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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오락성 6 작품성 7)
시티 오브 크레인 | 2010년 5월 3일 월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영화, 한국을 만나다’의 5편 중에 세 번째로 개봉되는 <시티 오브 크레인>은 인천에 대한 영화다. 하지만 주 배경이 되는 도시를 ‘보여주는’ 것에 급급하지 않는다. 인천의 이곳저곳을 다니기는 하지만, 장소 자체에 비중을 두지 않고 인천이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특징에 접근한다. 그래서 도시의 비주얼보다는 정체성에 다가서는 영화다.

인천의 명물 바타르 씨가 실종됐다. 바타르 씨는 인천대공원에서 외롭게 지내는 두루미와 춤을 추고, 건축 현장의 사고 속에서 사람을 구하는 등으로 유명세를 탄 인천의 명물이다. 우연히 바타르 씨를 마주친 리포터 예진(유예진)은 그를 추적하는 방송을 기획하고, 이주노동자이면서 동시에 다큐멘터리 감독인 마붑(마붑 알럽)과 함께 바타르 씨를 찾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한다. 하지만 작은 사고들이 생기면서 제작은 순조롭지 않고, 마붑과 예진 역시 사소한 일로 갈등을 빚는다. 하지만 바타르 씨에게 다가가는 과정 속에서 이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게 된다.

이번에는 인천이다. 하지만 서울을 다룬 <서울>이나 춘천을 무대로 하는 <뭘 또 그렇게까지>와는 스타일이 조금 다르다. 우선 문승욱 감독은 극영화 스타일을 버리고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했다. 물론 영화에 등장하는 바타르 씨는 허구의 인물이다. 그는 이주노동자를 상징하는 인물이고, 다양한 민족이 정착해 살아가는 인천의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문승욱 감독은 공업단지와 영종대교 같은 인천의 상징적인 모습도 보여주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인천을 이루는 구성원들에게 향해 있다. 이주노동자라는 키워드로 인천을 이야기한다.

인천은 해불양수의 도시로 불린다. 해불양수란 어떤 물이라도 모여 함께 흐른다는 의미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지만 결국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서구문물을 먼저 받아들인 개항의 도시 인천을 상징하는 말로 적절하다. 또한 다양한 이주노동자들이 인천에 삶의 터전을 만들었다는 현실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 인천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서의 이주노동자와 우리의 관계는 바타르 씨를 찾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그 간극을 좁혀가고, 이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마붑과 예진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른 작업 방식의 두 사람, 다른 시선으로 이 프로젝트를 바라보던 두 사람은 영화의 후반부에 소통의 지점을 찾아낸다.

다큐멘터리 제작이라는 방식은 영화 자체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함께 다큐멘터리를 작업하던 두 사람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와 접근 방식으로 다투기도 하지만, 작은 사건들을 겪으면서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관객 역시 두 사람을 통해 이주노동자를 대하는 두 가지 시선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뭐가 옳고 뭐가 그르다는 가치기준을 설정할 수는 없지만, 두 사람을 통해 우리의 시선과 입장을 돌아보게 만든다.

<시티 오브 크레인>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저 낯선 눈으로만 바라보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각기 다른 사고방식과 접근방식은 관객에게 간접경험을 하게 한다. 이는 단순히 좋다 나쁘다로 양분해 한 쪽으로 사고의 방향을 이끄는 것이 아니다. 감독은 인천이라는 도시를 이러한 다양성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다양한 구성원은 다양한 생각을 만든다. 그러한 다양함이 인천이라는 도시를 만들었고, 계속 유지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2010년 5월 3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통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다.
-마붑과 유예진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일단 합격점을 줄만 하다.
-조금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인다.
-이주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별다른 고민이 없다.
-바타르 씨에 집착하진 말길. 게다가 실존 인물도 아니라니까.
-카메라가 좀 흔들린다. 예민한 사람은 눈이 아프거나 속이 매스꺼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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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yok11
작품성 7   
2010-05-0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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