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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속에 흐르는 바흐의 음악 (오락성 5 작품성 6)
바흐 이전의 침묵 | 2010년 10월 15일 금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클래식을 즐겨듣지 않는 사람이라도 바흐라는 이름을 익히 알고 있다.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흐는 음악의 어머니인 헨델, 음악의 천재 모차르트, 악성 베토벤 등 교과서에 자주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음악가 중 한 명이다. 베토벤이 바흐를 가르켜 “그는 시냇물이 아니라 크고 광활한 바다라고 해야 마땅하다”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을 정도로 그는 클래식 사에서 중요한 음악가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은 그가 만든 음악보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만든 음악을 더 많이 알고 있는게 현실. <바흐 이전의 침묵>은 왜 그가 음악의 아버지인지를 천천히 살펴볼 수 있는 영화다.

영화는 바흐의 곡을 연주하는 무인피아노의 선율로 시작된다. 이후 맹인 조율사는 피아노로, 카톨릭 신자인 트럭운전사는 하모니카와 바순으로 그의 곡을 연주한다. 지하철에서도 첼리스트들에 의해 그가 만든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합주하고, 소년 합창단의 목소리로도 그의 음악은 계속해서 재생된다.

전체적으로 <바흐 이전의 침묵>은 제목이 주는 뉘앙스처럼 고요하다. 특별한 내러티브가 없는 이 영화는 극을 이끄는 주인공이 없다. 바흐의 음악을 좋아하거나 연주하는 인물들은 꾸준히 나오지만, 그들은 바흐라는 주인공을 위해 나온 조연일 뿐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진정한 주인공인 바흐를 자신의 방식대로 표현한다. 피아노 조율사는 음 하나를 신경 쓰며 조율하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한 음 한 음 고심하며 작곡했을 바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음악을 사랑하지만 트럭을 몰아야 하는 운전사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했던 바흐의 생활과 오버랩 된다.

살아생전 작곡가로서 유명세를 타지 못했던 바흐. 그가 죽은 후 50년이 지난 어느날 멘델스존이 푸줏간에서 고기를 싼 종이가 바흐의 ‘마태 수난곡’이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를 알리기 위해 힘썼다는 일화는 그에게 음악의 아버지라는 수식어를 붙게 했다. 이처럼 감독은 멘델스존처럼 다른 작곡가들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바흐의 업적과 음악을 영상으로 옮기는데 중점을 둔다. 영화는 바흐의 무덤이 있는 성당을 배경으로 오르간 연주와 소년으로 구성된 합창단을 보여준다. 특히 그의 이름이 새겨져있는 묘비를 매일 닦는 모습과 바흐의 곡을 직접 노래하며 감동을 받는다는 합창단의 이야기는 많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의 음악이 사람들의 가슴속에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흐를 소재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음악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의 첫 장면을 장식하는 ‘골드베르그 변주곡’부터 ‘무반주 첼로 조곡’, ‘평균률 클리비어 곡집’ 등 바흐의 유명한 곡이 흘러나온다. 피아노, 오르간, 첼로, 하모니카 등 다양한 악기로 연주되는 바흐의 음악은 그 자체로 듣는 즐거움을 준다. 특히 지하철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첼로를 연주하는 장면과, 앤틱 피아노 가게에서 저마다 피아노 앞에 앉아 바흐의 곡을 연주하는 모습은 묘한 쾌감까지 전한다.

루마니아 출신의 프랑스 수필가 에밀 시오랑은 바흐를 평가하길 “바흐가 없었다면 신은 권위를 잃었을 것이다. 바흐 이전에도 세계는 존재했다. 하지만 아무 울림도 없는 텅 빈 공간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바흐는 음악을 다채롭게 하고 종교에 대한 믿음을 굳건하게 만들었다. 감독은 바흐가 이 세상에 남긴 두 가지 업적을 곁가지 없이 고스란히 보여주려 노력한다. 그러나 그 노력이 너무 과하다. 내러티브 없이 계속되는 음악의 변주는 신선함을 주지만 자연스럽게 관객을 꿈속으로 인도한다. 물론 바흐의 음악이 전율을 느낄 정도의 힘을 갖고 있지만 내러티브 없이 영화를 끌고 가기는 벅차 보인다.

2010년 10월 15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클래식을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교육교재로도 괜찮은 영화.
-바흐를 좋아한다면 질리도록 들을 수 있다.
-클래식을 들으면 바로 졸리신 분들은 NO!
-난 그냥 걸 그룹 노래 들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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