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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형식적 재미까지 갖춘 홍상수스러운 영화 (오락성 8 작품성 8)
옥희의 영화 | 2010년 9월 14일 화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홍상수 감독이 새로운 영화를 내놨다. 제목은 <옥희의 영화>. 이 영화는 4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로, <옥희의 영화>는 4번째 에피소드의 제목이다. 하지만 4번째 제목이 영화를 대표할 수 있었던 건, 사실 이 영화가 하나의 영화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솔직하다 못해 노골적인 표현으로 사람들의 속내를 들춰내는 홍상수 감독 특유의 이야기톤에 새로운 스타일까지 갖춘 <옥희의 영화>는 기존의 홍상수 감독 영화와 같기도, 다르기도 한 작품이다.

<주문을 외울 날>은 독립 영화감독 진구(이선균)의 이야기다. 생활비를 위해 시간강사로 일하는 진구는 학과장인 송교수(문성근)와의 회식 자리에서 송교수가 뒷돈을 받는다는 소문을 꺼내 핀잔을 듣는다. 저녁에는 자신의 단편을 틀고 관객과의 대화를 하는데 한 여자가 진구의 사생활을 들추는 질문을 해 당황한다. <키스왕>은 영화과 학생 진구(이선균)가 평소 좋아하던 여학생 옥희(정유미)를 쫓아다니는 이야기다. 옥희는 송교수(문성근)와 특별한 관계지만, 이를 모르는 진구는 옥희에게 고백을 하고 키스를 하고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 <폭설후>는 영화감독인 송감독(문성근)의 이야기다. 시간강사를 나가지만 체질에 맞지 않는 송감독은 폭설 후 계절 학기 수업에 진구(이선균)와 옥희(정유미)만 참석하자 인생에 관한 질문과 답을 주고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시간강사 자리를 그만둔다. <옥희의 영화>는 옥희(정유미)가 만난 두 남자, 송교수(문성근)와 진구(이선균)에 관한 이야기다. 옥희는 두 남자와 다른 시간 같은 장소에서 데이트를 하고 이 기억을 영상으로 만들어 교차 편집을 통해 한 편의 영화로 완성한다.

<옥희의 영화>는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4편의 단편이 모여서 이루어진 영화다. 그래서 영화 중간 중간 각각의 타이틀 롤이 등장한다. 영화마다 배우와 스탭의 이름이 따로 나와 확실한 경계를 긋는다. 허나 이는 일종의 트릭이기도 하다. <옥희의 영화>는 4개의 에피소드가 모여 이루어진 하나의 이야기이고, 하나의 영화다. 각각의 캐릭터 이름이 따로 나오는 이유는 같은 배우가 다른 캐릭터를 맡아서 연기하기 때문이다. <주문을 외울 날>의 진구는 <키스왕>의 진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키스왕>의 옥희는 <옥희의 영화>의 옥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송교수 역시 마찬가지다. 마치 송교수의 젊은 시절이 진구처럼 보이기도 하고, 진구의 아내가 옥희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이야기는 같은 배우를 다른 캐릭터와 다른 에피소드에 기용하면서 일어나는 착각을 즐기는 영화다. 캐릭터(배우가 아니다.)를 기준으로 시제를 정하고 겹치는 이름과 배우의 얼굴을 드러내야 마침내 진짜 이야기가 보인다.

이 영화는 분명 기존의 홍상수 감독이 보여준 영화들과는 다른 구조와 스타일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 톤마저 달라진 것은 아니다. 홍상수 감독은 여전히 일상의 한가운데서 사실적인 말로 영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스크린으로 관객과 영화를 분리해 놨을 뿐, 객석에서 보는 스크린 안과 스크린 너머에서 보는 객석은 그다지 차이가 없다. 문성근, 이선균, 정유미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이러한 감독의 시선에 조응한다. 여전히 술을 마시고, 여과 없이 대사를 내뱉고, 능청스럽게 감정을 내비친다. 조악하게 사용된 줌 인/아웃이 없었더라면 어느 것이 영화인지, 어느 것이 현실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이야기 역시 솔직하고 노골적이다. 예술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척 하다가도 이내 그 안에서 숨겨진 허영과 자기합리화를 냉소적으로 드러낸다. 말장난 같은 논리와 답 없는 질문이 반복되기도 하고, 인간에 대한 진솔하면서도 거침없는 시선 역시 깊숙하게 폐부를 찌른다. 생활 속에 묻어나는 인간의 솔직함, 귀여우면서도 찌질한 본심, 빈정거리면서도 위선적인 태도는 이번 영화에서도 자주 감지된다. 하지만 늘 그렇듯, 너무 자연스럽고 사실적으로 표현되니 관객 입장에서는 표현되는 감정과 현상을 지당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인간이란, 인간의 관계란 밑바닥부터 정립해야 제대로 할 말이 생기는 거니까.

홍상수 감독은 배우가 아닌 캐릭터를 통해 그것들을 보라고 권하고 있다. 같은 배우의 다른 캐릭터를 한 영화에 쓰고, 그 이야기를 다시 4가지로 나눈 다음에 시간과 인물을 섞어 다시 결합해보라고 하니, 꿈과 현실이 뒤섞인 <인셉션>만큼이나 대중에게 회자되어아 마땅한 작품이다. 그렇다고 복잡하게 조직된 분석적 영화만은 아니다. 홍상수 감독 스타일, 어디 가겠나.

2010년 9월 14일 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기존의 홍상수다운 이야기 톤은 여전하다. 솔직하고 노골적이면서도 귀엽고 유쾌하다.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짜맞추는 재미가 있다. 해석도 가지각색.
-초저예산, 4명의 현장스탭으로 완성된 너무나도 매력적인 작품.
-영화를 제작함에 있어서, 자본과 예술의 적절한 핸들링을 볼 수 있다.
-4가지 이야기를 각각 분리해서 받아들이진 말길.
-같은 배우가 연기한다고 같은 캐릭터라고 단정하면 흥미가 반감된다.
17 )
ldk209
기억의 차이가 아니라 파트너의 차이...   
2010-09-17 11:25
clay92
기대할께요~   
2010-09-16 19:50
sdwsds
오락성도 높게 나왔네요.   
2010-09-16 14:40
700won
아차산에 가고파요~   
2010-09-16 08:53
skdltm333
평이 좋네요   
2010-09-15 21:44
smileuna
하하하보다는 약하고 덜 정교한듯하지만 무난~   
2010-09-15 11:55
ldh6633
잘봤습니다~~   
2010-09-15 09:06
ggang003
보고 싶네요   
2010-09-15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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