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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프로 부족한 팀 버튼의 후예(오락성 5 작품성 5)
이고르와 귀여운 몬스터 이바 | 2011년 2월 7일 월요일 | 양현주 이메일

말라리아 왕국은 일년 내내 검은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이 음울한 나라는 엄연한 계급사회다. 누가 가장 사악한가를 경쟁하는 과학자들과 그들의 조수 이고르라는 굳건한 상하관계로 돌아간다. 여기에 반기를 드는 한 이고르가 있다. <이고르와 귀여운 몬스터 이바>(이하 <이고르>)는 굽은 등, 작은 키, 볼품없는 외모의 한 이고르가 전하는 작은 혁명 이야기다.

애니메이션 세계에서는 보통, 당연한 순리를 깨지면서 재미가 발생한다. 쥐가 감히 요리를 하고(<라따뚜이>), 무서워야 할 몬스터가 꼬마를 달고 다니며(<몬스터 주식회사>), 아리따운 공주가 알고보니 냄새 나는 괴물이었다(<슈렉>)는 작은 반전들이다. <이고르> 또한 작은 반전들로 이야기를 엮어간다. 평생 조수로 살아야 할 이고르가 과학자를 능가하는 실력을 가졌고, 그가 탄생시킨 무시무시한 괴물 이바는 여배우를 꿈꾸는 감성적인 생명체라는 사연이다. 그리고 이 어두침침한 애니메이션은 다분히 고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고르>는 <노틀담의 꼽추> <프랑켄슈타인>를 바닥에 깔고 명작고전 <애니>를 뒤섞었다. 몬스터 이바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보고 악마가 아닌 여배우로 인생의 목표를 정립한다. 고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바라는 이름은 픽사의 경지를 보여준 수작 <월-E>를 다분히 염두에 둔 작명 센스다. 각종 이야기를 적당하게 배치해 놓은 이 다크 판타지는 무엇보다 팀 버튼의 후예임을 숨기지 않는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유령신부> 등 팀 버튼의 퍼펫 애니메이션(Puppet Animation)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이고르>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죽음이 그다지 슬프지 않은 <이고르>의 세계는 음울한 작화와는 달리 건강한 메시지로 가득하다. 주인공 이고르와 이바는 각자 과학자와 여배우라는 이루지 못할 꿈을 꾼다. 라스트 씬에서 8피트 크기의 거대한 괴물 이바는 <애니>의 그 유명한 테마곡 ‘투모로우’로 희망찬 내일을 부르짖는다.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볼품없는 외모 속에 감춰진 내면의 아름다움이다. 단출한 이야기는 어린이에게 피와 살이 될 만한 건강함으로 다져진다.

하지만 최근 이중 삼중 플롯으로 무장하는 애니메이션 추세와 비교하면 <이고르>의 이야기적 재미는 포만감이 덜 하다. 픽사의 공세에 발 맞춰 드림웍스가 최근 <드래곤 길들이기><메가마인드>로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상황을 떠올려보면, <이고르>는 위치 선점이 조금 애매하다. 애니메이션으로서 어린이 관객을 공략할 것인가, 어른 관객도 포섭할 것인가 이 두 지점 사이에서 방황하게 만든다. 단순한 스토리는 어린이 관객에게 적합하지만 유머 구사나 다크 판타지는 오히려 독이 된다. 퀼트처럼 끼워진 고전들은 어린이보다는 어른에게 친숙한 각주들이다. 반대로 어른 관객들이 백퍼센트 즐기기에는 싱겁다.

감독 안토니 레온디스는 <릴로 앤 스티치 2>를 공동연출 한 바 있다. 그의 홀로서기 장편 데뷔작 <이고르>는 무엇보다 캐릭터 디자인 자체에서 매력이 부족해 보인다. 캐릭터 상품으로도 양산될 만큼 인기를 얻었던 <크리스마스의 악몽>의 잭 스켈링톤과 현저하게 비교되는 지점이다. CG애니메이션으로 스톱 모션의 정교함과 아기자기한 위트라는 결을 살리려는 것도 과한 욕심이었던 것 같다.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3D 입체 애니메이션이나 전통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모두에 대한 대항마로도 아쉽다.

2011년 2월 7일 월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코렐라인>의 헨리 셀릭에 이은 팀 버튼의 후예 탄생
-‘샤방반짝’이는 디즈니형 애니와는 다른 걸 원한다면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정말 명작이었구나’ 할거야
-애니의 명가 픽사의 진수성찬에 길들여져 있다 보니 ‘I’m still hung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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