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관람안내! 인생의 미묘함
유 윌 미스 미 | 2010년 2월 9일 화요일 | 최승우 이메일


암 투병을 하던 줄리아(캐롤 부케)는 홀로 키운 두 딸을 두고 캐나다 퀘백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한때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앙리(삐에르 아르디티)는 지금은 비서와 출판사 관계자한테 심술만 부리고, 공항과 기차역 서점에서 자신의 책 판매부수나 체크하고 다니는 신세다. 그밖에 꿈속의 왕자님을 만나고 싶어서 떠나기로 결심한 소녀 같은 아가씨 릴라(안네 마리빈), 방학 때만 만날 수 있는 딸을 이혼한 아내의 집으로 배웅하기 위해 공항에 나온 유능한 출판사 편집장 올리비에(패트릭 밀레), 48년 만에 첫사랑을 만나기로 한 파니와 막스까지…. 다양한 사연들을 가진 사람들이 국제공항에서 마주친다.

운명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태도를 두 가지로 나눈다면, 아마도 ‘운명론자’와 ‘안티 운명론자’라는 이분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최근 부쩍 많아진 멀티 플롯의 영화들은 운명론적 영화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다. <매그놀리아> <하와이 오슬로> <러브 액추얼리> 같은 영화들이 그 예인데, 이들 영화에는 서로 무관해 보이는 여러 인물들이 조금씩 맞물리면서 나중에는 하나의 커다란 그림을 완성해간다. 도처에 우연이 깔려있지만, 그것이 결국 한데 모아진다는 점에서 운명적이다.

<유 윌 미스 미>는 어디서 본 듯한 영화다. 앞의 영화들이 계속 눈에 밟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패턴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은 국제공항이라는 매개를 통해 우연히 마주치고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긍정적인 변화를 겪는다. 6년 동안 글을 쓰지 못하고 있던 앙리는 줄리아를 만나 호감을 느끼면서 다시 펜을 잡는다. 말도 섞기 싫어했던 줄리아의 두 딸은 어머니를 배웅하러 마지못해 만났다가 화해의 눈물을 흘리며 포옹한다. 외로웠던 올리비에와 릴라는 짝을 찾는다. 48년 만에 만나는 첫사랑 앞에 서는 게 두려웠던 파니와 막스는 우연히 만난 사람들에게서 용기를 얻는다.

그러나 <유 윌 미스 미>는 하나하나의 퍼즐이 맞춰지다가 미완성인 채로 끝난다. 전체적인 그림의 윤곽이 나오기도 전에 흩어지고 만다. 그런데 그런 점 때문에 <유 윌 미스 미>는 오히려 <러브 액추얼리> 등의 아류작이 될 뻔했던 태생적인 한계를 보기 좋게 극복했다. 아만다 스터스 감독은 자신이 만든 인물들에게 행복한 운명을 덥석 안겨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릴라는 황홀한 연애 끝에 결혼까지 골인했을까? 성격차이로 헤어졌을 수도 있다. 밀입국해서 파리 개선문을 보고 벅찬 감동에 젖었던 세네갈 청년은 또 어떻게 됐을까? 강제 송환되어 지리멸렬한 고국의 현실로 돌아가야 했을지도 모른다. 정신분석의인 막스에게 상담을 받았던 공항 보안요원은 헤어진 여자친구를 잊었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무엇도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은 작은 인연을 겪었고 그것이 변화의 계기가 됐을 따름이다. 말하자면 운명으로 치부해버리기보다는 우연이 훨씬 더 재미있다는, 그래서 생은 의미가 있다는 식의, 말하자면 ‘안티 운명론적’인 결말이다.

그러니 <유 윌 미스 미>를 <러브 액추얼리>와 비교하는 건 상당히 억울할 것이다. <유 윌 미스 미>는 풍진 세상 잠시나마 잊어보자는 마냥 행복한 영화가 아니다. 훨씬 더 묵직한 테마를 지니고 있다. 영화가 끝날 무렵 등장인물들에게 공감하게 되는 정서는 ‘그리움’이다. 줄리아의 두 딸은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갈 것이고, 파니와 막스는 첫사랑을 추억하며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 여생을 보낼 것이다. 인생은 국제공항과 비슷한 면이 있다. 만남의 기쁨과 헤어짐의 아쉬움은 끊임없이 돌고 돈다. 확신할 수 있는 건, 사람은 누구든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 뿐이다. 앙리와의 짧은 사랑의 증표를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올리비에의 딸에게 남겨주고, 카누에 누워 생의 마지막 여정을 떠나는 줄리아의 모습은, 그래서 설명하기 힘든 강한 여운을 남긴다. <유 윌 미스 미>는 공항 청소부가 파니에게 했던 말대로 “인생의 미묘함을 알게 해주는” 통찰력을 보여주는 영화다.

2010년 2월 9일 화요일 | 글_최승우 월간 PAPER 기자(무비스트)    




-인생은 예측불가라서 의미가 있다고 누군가 그랬지.
-줄리아 역의 캐롤 부케는 나이 들어도 완벽하리만큼 우아하다.
-탄탄한 소설보다 여백 있는 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입맛에 맞을 듯.
-프랑스판 <러브 액츄얼리>라고 기대했다가는 실망하는 건 어쩌면 당연지사.
25 )
wlngss
기대됩니다   
2010-03-02 16:13
kisemo
기대되네요   
2010-02-28 13:02
kwyok11
프랑스판 <러브 액츄얼리>라고 기대했다가는 실망..하지만 여백 있는 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입맛에 맞을 듯~~   
2010-02-28 09:57
fa1422
잘봤어요   
2010-02-24 01:45
leena1004
잘 읽었습니다!   
2010-02-23 10:18
shgongjoo
잘 봤습니다~   
2010-02-18 10:16
youha73
잘 읽었습니다!   
2010-02-14 16:06
gkffkekd333
과연...   
2010-02-13 23:33
1 | 2 | 3 | 4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