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속과 신파의 아찔한 통증 (오락성 7 작품성 6)
통증 | 2011년 9월 7일 수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남자는 무통증 환자다. 아무리 맞아도 아프지 않다. 여자는 혈우병 환자다. 조그마한 상처도 그녀에겐 치명적이다. 남자는 빌려준 돈을 받아내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한마디로 사채업자다. 여자는 빌린 돈으로 액세서리 노점을 하며 산다. 한마디로 빚쟁이다. 사채업자가, 빚쟁이를 찾아가는 이유야 뻔하다. ‘돈 내놔, 이X년아’ 남자가 여자에게 건넨, 첫 마디다. 하지만 외로운 사람끼리는 서로의 아픔을 알아보는 능력이 있는 걸까. 남자는 갈 곳 없는 여자에게 숙식을 제공한다. 여자는 그런 남자를 위해 요리를 한다. 그렇게 그들은 사랑에 빠진다. 남자의 이름은 남순(권상우), 여자의 이름은 동현(정려원)이다.

곽경택 감독의 첫 번째 사랑이야기 <사랑>은, 남녀의 사랑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남성적 서사’가 더 도드라진 영화였다. 멜로드라마로만 보기엔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었다.(실제로, <사랑>의 장르는 액션/드라마로 구분돼 있다.) 그런 의미에서 <통증>은 곽경택 감독이 그리는 본격 러브스토리라 할 수 있다. 영화는 곽경택 스타일로 불리는 기존 ‘부산느와르’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작가 강풀이 있다. 자신이 창조한 시나리오로만 작업해 오던 곽경택은, 강풀의 원안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서 <통증>에는 기존 곽경택 영화에 있었던 것들이 없다. 구수한 부산 사투리가 없고, 부산 바다가 없고, 싸나이 의리에 대한 무조건적인 환상이 없다. 그동안 (자주 지적되어 온)마초이즘도 안 보인다. 대신 영화엔 애달픈 순애보가 시종일관 넘실거린다. 곽경택의 변신이라면 변신이다.

아쉬운 건 감독이 새롭게 시도한 세계를 채우고 있는 게, ‘지독한 신파’라는 거다. 평소엔 까칠하지만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만큼은 순진한 양이 되는 건달, 긴 생머리를 휘날리는 불치병의 여자, 폭력과 가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미 너무나 많은 멜로영화들이 시험한 소재들이다. 결국 감독은 개인의 변화에는 성공했지만, 신파멜로가 지닌 고질적인 관습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좋은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다. <통증>을 곽경택식 멜로라 말하기 힘든 이유다.

다만 신파멜로가 짊어진 어떠한 임무를 생각한다면, <통증>은 제몫을 잘 완수해낸다. 영화는 때로는 감동적이고, 때로는 애잔하고, 때로는 슬프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특히 권상우는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짧은 혀’ 콤플렉스까지 웃음소재로 활용하며, 내면의 아픔을 몸의 언어로 묵묵히 끌어올린다. ‘달달한 이미지를 너무 우려먹는 게 아닌가’ 염려가 될 때도 있지만, 멜로가 근사하게 어울리는 배우임에는 틀림없다.

2011년 9월 7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무통증 남자와, 통증에 예민한 여자의 사랑. 끌리는, 소재.
-‘혀 짧은’ 권상우와 ‘말라깽이’ 정려원의, 아낌없는 작품사랑(콤플렉스 마저도)
-권상우의 눈빛, 그윽하도다!
-강풀 원안. 곽경택의 본격 멜로
-지독한 통속과 신파, 통증이 밀려온다.
-꼭, 용산 참사의 아픔을 끄집어냈어야 했니
-가학과 피학의 릴레이. 지켜보고 있자니 지치네
(총 3명 참여)
eightstarno1
별점이 너무 많아보여요~~~ ^^;   
2011-09-24 02:44
kt816
웃기고..슬프고... 권상우의 연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2011-09-21 15:50
ogml27
아쉽지만 못봤습니다.   
2011-09-1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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