을 살인이라는 행위를 통해 풀어내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근본적인 가치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고 만다.

2009년 11월 4일 수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사형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
-튀지도 뒤쳐지지도 않는 배우들의 연기는 모두 안정적
-근본적이고 진중한 시선을 담고 있다
-사형 집행관들의 내적 갈등과 심리적 고통은 예상 가능한 수준에서 그려진다
-근본적인 가치를 향한 영화적인 설정은 빤히 보이는 결과물을 낳는다
-집행자들의 감정적인 부분에 너무 치우쳐 있다
(총 18명 참여)
kisemo
잘봤어요   
2010-03-12 19:50
scallove2
잘봣습니당   
2010-02-05 22:11
nada356
배우들 연기는 잘한다던데.   
2009-12-02 15:30
skdltm333
보다가 졸았네요..제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던...   
2009-11-14 18:44
ldk209
죽이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2009-11-14 17:37
mvgirl
작품성이 6이라는 평은 조금 이해가 안되는...   
2009-11-12 23:42
skdltm333
아직 못봤는데..기대되는...   
2009-11-10 22:14
podosodaz
배우들은 기대되는..   
2009-11-0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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