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노장 감독들이 3D 영화에 도전하고 있다. 마틴 스콜세즈의 <휴고>는 이미 북미에서 개봉한 상태고, 리들리 스콧은 내년 개봉을 목표로 <프로메테우스>를 촬영 중에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자신의 첫 번째 3D 영화 <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이하 ‘<틴틴>’)에 대한 지형도를 <아바타>가 개봉하기 이전에 그리고 있었다. 3D 영상을 최적으로 구현해 낼, <반지의 제왕>의 피터 잭슨까지 영입하며 말이다. 그로부터 2년, 두 감독의 협업으로 완성된 <틴틴>은 기대 이상이다. 이들의 시너지 효과가 잘 발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틴틴(제이미 벨)은 열혈기자다. 특종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그에게 모험은 필수조건이다. 어느 날 틴틴은 시장에서 유니콘이 박힌 모형 배를 구입하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도둑맞는다. 틴틴은 시장에서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자신에게 팔라고 말했던 고미술품상인 사카린(다니엘 크레이그)을 의심, 그의 집에 몰래 들어가 모형 배를 찾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것은 시장에서 구입했던 배와 똑같은 모형일 뿐, 틴틴의 것은 아니었다. 사카린이 왜 똑같은 배를 모으려 하는지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애견 ‘스노위’의 도움으로 도둑맞은 배에서 떨어진 비밀 지도와 메모를 확인한다. 특종을 잡았다고 기뻐할 찰나, 틴틴은 괴한에게 납치되어 수상한 배에 갇힌다. 그곳에서 비밀의 열쇠를 갖고 있는 주정뱅이 하독 선장(앤디 서키스)을 만난다.

<틴틴>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와 그 궤를 같이 한다. 유니콘호에 감춰진 비밀과 숨겨진 진실을 찾기 위해 어디든지 가고야 마는 틴틴은 역마살이 제대로 껴 모험을 즐기는 인디아나 존스와 닮은꼴이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로 모험 영화의 노하우를 쌓은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에르제의 원작 만화 ‘틴틴’ 시리즈는 자신의 장점을 돋보일 수 있는 좋은 원석과도 같다. 그 원석을 가공하는 방법으로 감독은 관객들에게 익숙한 모험 영화의 묘를 살린다. 런던, 이집트, 페루 등 각국을 다니면서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틴틴과 하독 선장의 모험은 그 자체로도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위기의 순간에 죽음을 모면하고 결국 비밀의 해답을 찾아낸다는 이야기 전개는 ‘뻔’하지만, 전개를 풀어가는 방식은 흥미진진하다.

또 하나의 가공법은 3D 영상이다. 원작 만화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선택한 건 ‘이모션 3D’.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배우의 연기를 혼합한 ‘모션 픽쳐 기술’을 뛰어넘어 감정까지 3D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반지의 제왕> <킹콩>의 웨타 디지털이 담당한 3D 영상은 이전 영화들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유니콘호와 해적선의 대결 장면과 중동 항구 도시에서 펼쳐지는 롱테이크 추격전은 정점을 찍는다. 실사 3D에서는 엄두조차 못내는 인상적인 롱테이크 장면은 왜 감독이 영화를 이모션 3D로 제작하려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여기에 ‘골룸’, ‘킹콩’, ‘침팬지’ 역 등으로 모션 픽쳐 연기의 달인이라 불리는 앤디 서키스의 능숙함이 더해지면서 3D 영화의 힘이 실린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피터 잭슨은 <틴틴>에 이어 2, 3편을 만들 계획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을, 피터 잭슨이 제작을 맡은 1편과 달리 2편에서는 서로의 자리를 바꿔 제작하고, 3편에서는 공동 연출을 할 예정이다. <틴틴>은 2, 3편을 위해 볼거리를 아껴둔 것 같아 아쉬움이 남지만, 시리즈의 시작을 확실하게 열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벌써부터 피터 잭슨의 손끝에서 나올, 2편이 기다려진다.

2011년 12월 6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 두 감독, 역시 이름값을 하는구만. - 하독 선장으로 나오는 앤디 서키스. 모션 픽쳐 연기의 달인으로 임명합니다. - 형사 가제트의 애견 ‘브레인’을 능가하는 틴틴의 애견 ‘스노위’의 활약. - 2D 보다는 3D로 보는 걸 적극 권장. - 모션 픽쳐 기술로 구현된 캐릭터가 이질감이 느껴진다면. - 매력적인 여자 캐릭터는 왜 안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