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울고 웃는 코미디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드리겠습니다 (오락성 7 작품성 6)
방가? 방가! | 2010년 9월 24일 금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사회성 짙은 드라마나 다큐멘터리처럼 코미디도 현시대의 문제점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장르다. 물론 코미디는 관객을 웃기기 위해 만들어진다. 중요한 건 그 웃음의 원천이 세태풍자를 통해서도 나온다는 것이다. <방가? 방가!>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의 문제, 오늘날 취업 대란에 시달리고 있는 젊은이들의 현실을 풍자로 풀어낸 코미디다. 물론 영화는 블랙코미디가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웃음의 강도가 높아지듯 풍자와 애잔한 슬픔 또한 그 강도가 높아진다.

태식(김인권)은 부푼 꿈을 안고 서울로 올라온다. 그러나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걸 체감하고, 결국 노래방을 운영하는 고향 친구 용철(김정태) 집에 얹혀산다. 그러던 어느날 태식은 외국인처럼 생긴 자신의 얼굴을 이용해 부탄에서 온 ‘방가’로 변신, 어렵게 가구 공장에 취직한다. 일단 외국인 노동자들과 친하게 지내는 게 급선무라 생각한 태식은 동료들이 외국인 노동자 가요제에 나간다는 것을 알고 도와준다. 이후 그는 동료들과 친하게 지내고, 급기야 공장 사장에게 차별당하는 동료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기도 한다. 또한 그곳에서 베트남 여자 장미(신현빈)와도 조금씩 사랑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태식은 용철 몰래 대출받은 돈을 갚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고, 이내 동료들의 돈을 노린다.

<방가? 방가!>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소재로 한 영화다. 주로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에 등장했던 그들이 코미디 영화의 소재가 되었다는 사실에 의아해 할 수도 있다. 보통 그들의 삶이란 밝은 코미디와 달리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와 더 잘 어울리는 어두운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들의 힘든 삶은 변함없다. 공장 사장의 차별은 여전하고, 밀린 돈을 달라고 하면 출입국 관리 사무소에 신고한다고 윽박지르기 일쑤다. 그들에게 유일한 낙은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화하는 것과 일의 고됨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노래뿐이다.

감독은 이런 암흑 같은 현실 속에 태식을 집어넣고 코미디를 싹 틔운다. 자신이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숨기고 역으로 위장 취업한 태식의 설정은 그 자체로 웃음을 준다. 신분이 들통 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외국말도 섞어가며 대화를 하거나, 부탄노래라며 ‘한 오백년’을 마음대로 개사해 부르는 등 태식의 이중생활은 코믹함을 자아낸다. 또한 엉겁결에 외국인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구호를 외치거나, 한국 사장들의 언어폭력에 맞서 동료들에게 교육해주는 ‘욕강의’는 재미를 더한다.

영화는 돈도 제대로 못 받고 일만 죽어라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과 취업을 못해 외국인 노동자로 위장 취업한 태식의 삶을 뒤섞는다. 그리고 세태 풍자로 휘저어 진정성이 담긴 코미디를 완성한다. 영화의 눈물과 웃음을 책임지는 건 바로 김인권이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12년 만에 단독 주연을 맡았다. 그러나 극중에서 어렵게 맡은 주연이란 이름표를 간간이 뗀다. 분명 김인권은 영화를 이끌어가지만 또 다른 주연인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그 자리를 내어준다. 그리고 자신은 그들의 삶을 좀 더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안내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마치 그들을 위한 대변인처럼 말이다. 용철 역을 맡은 김정태도 김인권과 찰떡 호흡을 보여주며 <마음이 2>에 이어 맛깔스런 코믹연기를 펼친다. 특히 태식과 함께 온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트로트를 강습하는 용철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유쾌함을 전한다.

<방가? 방가!>가 멋진 영상미를 추구하거나 예술성이 높은 작품은 아니다. 일단 첫 장면이 시작되면 영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쉽게 예측할 수 있고, 코믹함을 드러내는 방식도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 한마디로 말해, 영화의 형식은 촌스럽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희망을 찾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은 보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고, 어수룩한 태식의 위장 취업기는 코믹하다. 영화는 진정 울고 웃는 코미디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다.

2010년 9월 24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역시 코미디는 울고 웃어야 제 맛.
-주·조연을 넘나드는 김인권의 연기. 물이 올랐네 올랐어!
-<똥개>의 김정태는 잊어라! 코믹 연기의 달인으로 변신.
-외국인 노동자들을 연기한 외국인 배우들의 감초연기. 따봉!
-뻔한 스토리에 뻔한 코믹 요소
-누구 하나 내세울 만한 스타가 없구나!
-불법체류외국인노동자를 죽어라 일 부려먹는 사장님들. 공짜표 준다고 해도 안 오겠지 아마.
4 )
mckkw
주·조연을 넘나드는 김인권의 연기. 물이 올랐네 올랐어!   
2010-10-19 11:08
nanyhk
방가방가 조금은 아쉽지만 한번쯤 맘껏 웃고 나왔지요..ㅋ   
2010-10-08 10:29
bjmaximus
예고편 봐도 웃음은 확실할 듯.   
2010-09-25 13:22
cheken
빵빵 터진다던데..   
2010-09-25 00:09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