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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도 이런 진상이 없다 (오락성 4 작품성 4)
나의 불행에는 이유가 있다 | 2010년 11월 22일 월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제목만 들어서는 어떤 내용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심각하게 만든다면 엄청 심각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나의 불행에는 이유가 있다>는 의외로 간단한 이야기를 단순하게 그리고 있다. ‘불행’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로까지 확장할 필요도 없다. 그냥 한 ‘진상남’의 안 풀리는 하루 정도? 하지만 모두가 이런 일을 겪는 것은 아니기에 큰 공감대는 형성되지 않는다.

동거하던 여자친구로부터 결별 선언을 듣는 제기(배제기)는 이제 갈 곳이 없다. 아주 오랜만에 찾아간 집은 이사를 가버렸다. 이런 와중에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게에서 우발적으로 돈을 훔쳐 도망친다. 머물 곳을 찾다가 오랜만에 친구 재식(정재식)한테 연락이 닿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그러다가 절도가 발각되는 제기. 사장은 돈만 돌려주면 된다고 하면서 도난당한 돈을 뻥튀기해서 부른다. 별 수 없이 재식이가 돈을 지불하고 대신 다음날까지 갚으라고 한다. 제기는 이곳저곳 돈을 빌리러 다니지만 쉽지 않다. 헤어진 여자친구한테 깽판도 쳐보고, 다방에 있는 선배한테 빌려준 돈을 갚으라고도 해보고, 보험사기극도 시도하지만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나의 불행에는 이유가 있다>는 삐뚤어지고 어긋한 한 남자의 일과를 보여준다. 주인공 제기는 한 마디로 양아치에 찌질한 진상남이다. 아르바이트하던 곳에서 돈을 훔쳐 도망가는가 하면, 동거하던 여자친구한테 쫓겨난 뒤에 짐을 찾겠다며 다시 들어와 같이 살게 해달라고 애걸복걸하고, 그게 안 되니 돈이라도 빌려달라고 한다. 갈 곳이 없어 친구를 찾아갔더니 과거 제기의 다단계로 피해를 본 친구들이랑 술 한 잔 하잔다. 지나가던 여자친구와 그의 새 남자친구를 보고 시비를 걸다 경찰서에 간 제기는 아르바이트 절도가 밝혀진다. 어쩔 수 없이 돈을 대신 변제해주는 친구는 내일까지 갚으라고 엄포를 놓고, 돈을 구하지 못한 제기는 거짓말로 계속 시간을 끈다.

한상민 감독은 20대를 지나온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였으면 좋겠다는 연출 의도를 밝혔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공감대를 조성하기에는 너무 개인적이고 특별하다. 20대의 삶이 불안정하고 혼란스럽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다들 이렇게 진상 양아치처럼 20대를 보내지는 않는다. 이 이야기는 특별한 에피소드를 보는 재미는 있을지언정 ‘공감대’를 이끌어내기에는 무리가 있다. 20대라는 시련의 시기를 대표하기에는 인물이나 상황이 너무 개인적이고 신변잡기적이어서 이질적인 느낌이 강하다.

<나의 불행에는 이유가 있다>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따라가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양아치’스럽고 ‘찌질한’ 에피소드의 나열이 영화의 시간을 채워주고, 특별한 결과로 귀속되지 않는 마무리는 허탈함마저 준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에 불행이나 시련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소소하고 개인적인 일상을 통해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정서를 끌어내려고 했다면 이 영화는 실패다. 그저 동네 양아치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 전부다.

기술적으로도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이 보인다. 우선 노출을 잘 맞추지 못한 화면은 시종일관 어둡게 표현되며 조용한 장면이나 실내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들리는 기계음은 감상을 방해한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아쉬운 부분. 대사에 따른 감정 표현이나 대사 전달에 있어서 미흡한 부분이 많다. 뭔가 억울하고 어눌한, 사실적인 이미지는 잘 보여주고 있지만 연기라는 관점에서는 많은 점수를 주기에는 무리가 있다.

2010년 11월 22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한 찌질한 양아치의 꼬인 하루를 엿보는 재미.
-영상이나 사운드 등 기술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많다.
-한 양아치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 어떤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가.
-아무 것도 없는 마무리.
1 )
tngus613
 
 공감가는 리뷰네요.. 제가 영화보면서 느꼈던 점을 속시원하게 써주셨어요 ~
  
2010-12-11 12:5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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