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시리즈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슈트를 벗고 코미디 영화 <듀 데이트>로 돌아온다. <듀 데이트>는 세 남자가 벌이는 좌충우돌 로드무비로 작년 할리우드에서 흥행에 성공한 <행오버>의 토드 필립스 감독이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아이언맨> 시리즈 이외에도 <셜록 홈즈>로 악당과 한 판 승부를 벌인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대결을 펼친다. 비록 그의 상대가 악당은 아니지만 평범하지 않은 남자인 것만은 확실하다.

출장 중인 피터(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출산을 앞둔 부인 곁으로 가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러나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배우지망생 에단(잭 가리피아나키스) 때문에 테러범으로 몰려 비행기를 못타는 지경에 이른다. 비행기 수화물에 신분증과 지갑이 모두 있는 바람에 빈털터리가 된 피터. 이 때 그의 앞에 렌터카를 몰고 에단이 나타나고, 목적지가 같다는 이유하나만으로 동승하게 된다. 하지만 그게 화근이었다. 생각 없이 일을 저지르고 보는 그의 행동 때문에 피터는 위험에 처하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원수지간이 된다.

<듀 데이트>는 한마디로 시끄럽고, 더럽고, 황당한 코미디 영화다. <올드 스쿨>이나 <행오버>를 통해 자신만의 코미디 스타일을 구축한 토드 필립스는 이번 영화에서도 화장실 개그와 성적 코미디를 고스란히 이어간다. 욱하는 성질만 빼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피터와 하는 행동마다 기괴한 에단의 신경전은 일단 시끄럽다. 서로 지기 싫어하는 두 남자의 거침없는 대화는 인신공격은 물론이고, 대 놓고 욕까지 퍼붓는다. 주로 차안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영화는 두 남자의 싸움을 원동력으로 삼는다. 이들의 입담이 거칠고, 시끄러울수록 영화 속 코믹함의 강도도 높아진다. 또한 화장실 개그와 성적 코미디도 계속 이어진다. 특히 누가 옆에 있는지 간에 자기 전 꼭 자위를 하고 자야 하는 에단과 그런 그의 행동을 따라하는 애견 소니는 유쾌함과 더불어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리고 여행 중 마약을 구매하거나, 커피통에 담겨있는 에단의 아버지 유골을 커피인줄 알고 타서 마시는 황당한 상황은 코믹함을 더한다.

<듀 데이트>가 코미디 영화이기는 하지만 여타 액션 영화를 방불케 하는 장면들도 즐비 한다. 일단 잠을 자면 어떤 일이 있어도 깨지 않는 에단 때문에 차가 전복되고, 실수로 멕시코 국경을 넘어 탈출하는 장면 등 카 액션 장면이 주를 이룬다. 물론 <아이언맨>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액션 장면보다는 약하지만, 나름대로의 액션 쾌감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액션 장면은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난 두 남자의 신경전에 촉매 역할도 제대로 담당한다.

히어로 무비의 무게감을 빼고 코미디 영화에 출연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어떻게 해서든 에단과의 여행을 끝내고 자신의 아이를 직접 안아보고 싶은 캐릭터를 잘 표현한다. 이어 <행오버>에 이어 <듀 데이트>로 토드 필립스와 또 한 번 같이 일하게 된 잭 가리피아나키스는 문제의 에단 역을 맡아 밉지만 애정이 느껴지는 캐릭터를 보여준다. 그리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함께 영화의 또 다른 원동력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더불어 제이미 폭스, 줄리엣 루이스, 미셸 모나한 등 극중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듀 데이트>는 두 배우의 좋은 호흡으로 빗어진 코믹함과 동시에 여타 로드무비를 통해 봤었던 남자들의 우정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영화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코미디를 지향하고 있는 <듀 데이트>의 개그 코드는 웃음보다는 짜증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다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코믹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은 영화의 매력이다.

2010년 11월 22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잭 가리피아나키스의 유쾌한 호흡. - 재수 옴 붙었다는게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 오랜만에 만나는 제이미 폭스와 줄리엣 루이스. 반가워요! - 시끄럽고, 더럽고, 황당한 상황극이 마음에 안들 수 도 있다. - 에단의 모든 행동이 저절로 눈을 감게 한다. - 마약은 백해무익한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