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불륜도 '살짝' 구우면 로맨스가 된다?
주노명 베이커리 | 2000년 3월 20일 월요일 | 진해동 이메일

빵의 달인 나 '주노명(최민수)' 아름답고 정숙(?)한 나의 '아내(황신혜)' 변변치 않은 <13일의 칼국수>이후 작품하나 못내고 벅벅대는 아내의 그'놈(여균동)' 돈도 못 벌어다주는 주제에 바람끼까지 겸비한 남편을 먹여살리느라 뼈골이 휘는 놈의 '아내'이자 나의 '그녀(이미연)'.

순진하고 아는 것이라곤 가정과 빵 굽는 것밖에 없던 행복한 싸나이 주노명에게 어느 날 날벼락이 떨어졌으니.. 아리따운 아내의 입술을 헤집고 나오는 한숨소리. 아~나의 가슴도 무너졌어라!! 도대체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한숨을 내쉬게 만들었을까요? 나 주노명이는 아내에게 온 밤을 다해 노력봉사(?)도 해보고 바캉스도 데리고 가고, 카드를 쥐어주며 원없이 돈을 써보게 하는 처방을 내렸지만 아내의 입술에선 아직도 한숨만 맴돕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의 입술에서 한숨대신 노래가 나오네요. 어라? 우리의 주노명. 헷갈리고 황당하지만..사랑하는 아내가 행복하다면야 뭐든 해 줄 수 있습니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다른 남자, 나보다 잘난것 하나없는 고릴라 같은 '놈'때문이라는 걸 아는 순간 남편의 가슴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지요. 그래서 '놈'의 뒤를 밟으며 '놈'이 어떤 인간인가를 추적하게 되지요. 무능력하고, 염치없는 룸펜같은 그 '놈'에 대해 증오와 연민을 동시에 느끼게 된 주노명은 '놈'이 없으면 '아내'가 슬퍼함을 알고 아내의 사랑을 지켜주고 싶어합니다.

주노명, '놈'의 아내에게 접근을 합니다. 놈이 자유롭게 아내와 만날 수 있도록 손을 쓸 요량이었지요. 그런데 허허~~남여칠세지남철이라고 했던가요? 사납게만 생각되던 놈의 '아내'가 너무나도 여리고 아름다운 여인라는 걸 알아버리고 만겁니다. 그래서 놈의 '아내'는 나의 '그녀'가 되어버렸지요.

어찌어찌 우여곡절끝에 나와 나의 아내, 아내의 그 놈, 그놈의 아내이자 나의 그녀는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게 되었답니다.

swap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부교환이라는 뜻의 비속어입니다. 지어낸 말도 아니고 영어사전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 걸 보면 엄연히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겠지요. <구미호><남자이야기>로 관객들에게 소개된 박헌수 감독은 이 신랄한 주제를 솜털처럼 가벼운 터치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 무게감에 눌릴 것 같은 최민수의 연기도 무게를 많이 덜어내었고, 예쁜 화면과 톡톡 튀는 대사도 즐겁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미연, 여균동의 연기는 놀랍도록 자연스럽습니다. 아줌마의 참모습을 구현해내는 이미연은 이제 더 이상 예쁜 척하는 수많은 여배우중의 하나가 아님을 느끼게 하고 여균동도 외모에서 풍기는 엽기성을 자연스러움으로 커버하고 있군요. 아내에게 맞고 사는 남편역할을 여균동보다 리얼하게 연기하는 배우는 당분간 찾기 어려울 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같은 영화가 놓치고 있는 것. 그것은 사랑이라는 것이, 사회의 시선이라는 것이 정성스럽게 반죽하여 적절한 온도에서 적절한 시간으로 구워낸 빵처럼 맛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들은 자신들 이외의 문제로 고통받지 아니하며, 그들은 마치 맛있는 빵을 골라먹듯이 사랑을 합니다. 그들 인생에서 '사랑'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요?

시나리오는 중반에 와서 길을 잃고 맙니다. 촘촘히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내던 <주노명...>은 어떻게든 예정된 결말에 도달하고자 애쓴 나머지 개연성을 잃어가고 무게를 빼고자 애썼던 최민수의 연기도 오버를 참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토록 아내를 사랑하던 주노명이 어쩌다가 불륜을 저지르게 되는 걸까요? 새로운 그녀의 먼지묻은 구두때문에? 그녀의 늘씬한 다리때문에? 눈물을 그렁이며 혼인의 순결성을 이야기해서?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사랑을 찾기가 그렇게 쉽던가요? 그들은 "무조건 사랑해라, 그래야 이야기가 풀리지.." 라는 감독의 최면에 걸린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마치 만화영화 한 편을 보고 나온 것 같았답니다.

영화를 보기전에는 기대를 하지 마시고,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시간이나 돈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감독은 불륜을 살짝 비틀어 로맨스를 만들어 놓았고, 관객은 살짝 구운 빵잔치에 즐거워하면 그뿐입니다.

[경고]
무엇보다도 꼭 배를 채운 후에 영화관에 들어가십시오. 그렇지 않았다간 영화내용보다 맛갈스런 빵때문에 고통스러운 시간을 경험하게 되실 겁니다.

4 )
hakus97
최민수가 정말 매끄러운 연기력을 보여준 영화   
2009-03-05 21:24
ejin4rang
불륜도 로맨스다
  
2008-12-02 14:48
ljs9466
기대되는 영화!!   
2008-01-14 15:16
rudesunny
기대됩니다.   
2008-01-14 13:41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