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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엔터테인먼트 사업수완, 보통이 아니다 (흥행성 8 작품성 7)
아이언맨2 | 2010년 4월 29일 목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더 이상 겸손은 현대인의 필수 덕목이 아니다. 이젠 남들이 알기 전에, 자신을 알리는 게 대세인 시대다. 2008년 등장한 ‘아이언맨’에 사람들이 열광했던 이유다. 특유의 자뻑 정신으로 슈퍼히어로 족보에 새로운 밑줄을 그으셨던 이 철갑 입은 사내는, 지난 2년간 대내외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5억 7천만달러의 흥행 홈런을 날리며 동종 업계 선발주자였던 ‘스파이더맨’, ‘배트맨’, ‘엑스맨’의 인기를 바짝 추적한 게 첫째요, 컨텐츠만 판매해 왔던 마블엔터테인먼트 왕국이 직접 낳은 첫째 아들로서 아우들의 탄생에 힘을 보탠 게 둘째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캐스팅에 ‘NO!’를 외쳤던 이들의 우려를 보기 좋게 날린 게 셋째다.

변한 건 <아이언맨>이라는 프랜차이즈의 경제성뿐이 아니다. “내가 바로 아이언맨”이라고 당당히 밝힌,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위상도 무섭게 치솟았다. 가는 곳마다 환호가 따르고, 여자들이 그의 무쇠팔에 홀려 꿀복근을 잊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러한 일련의 변화 속에서도 토니 스타크는 슈퍼히어로로서의 영웅감보다, 셀러브리티로의 삶에 낙관적인 자세로 유영한다. 돈도 써본 놈이 쓸 줄 알고, 행복도 누려 본 놈이 누린다고, 토니 스타크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대중의 사랑을 즐긴다. 사회와 개인의 관계 속에서 소크라테스적 번민을 거듭했던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와 정신적 DNA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비서 페퍼 포츠(기네스 펠트로)를 CEO자리에 앉히는 건, 또 어떤가. 그게 사랑하는 여인을 사지로 내모는 일일 수 있다는 생각 따위는 안 한다. 사랑하는 이의 안전을 위해 사랑한다는 사실은 물론 신분마저 감춘 <다크 나이트> 브루스 웨인과 전면 배치되는 연애스타일이다. 그런데, 어쩌랴. 이것이 ‘옴므파탈’ 토니 스타크의 매력이고, 우리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인 걸. 이처럼 토니 스타크는 ‘자유방임형’ 매력을 유감없이 발산하며 이번 시리즈를 통해 <캐리비안의 해적> 잭 스패로우 못지않은 캐릭터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다.

영화는 캐릭터의 매력은 계승하는 대신, 내적인 몸집 불리기로 변화를 시도한다. “더 화려해지지 않았다면 돌아오지 않았다”라는 문구가 대변하듯 <아이언맨2>는 더 많은 적과 더 많은 갈등과 더 많은 물량을 내 건다. 전편 ‘아이언맨 VS 뭉거’의 대결이 이번에는 ‘아이언맨 vs 위플래시(미키 루크), 아이언맨 vs 저스틴 해머(샘 록웰), 아이언맨 vs 아이언맨’ 등으로 팽창 됐다. 이로 인해 전편의 담백함이 줄고, 미키 루크라는 좋은 패가 충분히 빛을 발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영화는 오락영화로서의 임무는 충실히 이행해 낸다.

특히 영화는 히어로 무비의 전형처럼 굳어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아이언맨 vs 아이언맨’으로 치환하는 영리함을 보인다. 여기에서 토니 스타크의 적이 되는 ‘아이언맨’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토니 스타크 본인이 만든 ‘워 머신’. 또 다른 하나는 아이언맨의 동력이자, 토니 스타크의 심장을 뛰게 하는 팔라듐의 중독이다. 그러니까 아이언맨의 오늘을 있게 한 두 가지 결과물들이 오히려 아이언맨을 죽이는 요소로 등장, 토니 스타크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다. 이렇듯 영화는 철학적 고민 대신, 생명 그 자체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껴안으며 기존 히어로 무비의 전형성과 거리를 둔다.

<아이언맨2>가 흥미로운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영화가 비단 <아이언맨> 시리즈의 일부분으로만 읽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는 마블엔터테인먼트가 야심차게 준비 중인 프로젝트 <어벤져스>(마블코믹스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영화)의 대형 예고편으로도 기능한다. 혹시 <아이언맨> 엔딩에서 ‘어벤져스’의 쉴드 국장 닉 퓨리(새뮤얼 잭슨)가 등장한 걸 기억하는가. 아니면, 마블엔터테인먼트의 두 번째 작품 <인크레더블 헐크>에 토니 스타크가 카메오 출연한 건? <어벤져스>를 위한 전략적 품앗이였던 이러한 깜짝 쇼가, 이번에는 닉 퓨리의 비중 강화와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의 등장으로 구체화된다. 심지어 영화는 마지막 ‘어벤져스 이니셔티브’라는 보고서를 내밀며 <어벤져스>를 직접 광고 해 댄다. 과연 마블엔터테인먼트답다. 광고비 하나 안 들이고, 교묘하게 <어벤져스>를 홍보 하는 잔머리(아니 ‘고도의 전략’이 맞다)를 보면 말이다.

아이언맨, 혹은 아이언맨을 내세운 마블엔터테인먼트의 목표는 단순하고도 명확하다. 바로 fun! 영화는 보다 많은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기보다, 보다 많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기를 원한다. 샘 레이미와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작가주의 감독을 스카우트한 <스파이더맨> <다크 나이트>와 달리, 코미디 배우 출신의 유머감각 좋은 존 파브로를 사령탑에 앉힌 것도 이러한 이유다. 대신 마블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연기파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철갑 옷을 입히는 방법으로 행여 누수가 생길지 모를 작품의 품위를 지켜낸다. 존 파브로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만남은 예상 밖의 조합이 아니라, 마블엔터테인먼트 고도의 계산이 깔린 전략적 만남인 셈이다.

<아이언맨2>를 전편보다 잘 만든 영화라고 확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마블코믹스의 골수팬들과 <어벤져스>의 탄생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팬들에게는 전편 못지않은, 혹은 더 흥미로울 작품임에 부인할 수 없다. 아이언맨은 국내에는 뒤 늦게 알려진 히어로지만 미국에서는 50년 넘는 장고의 시간을 버텨낸 인기 캐릭터다. 그러니, ‘워 머신’, ‘블랙 위도우’ 등을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다는 건, 그들에겐 굉장히 짜릿한 경험인 셈이다. 물론, 그들을 모른다고 해도 <아이언맨2>를 즐기기에 큰 무리는 없다. 토니 스타크의 매력만으로도 영화는 반 이상은 먹고 들어가니까.

2010년 4월 29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옴므파탈 토니 스타크를 어찌 사랑하지 않으리요
-아이언맨의 자뻑 정신에서도 배울 게 있다. 현대인이여, 자신을 과감하게 알려라
-휴대용 슈트를 입고 아이언맨으로 변신하는 모습이란! <트랜스포머> 보다 크기는 작지만, 존재감은 안 밀린다
-2012년 개봉하는 <어벤져스>에 대한 확실한 떡밥!
-1편에 비해 너무나 커져버린 기대감. 기대가 크면 실망도 뭐?
-미키 루크의 존재감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이야기가 너무 많다. 집중도가 떨어지네
57 )
tladms3
평이 극과 극이네요..   
2010-05-08 20:59
ldk209
너무 좋게 평가하셨네... 지루하고 산만하든데....   
2010-05-08 13:50
gurdl3
평이 갠찬네염   
2010-05-07 22:22
jjah32
재미있을 듯ㅋㅋ   
2010-05-07 14:48
se720
감독의 출연 분량이 확연히 늘어났던데...ㅎㅎ   
2010-05-05 03:15
gaeddorai
떡밥은 확실할듯   
2010-05-05 01:56
mooncos
흠 별로 보고싶지않음   
2010-05-05 01:45
freepia9
잘 봤어요~   
2010-05-0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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