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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가 ‘후지다’는 것에 대해 (오락성 5 작품성 6)
히스테리아 | 2012년 8월 24일 금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19세기의 영국. 신세대 의사 모티머 그랜빌(휴 댄시)은 보수적인 사회에 막혀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한다. 있던 자리에서 쫓겨나고, 취직에 낙방하기를 여러 번. 그러던 중 달림프(조나단 프라이스)가 운영하는 여성 전문병원에 취직한다. 난치성 여성 질환 ‘히스테리아’ 치료에 일생을 바친 달림프에게 여성 성기 마시지 치료법을 전수받은 그랜빌은 의외의 탁월한 ‘손놀림’을 발휘하며 여성들로부터 사랑 받는다. 찾는 손님은 점점 늘어나지만 그의 손은 단 하나. 그마저도 근육경련으로 말을 듣지 않자 그랜빌은 고민에 빠진다. 그런 그의 눈에 친구가 가지고 노는 전동먼지털이가 들어온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그랜빌은 전동 성기 마사지를 발명하기에 이른다. 바이브레이터라 이름 지어질 바로 그 기구다.

<히스테리아>는 바이브레이터 발명가 닥터 조셉 모티머 그랜빌을 모델로 한 영화다. 이 영화가 주는 놀라움은 바이브레이터라는 자극적인 소재에 있지 않다. 오히려 오늘날 유희를 위해 사용되는 자위기구가 실은 치료를 위한 의료도구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랜빌과 달림프에게 바이브레이터 발명을 전기 발명만큼이나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또 하나 눈여겨 볼 것은 히스테리아라는 질병이, 알고 보니 ‘성적 불만족’에 다름 아니라는 점이다. 영화는 여성 몸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빼곡했던 시절을 경쾌한 분위기로 바라본다. 19세기 런던 여성 1/4 이상이 히스테리아에 시달렸다는 대목은, 그 시대 여성들이 성 욕구 분출에 얼마나 취약했는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영화는 제목과 달리 전혀 히스테리컬하지 않다. 대단히 농밀한 걸 기대한건 아니지만 소재가 지닐법한 여러 잠재적 가능성에 비해 너무 얌전하고 착하다. 그러니 ‘성기에 이빨이 달린 여자’를 내세운 <티스>류의 영화를 상상하며 극장을 찾았다간 배신감에 ‘부르르’ 떨지 모른다. 오히려 이 영화는 현재 대한민국 사회와 맞물리는 지점에서 재미가 생긴다. <히스테리아>의 개봉 시기는 마치 작금의 대한민국을 냉소하기 위해 정교하게 계획된 시나리오처럼 보인다. 이 영화의 국내 포스터는 바이브레이터라는 단어가 저속하고 야하다는 이유로 유해판정을 받았다. 지상파 방송에서도 바이브레이터라는 단어로 인해 외면 받아야 했다. 최근 ‘콘돔’ 등 유력 정치인을 상대로 한 낯 뜨거운 검색어가 인터넷을 도배한 마당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시대착오적인 시대를 풍자하는 영화를 대하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후진가를, 이 영화 <히스테리아>가 극명히 보여주는 셈이다. 히스테리의 증상 중 하나가 우울증이라 했던가. 급속도로 우울해지는 기분이다.

2012년 8월 24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오랜만에 부부맞춤 영화가 나왔다. 함께 보세요. 특히 남성들!
-바이브레이터 뒤에 숨겨진 의외의 진실들
-이런 소재를 이토록 착하게 풀다니.
-바이브레이터를 바이브레이터라 부르지 못하고~
-사실, 바이브레이터보다 획기적인 발명품은 콘돔이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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