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원작을 과감히 변형한 각색 (오락성 6 작품성 7)
용의자X | 2012년 10월 20일 토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용의자X>는 소설은 물론 2007년 나온 일본 영화 <용의자 X의 헌신>으로도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작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사랑받는 데에는 꽉 짜인 이야기 구조와 복선을 꼼꼼하게 쌓아올린 뒤 터트리는 짜릿한 반전에 있다. 독자는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뭔가 엄청난 사건을 목격한 증인이 된 냥 마른 침을 삼키게 된다. 그러니 원작에 충실한 결과물만 내놓는다면 이건 어렵지 않은 각색일 수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힘을 빌린다는 것만으로 이야기에서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얘기다.

하지만 방은진 감독은 누구나 알고 있는 ‘그 느낌 그대로’의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감독은 원작의 매력에 안전하게 매달려 달리는 쪽보다, 과감한 각색을 통해 자신만의 ‘용의자X’가 탄생하는 것을 선택한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용의자X>를 보고 “과감한 개작”이라고 평한 것만 봐도 이 영화가 원작의 분기위에서 얼마나 달아난 영화인가를 가늠할 수 있다.

한 남자가 살해됐다. 남자를 죽인 범인은 그의 전부인 화선(이요원)과 화선의 어린 조카다. 계획된 살인은 아니다. 남자의 폭력을 막다가 일어난 우발적인 일이다. 하지만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다. 앞이 깜깜하다. 일시적인 공항상태.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옆집에 사는 수학천재 석고(류승범)다. 남모르게 화선을 흠모해 온 석고는 화선을 지키고 싶다. 그녀에게 완벽한 알리바이를 설계해주고, 시체를 처리한다. 그리고 며칠 후, 남자의 시신이 강에서 발견된다. 이 일을 맡은 형사 민범(조진웅)은 화선을 강력한 용의자로 몬다. 하지만 심증만 있다. 물증이 없다. 화선의 주위를 돌던 민범은 우연히 석고와 마주치게 되는데, 알고 보니 두 사람, 고등학교 동창이다. 민범의 등장으로 석고의 완벽했던 계획에 변수가 생긴다.

원작과 <용의자 X의 헌신>은 살인사건을 둘러싼 물리학자와 수학자의 대결에 집중했었다. 이에 반해 <용의자X>는 한 여자에 대한 한 수학자의 지독한 사랑에 힘을 싣는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크게 수정이 가해진 건, 캐릭터다. 주인공의 친구이자 범인과 형사 사이에서 고뇌하는 물리학자 캐릭터가 삭제됐다. 모녀 관계를 조카와 이모로 바꾼 것 역시 다분히 멜로성향을 강조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후자는 차치하고, 전자는 원작 팬들에게 원성을 살만한 부분이다. 원작이 품고 있었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을 지워버린 것이니 말이다. 물리학자가 했던 역할을 형사 캐릭터에 일부분 위임하긴 했지만, 이로 인해 영화는 ‘형사와 용의자’라는 다소 ‘뻔’한 대결구도를 입기도 한다. 원작의 추리적 요소를 기대하며 극장을 찾을 관객들에게 <용의자X>는 포만감을 안기는 리메이크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기하 문제인줄 알았는데 함수 문제”라는 영화 속 대사를 응용하자면, “추리영화인줄 알았는데 멜로영화”라고 못내 아쉬운 속내를 드러낼 관객들이 속출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원작의 그늘을 지우고 감독이 의도한 멜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리고 원작의 그늘에서 벗어나 감독이 의도한 부분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믿는바,) <용의자X>는 나쁘지 않은 감성적 멜로물이란 생각이 든다. 감독이 <용의자X>를 통해 관객에게 건네고자 한 건,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사람의 마음이다. 석고의 헌신적인 사랑, 화선이 감당해야 할 깊은 슬픔, 친구를 바라보는 민범의 안타까움.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는 감정들이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무엇보다 탁월한 건, 류승범이다. 본능적인 연기에 능숙한 면모를 보여줬던 류승범이 이번에는 카메라가 허락하는 정확한 구획 안에서 지능적으로 움직인다. 류승범이 기존의 이미지를 접고 새로 빼어든 칼이 상당히 매혹적이다. 데뷔 13년차 배우에게서 아직도 발견할 게 많다는 건 흥분되는 일이다.

2012년 10월 20일 토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 소설에 대한 기대감
-류승범에게 발견되는 새로운 변수. 반갑다
-남성관객보다 여성관객들에게 추천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의 벽은 높다
-추리영화인줄 알았는데, 멜로영화. 속았다?
3 )
puss33c
류승범의 재발견.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드는게 더 어려울까 풀 수 없는 문제를 푸는게 더 어려울까. 사랑은 어려운거야 복잡하고 예쁜거지~라는 노래 가사만큼이나...어려운게 사랑의 힘인듯.   
2012-10-30 02:32
keaixing
"사랑이 어떻게 그래요?" 란 문구에 답을 찾았다..
"사랑이라서 그래요."   
2012-10-25 01:06
zctlb4i
원작소설 읽고 머리가 띵~했었는데, 영화보고나면 마음이 찡~할것 같네요. 뭣보다 류승범배우의 재발견, 기대해도 되는건가요.   
2012-10-22 23:23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