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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입장’에 관한 이야기 (오락성 6 작품성 6)
돌이킬 수 없는 | 2010년 11월 3일 수요일 | 최승우 이메일

평화로워 보이는 작고 조용한 마을에서 7살 여자아이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딸을 잃어버린 아버지 충식(김태우)은 생업도 포기하고 딸을 찾는 일에만 매달린다. 작은 실마리라도 찾기 위해 담당형사에게 끈질기게 매달리며 고군분투하던 충식은 딸이 실종되기 얼마 전 아동성범죄 전과가 있는 세진(이정진)이 이사를 온 것을 알게 되고, 그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심적으로 유력한 용의자가 된 세진은 가족과 함께 마을 사람들에게 배척당하고, 그럴수록 세진을 향한 충식의 의심은 깊어진다.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아서 세진이 무죄석방면 되면서 사건은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영국의 작가이자 사회비평가, 미술평론가인 존 버거는 자신의 저서 ‘수퇘지 땅’에 다음과 같이 썼다. “그들은 도시 사람들처럼 고소를 하지 않는다. 이는 그들이 ‘단순’하거나 훨씬 진실하거나 덜 교활해서가 아니라, 어떤 사람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것과 그 사람에 대해 세상이 다 아는 것 사이의 간격이-이것은 모든 표현의 간격이기도 하다-극히 좁은 탓이다.” 다분히 어렵게 꼬인 듯한 이 말을 풀이해보면, 결국 ‘입장의 차이’에 관한 이야기다. 개인의 입장과 사회적 입장이 얼마나 일치하느냐 하는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은 이런 ‘입장’에 관한 이야기다. 여자아이가 없어지고, 딸이 실종되어 눈이 뒤집힌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웃에 사는 아동성범죄 전과자를 의심한다. 아이들을 가진 다른 부모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죄인처럼 숨죽여 지내는 전과자의 가족이라는 입장도 있다. 그러니 사회는 ‘법과 원칙’에 따라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사소하게 보이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개인의 입장이 사사건건 얽히고 충돌하는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담당형사인 백 반장(정인기)이다. 그는 사회정의를 수호하는 경찰이기 이전에 충식의 친근한 이웃이고, 딸을 가진 아버지의 입장이다. “수사에는 원칙과 절차라는 게 있다”는 그 자신의 말은 이런 개인적인 입장 앞에서 무력화된다.

영화의 기본적인 줄기는 충식과 세진의 입장이다. 그러나 감독은 이들 외에도 작은 마을 안에서 혼재해 있는 이런 ‘입장’들을 최대한 다양하고 수평적으로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영화 내내 껄렁거리는 조연이었던 문 형사(배호근)가 던지는 대사는 핵심을 찌른다. “반장님, 범인을 잡고 싶은 게 아니고 그냥 그 새끼(세진)가 싫은 거 아닙니까?” 그 입장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때, 세진을 향한 사람들의 증오가 언뜻 불합리한 편견의 폭력으로 보이지만 누구를 동정할 수도 비난할 수도 없게 만든다. 그 자체가 관객들에게 던져지는 불편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그들을 비난할 수 있는가? 당신이라면 저런 입장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

사실 영화가 던지는 주제에 비해 미학적 완성도는 다소 부족하다. 편집은 단편적이고, 지나치게 빠른 전개와 통속적인 표현방식이 감정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이 아쉽다. 그러나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는 틀림없다. 박수영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에서 “요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만들었다”고 말한 것처럼, 적어도 만든 이의 진심은 곧이곧대로 감지되는 영화다.

2010년 11월 3일 수요일 | 글_최승우 월간 PAPER 기자(무비스트)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선에 대한 성찰과 질문.
-이정진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름 성공적인 변신.
-좋은 메시지가 완성도를 합리화 할 수는 없지.
2 )
jhongseok
우리 사회의 문제적 단면을 나름 균형적인 입장에서 잘 표현했다고 봅니다.

보통 영화가 피해자의 고통을 부각시키면서 범죄자에 대한 처절한 응징에 중점을 줄수도 있고 아니면 전과자라는 이유로 질시를 당하고 외면당하며 억울한(?) 의심을 받는 용의자의 입장에 중점을 줄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그 중간에서 어느 정도 팽팽한 중심을 유지했다고 보여집니다.

나름의 긴장감과 관객의 추리를 유도할수도 있는 스토리가 나름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ㅎ   
2010-11-06 07:47
se720
영화적 재미와 완성도를 떠나서, 분명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문제이지만, 처음 왜 세진이 아동 성추행범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 없이 이런 입장을 얘기하는 것은 감독이 의도적으로 관객에게 자신의 의견을 주입시켜려는 것으로 뿐이 안보입니다...   
2010-11-04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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